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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마르파의 부모는 이 아들이 누군가를 죽일까 봐 멀리 보냈어요.
1012년 히말라야 남쪽 산악 지역 로닥의 부유한 농가에서 태어난 마르파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너무 거칠어서 부모가 손을 댈 수 없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학교에서 매일 싸움을 일으켜 전학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부모는 당시 티베트 최고의 번역가였던 드록미 로짜와에게 마르파를 보냈어요.
드록미 로짜와는 인도 경전을 티베트어로 옮기는 일을 하던 11세기의 언어 전문가였어요.
오늘날로 치면 유명 대학의 석학 교수에게 사고뭉치 아들을 맡긴 셈이에요.
하지만 마르파는 드록미의 수업료가 터무니없이 비싼데다 가르침도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결국 마르파는 결단을 내렸어요.
직접 인도로 가겠다고요.
부모가 사고를 막으려고 시킨 공부가, 결국 까귀파라는 티베트 불교 한 종파 전체의 출발점이 됐어요.
까귀파는 마르파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티베트 불교의 주요 종파 중 하나예요.

마르파는 가르침을 황금으로 샀어요.
평생에 걸쳐 죽음의 산 히말라야를 세 번 건너 인도까지 갔어요.
그때마다 가족의 토지를 팔아 황금 가루로 바꿔 들고 갔어요.
도적, 맹수, 고산병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고, 한 번의 여행에 수년이 걸렸어요.
그 황금은 스승 나로파에게 가르침의 대가로 바쳤어요.
나로파는 인도 나란다 사원에서 학장까지 지냈지만 그 자리를 스스로 버리고 떠난 요기로, 당시 인도에서 손꼽히는 스승이었어요.
마지막 여행에서 준비한 황금을 다 바쳤을 때, 나로파가 물었어요.
"한 톨 더 없냐?"
마르파는 옷 솔기에 숨겨두었던 마지막 황금까지 꺼냈어요.
사기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로파의 요구는 황금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어요.
"마지막 것도 내놓을 수 있는가"를 보는 시험이었으니까요.

마르파는 승려가 아니었어요.
결혼한 농부였어요.
평생 비구 승려가 되지 않고, 다그메마라는 아내와 결혼해 일곱 자녀를 두었어요.
다그메마는 '자아가 없는 여인'이라는 뜻의 이름이에요.
마르파는 로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제자들을 가르쳤어요.
마르파는 큰아들 다르마 도데를 후계자로 키웠어요.
그런데 결혼식 직후 다르마 도데가 말에서 떨어져 죽었어요.
깨달은 스승이라 불리던 마르파는 아들의 시신 앞에서 통곡했어요.
제자들이 물었어요.
"왜 우십니까? 스승님이 가르치신 것과 다르지 않습니까?"
마르파는 답했어요.
"비통한 건 비통한 거다."
가르침을 안다고 해서 슬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마르파는 그걸 숨기지 않고 보여줬어요.

마르파는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대신, 9년 동안 돌탑을 짓고 부수게 했어요.
밀라레파가 마르파를 찾아온 건 회개 때문이었어요.
흑마술로 친척 35명을 죽인 살인자였던 밀라레파는 죄를 씻으려 마르파의 문을 두드렸어요.
하지만 마르파는 가르침을 주는 대신, 혼자서 거대한 돌탑을 지으라고 명령했어요.
밀라레파가 탑을 거의 완성할 때마다 마르파는 말했어요.
"자리를 잘못 잡았어. 다 부수고 다시 지어."
등에 살이 찢어지고 고름이 흘러도 멈추라는 말은 없었어요.
9년이 흘렀어요.
마지막으로 지은 9층 돌탑 세카르 구톡은 지금도 티베트 남부에 실제로 남아 있어요.
세카르 구톡은 마르파의 지시로 세운 9층 석탑으로, 오늘날 역사 유적지로 보존 중이에요.
탑이 완성된 뒤에야 마르파는 가르침을 전했어요.
결국 밀라레파는 후계자가 됐어요.
가르침을 가장 늦게 받은 제자가, 가장 위대한 후계자가 된 거예요.
밀라레파가 9년을 버틴 건 뭔가를 이해해서가 아니었어요.
이해하기 전에 먼저 부서진 거예요.
마르파는 가르침을 주기 전에, 그것을 담을 그릇을 먼저 만든 거였어요.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반복하고 있는 그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은, 정말로 의미가 없는 걸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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