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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한비자는 말을 더듬었어요.
그래서 그가 쓴 책이 더 무서워졌어요.
한나라 시대 역사가 사마천이 쓴 역사서 사기(史記) '노자한비열전'은 이렇게 기록해요.
"한비자는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爲人口吃)."
회의 자리에서는 한 마디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 좌절이 붓을 들게 했어요.
입으로 설득할 수 없으니, 글로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거든요.
결국 그가 남긴 '한비자' 55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 설계도가 됐어요.
오늘날로 치면 이런 사람이에요.
회의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다가, 집에 돌아와 슬랙에다 모든 논리를 완벽하게 정리해서 보내는 사람.
말이 막히면 글이 열리는 거예요.

진시황은 한비자의 책 한 권을 읽고 그의 조국에 군대를 보냈어요.
훗날 중국 최초의 황제가 되는 진왕 정(政)은 한비자가 쓴 '고분(孤憤)'과 '오두(五蠹)' 두 편을 읽다가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이 사람을 만나 함께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사마천의 사기에 직접 기록된 말이에요.
그 말이 행동으로 이어진 방식이 충격적이에요.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회를 찾아가는 게 아니었어요.
그를 데려오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나라를 군사적으로 압박한 거예요.
결국 한(韓)나라는 어쩔 수 없이 한비자를 사신으로 진나라에 보냈어요.
책 한 권의 힘으로 나라가 움직인 거예요.

한비자를 죽인 사람은 그와 같은 스승 밑에서 글을 배운 동문이었어요.
이사(李斯)와 한비자는 전국시대 유학자 순자(荀子) 문하의 동기였어요.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고 주장한 사상가예요.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스승에게 배운 사이, 그 이사가 진나라 재상의 자리에 오른 뒤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한비자는 한나라 왕족이에요. 결국 진을 배신할 거예요."
이사가 진왕에게 건넨 말이에요.
사실은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봐 두려웠던 거였지만, 그 모함은 정확히 먹혔어요.
한비자는 옥에 갇혔어요.
그리고 기원전 233년, 이사가 보낸 독약이 감옥으로 들어왔어요.
한비자는 그 독을 마시고 죽었어요.
여기서 진짜 아이러니가 터져요.
한비자는 바로 그 '한비자' 55편에서 신하들이 서로 모함하고 군주가 변심하는 패턴을 누구보다 정밀하게 분석한 사람이었어요.
함정의 설계자가 자기가 그린 함정에 빠진 거예요.
같은 대학원 동기가 먼저 임원이 된 뒤, 당신이 입사한 회사에서 당신을 모함해 쫓아낸 정도가 아니에요.
아예 제거한 거예요.

한비자의 책이 가장 먼저 무너뜨린 나라는 그가 평생 구하려 했던 한(韓)나라였어요.
한비자가 독을 마시고 죽은 지 3년 뒤인 기원전 230년, 진나라는 전국시대 일곱 나라를 차례로 정복하기 시작했어요.
그 첫 번째가 한나라였어요.
한비자가 평생 강조한 법(法), 술(術), 세(勢)가 진시황 천하통일의 이론적 뼈대가 됐거든요.
법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이에요.
술은 군주가 신하를 꿰뚫어 다루는 기술이에요.
세는 군주가 가진 권력의 무게예요.
이 셋을 갖춘 나라가 결국 이긴다고 한비자는 주장했어요.
하지만 그 논리를 실행한 건 진나라였고, 그 칼날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한나라였어요.
자기 회사의 보안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그게 경쟁사로 넘어가 자기 회사를 가장 먼저 해킹하는 무기가 된 거예요.
한비자는 알았을까요.
자신이 쓴 글이 자신의 조국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거라는 걸.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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