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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백과전서 1권이 인쇄되기도 전에, 편집장은 이미 감옥에 있었어요.
1749년,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맹인에 관한 편지'라는 짧은 책을 펴냈어요.
내용은 단순했어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신을 직접 본 적이 없으니, 신을 믿을 이유가 없다."
그 문장 하나가 프랑스 왕실의 심기를 건드렸어요.
디드로는 체포돼 파리 외곽의 뱅센 요새 감옥에 100일간 갇혔어요.
뱅센은 일반 감옥이 아니에요. 왕이 직접 명령을 내려야 가둘 수 있는 왕실 요새예요.
문제는 타이밍이었어요.
그가 잡힌 건 백과전서 편집을 막 시작한 직후였어요.
백과전서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 책에 담겠다는 프로젝트였어요. 오늘로 치면 인터넷 이전 시대의 위키피디아예요.
출판업자들은 패닉 상태였어요.
디드로 없이는 사업 자체가 날아가버리는 상황이었거든요.
회사 첫 출근 일주일 만에 편집장이 구속된 셈이니까요.
결국 디드로는 100일 후 석방됐어요.
석방 조건은 다시는 왕실이 불편해할 글을 쓰지 않겠다는 서약이었어요.
디드로는 서약했어요. 그리고 평생 그 서약을 어겼어요.
함께 시작한 사람은 떠났고, 남은 건 디드로 한 명이었어요.
백과전서는 원래 혼자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어요.
디드로에게는 공동 편집자가 있었어요. 달랑베르, 당시 프랑스 최고의 수학자로 꼽히던 사람이에요.
둘이 함께 편집장을 맡아 지식의 목록을 만들어갔어요.
그런데 1758년 7권이 나오자마자 종교계의 공격이 쏟아졌어요.
가톨릭 교회는 백과전서가 신앙을 흔드는 위험한 책이라며 발행 금지를 요구했어요.
프랑스 정부도 압박에 가세했어요.
달랑베르는 그 순간 손을 뗐어요.
편집장 자리를 내놓고 조용히 떠났어요.
가장 위험한 시점에, 가장 똑똑한 사람이 빠진 거예요.
스타트업에서 공동창업자가 자금난이 터지자 지분만 챙기고 사라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에요.
디드로는 혼자 남아 나머지 10권을 책임져야 했어요.
하지만 그는 달랑베르를 비난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어요. 계속 일했어요.
결국 달랑베르가 없는 자리에서 더 긴 싸움이 시작됐어요.
집필자를 모으고, 검열을 피하고, 정부의 눈을 속이면서 편집을 이어갔어요.
27년짜리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을, 혼자서.
디드로의 백과전서를 가장 심하게 검열한 것은 왕도 교회도 아니었어요. 그의 출판업자였어요.
1764년, 디드로는 마침내 마지막 권의 인쇄본을 받아들었어요.
20년 넘게 쓰고 고치고 싸워온 원고였어요.
그런데 책장을 넘기자마자 뭔가 이상했어요.
원고에 있던 문장들이 사라져 있었어요.
그것도 한두 군데가 아니었어요. 가장 날카롭고 가장 중요한 문장들이 통째로 빠져 있었어요.
출판업자 르 브르통이 한 짓이었어요.
정부의 눈에 걸릴 것 같은 문장들을 몰래 잘라내고 인쇄했어요.
디드로에게 허락을 구하지도, 사전에 알리지도 않았어요.
디드로는 르 브르통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20년의 노동이 한 줌의 종이로 변했다."
분노보다 더 깊은 감정, 배신당한 사람의 탈진이 그 문장에 담겨 있었어요.
몇 년간 쓴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는데, 인쇄된 책을 받아보니 핵심이 빠져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그 잘라낸 사람이 바로 내 편이라고 믿었던 파트너라면요.
디드로가 겪은 건 딱 그거였어요.
결국 잘린 문장들은 영원히 복원되지 않았어요.
르 브르통이 삭제한 원본 원고는 남아 있지 않아요.
디드로가 진짜 하려던 말 중 일부는 지금도 아무도 읽지 못했어요.
프랑스가 디드로를 버린 자리에, 러시아 여제가 들어섰어요.
1765년, 디드로는 딸의 결혼 지참금을 마련해야 했어요.
당시 프랑스에서는 신부 측이 상당한 재산을 지참금으로 내놓아야 했어요.
하지만 디드로에게는 돈이 없었어요. 평생 책만 쓰고 살았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가장 소중한 것을 팔기로 했어요.
평생 모은 서재, 그의 모든 책과 원고였어요.
그게 유일한 재산이었어요.
그 소식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흘러들어갔어요.
예카테리나 2세, 러시아 제국의 여제가 그 소식을 들었어요.
예카테리나 2세는 계몽주의 사상에 깊이 빠진 군주였어요. 볼테르, 루소와도 편지를 주고받던 사람이에요.
그녀가 제안한 조건이 놀라웠어요.
"책은 그냥 파리에 두세요. 살아 있는 동안은 당신이 계속 쓰면 되고요. 대신 당신을 내 사서로 임명하겠어요. 매년 급여를 보내드릴게요."
책을 사면서 저자에게 평생 월급까지 얹어준 거예요.
프랑스 왕은 자국의 가장 위대한 편집자를 감옥에 보냈어요.
그런데 외국의 황제는 그에게 월급을 보냈어요.
디드로는 평생 프랑스를 떠나지 않았지만,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러시아에 있었어요.
백과전서 마지막 권이 나온 건 1772년 무렵이에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1745년경이니, 꼭 27년이 넘는 시간이에요.
감옥, 배신, 검열, 그리고 외국 황제의 후원. 그 모든 것을 통과하고 나서야 책이 완성됐어요.
한 사람이 27년간 무언가에 매달렸다는 건, 그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었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디드로에게 백과전서는 무엇이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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