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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브렌든 아이크는 1995년 5월, 말 그대로 10일 만에 하나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뚝딱 만들어냈어요.
넷스케이프는 당시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회사예요.
갓 입사한 아이크에게 경영진은 단호하게 지시했어요. "브라우저 안에서 돌아가는 작은 언어, 빨리 만들어."
10일이 얼마나 짧은 건지 느끼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요즘 스타트업에서 로그인 화면 하나 만드는 데도 2주는 잡아요.
아이크는 그 기간에 언어 전체를 설계했어요.
그렇게 나온 첫 프로토타입의 이름은 모카(Mocha)였어요.
커피 이름처럼 들리는 이 언어는, 마감에 쫓겨 급조된 결과물이었어요.
정작 아이크 본인은 이 언어가 30년 뒤 세상을 지배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예요.

이 언어의 원래 이름은 JavaScript가 아니었어요.
모카에서 라이브스크립트(LiveScript)로 한 번 바뀌었다가, 1995년 12월에 갑자기 'JavaScript'로 최종 확정됐어요.
왜냐고요? 당시 IT 업계를 뒤흔들던 자바(Java)의 인기를 등에 업기 위해서였어요.
자바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만든 언어로, "한 번 만들면 어디서든 돌아간다"는 혁신적 개념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었어요.
넷스케이프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마케팅 제휴를 맺고, 자바의 인기를 빌리기 위해 이름을 바꿨어요.
그냥 햄이 잘 팔리니까 '햄버거'라는 이름을 갖다 붙인 격이에요.
그런데 이 두 언어는 이름만 비슷할 뿐, 내부 구조가 완전히 달라요.
자바는 엄격하고 체계적이고, JavaScript는 빠르게 뭔가를 만들 수 있도록 느슨하게 설계됐어요.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둘을 같은 가족으로 오해해요.

JavaScript가 인기를 끌자마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이걸 통째로 베껴버렸어요.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JavaScript를 역공학으로 분석해 JScript라는 자체 버전을 내놨어요.
역공학이란 완성된 제품을 뜯어보고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기술인데, 쉽게 말하면 레시피를 몰래 훔쳐다 살짝 바꿔 자기 메뉴로 내놓은 셈이에요.
그 결과가 황당했어요.
같은 코드를 써도 넷스케이프 브라우저에서는 멀쩡히 작동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는 화면이 깨지는 사태가 일상이 됐어요.
개발자들은 "이 코드, 익스플로러에서는 될지 모르겠는데"라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
이 혼란을 막기 위해 1997년, 국제 기구 ECMA가 나서서 JavaScript의 공식 표준 규격을 만들었어요.
이게 ECMAScript예요.
특정 회사가 마음대로 언어를 바꿀 수 없도록 규칙을 국제 규격으로 못 박은 거예요.
그런데 이후 ECMAScript 4라는 대대적 업그레이드 시도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어요.
그 여파로 JavaScript는 한동안 발전이 멈춰버렸어요.
한때는 진짜로 사라질 뻔한 언어였어요.

사라질 것 같던 JavaScript가, 지금은 인터넷의 공용어가 됐어요.
결정적 전환점은 2009년이었어요. 라이언 달(Ryan Dahl)이 Node.js를 발표하면서, JavaScript는 브라우저라는 우리를 탈출했어요.
Node.js란 브라우저 밖 서버에서도 JavaScript가 실행되도록 해주는 환경으로, 이로써 웹 페이지를 꾸미던 보조 언어가 서버까지 장악하게 됐어요.
오늘날 깃허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1위가 JavaScript예요.
웹 앱, 모바일 앱, 데스크톱 프로그램, 심지어 우주선 인터페이스까지 JavaScript가 침투해 있어요.
단 하나의 언어가 이 모든 곳에 쓰이는 건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이에요.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이상한 마지막 장면이 있어요.
브렌든 아이크는 2014년, 자신이 공동 창립한 모질라 재단의 CEO 자리에 올랐어요.
모질라는 넷스케이프의 후신으로,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만드는 비영리 단체예요.
하지만 아이크는 취임 후 11일 만에 정치적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어요.
자기가 10일 만에 만든 언어보다 짧은 임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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