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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두 살이 된 시골 농가의 아이가 노승의 지팡이를 가리킨 순간, 티베트의 다음 100년이 정해졌어요.
1937년, 티베트 동부 암도 지방의 작은 농가에 낯선 어른들이 찾아왔어요.
그들은 물건 몇 가지를 바닥에 늘어놓고 두 살짜리 아이를 앞에 세웠어요.
진짜 지팡이, 진짜 염주, 진짜 찻잔 옆에 가짜 물건들을 섞어 놓은 거예요.
그 물건들은 13대 달라이 라마가 생전에 쓰던 유품이었어요.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로, 사람들은 전임 달라이 라마의 영혼이 다른 아이의 몸에 환생한다고 믿어요.
수색단은 그 환생자를 찾고 있었던 거예요.
아이는 망설이지 않았어요.
진짜 지팡이를 집어 들고 "이거 내 거야"라고 했어요.
염주도, 찻잔도 전부 진짜만 골랐어요.
그 자리에서 아이는 14대 달라이 라마로 인정받았어요.
오늘날로 치면, 두 살 아이에게 전직 대통령의 안경과 가짜 안경을 섞어 놓고 골라내게 한 것과 같아요.
그리고 그 아이가 맞히면, 즉시 다음 대통령이 되는 거예요.
본인은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도 전에 이미 신의 화신이 되어 있었어요.

달라이 라마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승려가 되지 않았다면 엔지니어가 됐을 거라고 적었어요.
포탈라 궁은 라싸에 있는 달라이 라마의 거처예요.
해발 3,700미터 산꼭대기에 지어진 이 궁전에서, 어린 달라이 라마는 혼자 이 방 저 방 뒤지다가 창고를 발견했어요.
창고 안에는 자동차 세 대가 있었어요.
그 세 대가 당시 티베트에 존재한 자동차의 전부였어요.
13대 달라이 라마가 영국에서 들여온 거예요.
어린 달라이 라마는 그 차를 직접 분해했고, 다시 조립했어요.
시계도 직접 고쳤어요.
영사기도, 라디오도 손수 뜯어 수리했어요.
신의 화신으로 경배받던 소년이 가장 즐거워한 일은 기름때를 묻히는 거였어요.
이 어린 시절의 태도는 나중에 중요한 결과로 이어져요.
달라이 라마는 망명 이후 과학자들과 매년 대화하는 '마인드 앤 라이프 컨퍼런스'를 직접 만들었어요.
뇌과학자, 물리학자, 심리학자와 함께 앉아 불교와 현대 과학이 어디서 만나는지를 토론하는 모임이에요.
교황이 될 운명으로 자란 아이가 몰래 정비공이 되고 싶어 했다고 상상해 봐요.
그 아이가 교황이 된 뒤에도 공구를 손에서 놓지 않은 거예요.

마오는 작별 인사로 달라이 라마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마디를 남겼어요.
"종교는 독이다(宗教是毒药)."
1954년, 19살의 달라이 라마는 베이징에 초대받았어요.
마오쩌둥은 당시 중화인민공화국의 최고 지도자로, 1950년에 이미 티베트를 무력으로 병합한 상태였어요.
달라이 라마는 그와 여러 차례 회담을 가졌어요.
마지막 날, 작별 인사 자리에서 마오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어요.
목소리는 부드러웠어요.
그런데 말은 달랐어요.
달라이 라마는 자서전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적었어요.
"나는 충격을 받았어요. 그가 나를 그토록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리고 4년 뒤인 1959년, 라싸 봉기가 일어났어요.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지배에 저항해 들고 일어난 사건이에요.
중국군이 진압에 나서자, 달라이 라마는 군인 옷으로 갈아입고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탈출했어요.
14일이 걸렸어요.
그날부터 그는 망명자가 됐어요.
새로 부임한 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당신 부서는 곧 사라질 겁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았어요. 다만 그게 진짜로 일어났다는 게 다른 거예요.

자기 나라를 빼앗긴 망명자가 가해자의 사상을 자기 것이라 부른 데는 이유가 있어요.
달라이 라마는 망명 이후 수십 년간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어요.
"나는 절반은 마르크스주의자, 절반은 불교도예요."
마르크스주의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비판하고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사상이에요.
달라이 라마는 그 평등주의적인 경제관에 동의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마르크스가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 부르며 부정한 부분에는 매번 명확히 선을 그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훨씬 더 놀라운 선언이 있어요.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14대로 환생 계보를 끊을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어요.
달라이 라마의 환생 전통이 이어진 지 거의 600년이 됐는데, 그걸 스스로 종료하겠다는 거예요.
이유는 중국이에요.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가 죽은 뒤 자기네가 직접 15대를 지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요.
그러자 달라이 라마는 말했어요. "내가 환생을 안 하면, 중국이 지명할 15대도 없는 거예요."
자기 집을 부순 적의 사상 일부는 인정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계보조차 적의 손에 넘기지 않겠다고 결심한 거예요.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이면서 환생을 포기하는, 이 두 가지가 한 사람 안에 함께 있어요.
신의 화신으로 태어난 사람이 자기 자신의 신성을 손수 끊겠다고 할 때, 그것은 패배인가요, 아니면 마지막으로 남은 선택인가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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