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베를린 학계가 1854년에 발견한 천재는, 사실 14년 동안 시골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체조 시범을 보이던 교사였다.
카를 바이어슈트라스는 1842년부터 프로이센 변방의 김나지움에서 일했다.
김나지움은 오늘날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학교다.
수학과 물리는 물론, 체조와 서예까지 그의 수업이었다.
그런데 퇴근 후의 바이어슈트라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학생 답안지를 채점하고 나면, 그는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당대 최고 수학자들도 손을 못 대던 문제를 풀었다.
오늘날로 치면,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퇴근 후 자기 방에서 노벨상급 난제를 혼자 연구하는 셈이다.
그가 씨름한 건 아벨 적분 문제였다.
아벨 적분이란 복잡한 대수 방정식 체계를 다루기 위한 특수한 적분으로, 당시 수학계 최전선의 미해결 문제였다.
야코비, 아벨 같은 19세기 최고의 수학자들이 풀다 세상을 떠난 바로 그 문제였다.
14년 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변방에서, 혼자서.

베를린 수학자들은 처음 본 이름의 논문을 읽고, 이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수소문해야 했다.
1854년, 바이어슈트라스는 크렐레 저널에 논문 한 편을 실었다.
크렐레 저널은 당시 독일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수학 학술지로, 오늘날의 네이처에 비견되는 잡지였다.
그런데 저자 소개에는 교수도, 연구원도 아닌 "김나지움 교사"라고 적혀 있었다.
논문 내용은 충격이었다.
야코비와 아벨이 남겨두고 떠난 아벨 함수 문제를, 변방의 고등학교 교사가 완전히 풀어낸 거였다.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은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리고 4년 뒤인 1858년, 바이어슈트라스는 베를린 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석사도, 박사도, 교수 경력도 없이, 논문 한 편으로 학계 정상에 직행했다.
학계의 사다리를 한 칸씩 오른 게 아니라, 사다리 자체를 건너뛰었다.

바이어슈트라스가 1872년 칠판에 그린 곡선은, 200년 미적분의 직관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
수학에서 연속 함수란 곡선에 끊김이 없는 함수를 말한다.
200년간 수학자들은 이렇게 믿었다. "연속이면 거의 모든 곳에서 매끄럽게 휘어진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바이어슈트라스가 발표한 함수는 어디에서나 연속이지만, 어디에서도 미분이 불가능했다.
미분 불가능하다는 건 그 점에서 접선을 그을 수 없다는 뜻이다.
더 쉽게 말하면, 아무리 가까이 확대해도 매끄러운 구간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거다.
산맥을 멀리서 보면 부드러운 능선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함수는 아무리 확대해도 뾰족한 봉우리만 끝없이 나오는 산맥이다.
어느 레벨에서 들여다봐도, 무한히.
수학자들의 반응은 공황에 가까웠다.
에르미트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고 했고, 푸앵카레는 이 함수를 대놓고 "괴물"이라 불렀다.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증명이 완벽했으니까.
결국 이 괴물 함수 하나가, 수학자들이 2세기 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직관을 통째로 폐기시켰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혼란 위에 훨씬 단단한 수학이 다시 세워졌다.

여성의 입학을 금지한 베를린 대학 안에서, 가장 엄격한 수학자가 4년간 한 여자를 비밀리에 가르쳤다.
1870년, 러시아 출신의 소피아 코발렙스카야가 베를린 대학에 입학을 신청했다.
당시 베를린 대학은 여성을 학생으로 받지 않았고, 청강조차 금지였다.
그녀는 거절당했다.
그런데 바이어슈트라스는 그냥 넘기지 않았다.
시험 삼아 그녀에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내줬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풀었다.
그 후 4년간, 바이어슈트라스는 자신의 집 서재에서 코발렙스카야를 직접 지도했다.
강의실이 아닌 개인 서재에서, 규정이 아닌 실력으로.
오늘날로 치면, 채용 규정 때문에 입사하지 못한 인재를 팀장이 4년 동안 개인적으로 키워낸 것과 같다.
1874년, 코발렙스카야는 괴팅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여성 수학자가 됐다.
그녀는 1891년,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바이어슈트라스는 부고를 듣고, 20년간 그녀가 보내온 편지들을 모두 불태웠다.
그가 왜 태웠는지, 그 편지에 무엇이 담겨 있었는지, 우리는 영영 알 수 없다.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