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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구글 검색, 유튜브 추천, 주식 트레이딩 알고리즘.
이 단어들의 어원은 1200년 전 한 사람의 이름이에요.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Muhammad ibn Musa al-Khwarizmi). 9세기 바그다드에서 활동한 페르시아 학자예요.
그의 이름이 12세기 유럽에서 라틴어로 옮겨지면서 'Algoritmi'가 됐고, 그게 오늘날 'Algorithm'이 됐어요.
'김치'가 영어로 넘어가면서 'kimchi'가 되듯, 한 사람의 이름이 발음 변환을 거쳐 보통명사가 된 거예요.
컴퓨터 과학의 핵심 용어 하나가 실은 사람 이름에서 왔다는 뜻이니까요.

알콰리즈미의 본업은 수학자가 아니었어요.
그는 번역가였어요.
9세기 바그다드에는 바이트 알히크마(Bayt al-Hikmah, 지혜의 집)가 있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세계 최대 도서관과 번역소를 합쳐놓은 기관이에요.
압바스 칼리프조, 즉 당시 이슬람 제국의 통치자들이 세운 이곳에서 수백 명의 학자들이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페르시아어 문헌을 아랍어로 옮겼어요.
오늘날 위키피디아가 전 세계 지식을 한 페이지에 모으듯, 9세기 바그다드는 인류 지식의 집결지였어요.
알콰리즈미는 그 학자단의 일원이었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 인도의 수학 문헌들이 그의 손을 거쳤어요.
그런데 번역을 하다가 뭔가를 발견했어요.

0이 없는 세상을 한번 떠올려봐요.
알콰리즈미 이전의 유럽이 그랬어요.
로마 숫자 아시죠? I, V, X, L, C.
이 숫자로 MMXXIII를 손으로 곱해보려면 어떻게 할까요.
자릿수도 없고 0도 없으니, 계산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인도에는 이미 해법이 있었어요.
0부터 9까지 딱 열 개의 숫자로 모든 수를 표현하고, 위치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자릿수 체계예요.
알콰리즈미는 이 체계를 번역하고 정리해 '인도식 계산법(Kitab al-Hisab al-Hindi)'이라는 책으로 펴냈어요.
12세기, 이 책이 라틴어로 번역되면서 'Algoritmi de numero Indorum', 즉 "알고리트미의 인도 수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붙었어요.
유럽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0과 자릿수 개념을 접했어요.
그리고 저자 이름이 그 방법론 전체의 이름이 됐어요.
여기서 반전이 있어요.
우리는 이 숫자들을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러요.
하지만 그 숫자는 인도에서 왔고, 그걸 정리해 세상에 전한 사람은 페르시아인이었어요.

알콰리즈미는 한 단어의 시조가 아니에요.
그는 두 단어의 시조예요.
알콰리즈미는 또 다른 책을 썼어요.
한국어로 옮기면 대략 "이항과 대조에 관한 간략한 계산서" 정도가 되는 긴 제목의 책이에요.
그 제목에 '알자브르(al-jabr)'라는 단어가 들어가요.
아랍어로 "부서진 것을 다시 맞추다"는 뜻이에요.
방정식에서 한쪽의 항을 반대편으로 옮겨 식을 정리하는 조작을 그렇게 불렀어요.
이 단어가 12세기 라틴어로 번역될 때 'Algebra'가 됐어요.
우리가 중학교 수학 시간에 처음 만나는 대수학이에요.
한 사람이 'Algorithm'과 'Algebra', 컴퓨터 과학과 수학의 기반 단어 두 개를 동시에 남긴 거예요.
한 작곡가가 클래식과 재즈 두 장르의 시조가 된 것과 비슷한 이야기인데, 어쩌면 그것보다 훨씬 넓은 영향력이에요.
오늘 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탓하며 새벽 두 시에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때, 그 '알고리즘'이라는 단어가 1200년 전 바그다드 번역가 한 명의 이름이었다는 게 머릿속에 남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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