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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공자가 죽고 한 세대 뒤, 한 목수 출신 사상가가 공자의 핵심 가르침을 정면으로 반박했어요.
그의 이름은 묵자(墨子), 기원전 470년경에 태어난 인물이에요.
공자는 "사랑은 가까운 사람부터"라고 가르쳤어요.
부모를 가장 사랑하고, 형제를 그다음, 이웃은 그다음이라는 거예요.
오늘날로 치면 "가족을 먼저 챙기는 게 당연하다"는 상식이에요.
묵자는 이걸 정면으로 거부했어요.
"차별 없이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라."
이게 바로 겸애(兼愛)예요. 남의 나라 백성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내 가족과 똑같이 대하라는 거예요.
당시로선 완전히 이단적인 주장이었어요.
그래서 공자 이후 그렇게 많은 유가 학자들이 있었는데도, 묵자처럼 "그 전제부터 틀렸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사람은 없었어요.
묵자는 귀족 출신도 아니었어요.
목수나 기술자 계층 출신으로 추정돼요.
오늘날로 치면 공장 현장직 출신이 당대 최고 베스트셀러 인문서에 정면으로 반대 의견서를 낸 셈이에요.
그리고 반전이 있어요.
당시 묵가는 유가와 함께 양대 학파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컸어요.
하지만 한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면서 묵가는 완전히 사라졌고, 2천 년간 역사 속에 묻혔어요.

묵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열흘 밤낮을 걸었어요.
무기는 없었고, 발은 부르터 있었어요.
이건 『묵자』 「공수(公輸)」 편에 실제로 기록된 이야기예요.
초나라가 송나라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묵자는, 노나라에서 초나라 도성까지 걸어갔어요.
열흘 밤낮이었고, 도착했을 때 그의 옷은 찢겨 있었어요.
군대도 없고, 왕의 명도 없고, 돈도 없었어요.
딱 하나, "이 전쟁은 잘못됐다"는 확신만 있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날 전쟁을 막겠다고 비행기도 없이 걸어서 국경을 넘어간 NGO 활동가를 떠올리면 돼요.
겸애는 그냥 철학이 아니었던 거예요.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라"는 말이 실제로 의미하는 건, 송나라 백성도 내 이웃만큼 소중하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걷지 않을 수 없었던 거예요.

묵자는 초왕 앞에서 허리띠를 풀어 성벽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9번을 막아냈어요.
초왕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어요.
당대 최고의 기술자 공수반(公輸盤)이 만든 신무기 운제(雲梯)였어요.
운제는 성벽을 넘기 위한 거대 사다리 장비로, 당시엔 최신 전쟁 기술이었어요.
초왕 입장에서는 이미 이긴 전쟁이었던 거예요.
묵자는 말 대신 시뮬레이션을 택했어요.
허리띠를 풀어 성벽으로 삼고, 나무토막을 무기로 삼아 공수반과 9차례 공격과 방어를 직접 벌였어요.
공수반이 9번 공격했고, 묵자는 9번 모두 막아냈어요.
PPT 발표 대신 실제 시제품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번 해봐요"라고 한 엔지니어 같은 장면이에요.
왕은 굴복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묵자는 한 가지를 더했어요.
"제 제자 300명이 이미 송나라 성벽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를 죽여도 전쟁은 막혀 있어요."
이 말 한 마디가 결정타였어요.
초왕은 침공 계획을 접었어요.

평화를 외친 학파가 가장 군대처럼 움직였어요.
그리고 그래서 사라졌어요.
묵가는 단순한 토론 모임이 아니었어요.
거자(鉅子)라는 최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준군사 조직이었어요.
거자는 오늘날로 치면 군 사령관과 종교 지도자를 합친 자리예요.
약소국이 침략을 당하면 제자들이 직접 출동해서 성을 방어해줬어요.
비폭력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소방팀처럼 움직이는 국제 구호단체에 가까웠어요.
더 놀라운 건 조직의 기율이에요.
『여씨춘추』라는 역사서에 따르면, 거자가 "죽으라" 명하면 제자들은 실제로 죽었어요.
목숨까지 건 조직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바로 이 조직력이 묵가를 무너뜨렸어요.
한나라가 중국을 통일했을 때, 황제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이 뭘까요.
사상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는 군사 조직이에요.
유가는 흡수하면 됐지만, 묵가는 해체해야 했어요.
겸애를 실천하려다 너무 잘 조직됐고, 너무 잘 조직됐기 때문에 권력에게 위험했던 거예요.
열흘을 걸어 전쟁을 막은 사람의 사상이 가장 오래 잊혔어요.
묵자가 들으면 뭐라고 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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