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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미적분 표기법을 만든 사람은 라이프니츠인데, 미적분을 발명한 사람은 뉴턴으로 기록됐어요.
이 두 문장이 동시에 사실이에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1684년, 라이프니츠는 당시 독일어권 최대 학술지였던 악타 에루디토룸에 미적분 논문을 발표해요.
우리가 지금도 쓰는 적분 기호 ∫와 미분 표기 dx, dy가 처음 세상에 등장한 순간이에요.
논문은 공개됐고, 유럽 수학자들이 그 표기법을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뉴턴이 분개했어요.
자신이 1660년대에 이미 유율법을 완성했는데, 라이프니츠가 그것을 보고 베꼈다는 거예요.
유율법은 뉴턴이 독자적으로 만든 미적분 체계로, 오늘날 우리가 배우는 것과 같은 내용인데 표기법이 달랐어요.
1712년, 영국 왕립학회는 위원회를 꾸려 누가 먼저인지 조사하기 시작해요.
결과는 예상대로 뉴턴의 우선권을 인정하는 보고서로 나왔어요.
문제는 그 보고서를 뉴턴 본인이 익명으로 작성했다는 거예요.
오늘날로 치면, 신제품을 먼저 출시했는데 경쟁사 CEO가 직접 심판 자리에 앉아 손수 "저쪽이 베꼈습니다"라는 조사 결과를 써낸 격이에요.
라이프니츠는 그 정치 싸움에서 졌어요.
하지만 지금 수학 교과서를 펼쳐보면 ∫, dx, dy가 거기 있어요.
뉴턴이 쓴 유율법 기호는 교과서 어디에도 없어요.

오늘날 모든 컴퓨터의 0과 1은, 라이프니츠가 중국의 점술서에서 한 번 더 확인한 것이에요.
"한 번 더"라는 표현이 핵심이에요.
라이프니츠는 이진법을 1679년부터 이미 혼자 연구하고 있었거든요.
1701년, 베이징에 파견된 가톨릭 선교단체 예수회의 선교사 부베가 라이프니츠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내요.
동봉된 건 주역 64괘의 도표였어요.
주역은 고대 중국의 점술서로, 끊긴 막대(음)와 이어진 막대(양)를 여섯 개씩 조합해 64가지 패턴을 만들어놓은 책이에요.
라이프니츠는 그 도표를 보자마자 뭔가를 알아챘어요.
음을 0, 양을 1로 바꾸면, 자신이 수년째 연구하던 이진법 체계와 정확히 일치하는 거예요.
3000년 전 동아시아 점술가들이 라이프니츠와 동일한 구조를 이미 발견해놓은 셈이에요.
엑셀 함수 구조를 우연히 펼친 타로 카드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충격이에요.
그리고 그 0과 1이 지금 여러분 손에 들린 스마트폰의 모든 연산을 움직이고 있어요.

라이프니츠가 죽기 직전까지 완성하지 못한 작업은 미적분 후속작이 아니라, 고용주의 족보였어요.
1676년부터 1716년까지 그의 공식 직함은 하노버 공국 궁정 사서였어요.
그런데 실제 주된 임무는 책 관리가 아니었어요.
임무는 브라운슈바이크 가문의 족보를 정리하는 거였어요.
브라운슈바이크 가문은 하노버 왕가의 뿌리로, 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혈통을 문서로 증명하길 원했어요.
라이프니츠는 직접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수도원을 발로 뛰어다니며 오래된 기록들을 수집해요.
9권짜리 역사서를 기획했지만, 그가 죽는 날까지 완성되지 않았어요.
그 사이에도 미적분을 발표하고, 이진법을 검증하고, 철학 논문을 써냈어요.
노벨상급 연구자에게 40년 동안 임원진 가족사 정리를 시킨 것과 다름없었어요.
그는 여러 차례 하노버를 벗어나 베를린이나 빈에서 본격적인 학술 활동을 하려 했어요.
하지만 고용주는 번번이 막았어요.
족보를 먼저 끝내라는 거였어요.

뉴턴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국장으로 묻힌 그해, 라이프니츠는 하노버의 무명 묘지에 비서 한 명과 함께 남겨졌어요.
두 사람이 같은 세기를 살았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예요.
1716년 11월, 라이프니츠는 통풍 합병증으로 하노버에서 세상을 떠나요.
그의 고용주였던 게오르크 루트비히는 2년 전 영국 왕 조지 1세로 즉위해 런던에 있었어요.
부고를 들었지만, 추도 한마디 보내지 않았어요.
장례식에 나타난 사람은 비서 에크하르트 단 한 명이었어요.
유럽 학계가 "17세기 마지막 보편 천재"라 불렀던 인물의 마지막 자리였어요.
그의 무덤에는 수십 년간 비석조차 세워지지 않았어요.
라이프니츠가 만든 ∫ 기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 수학 교실 칠판에 분필로 쓰이고 있어요.
그 기호를 쓰는 사람들 중에 그 무덤에 오랫동안 비석이 없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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