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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도겐의 모든 사상은 8살 소년이 던진 한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그 질문은 이랬어요: "사람이 본래 부처라면, 왜 굳이 수행해야 하지?"
도겐은 1200년에 태어나 3살에 아버지를 잃고, 8살에 어머니마저 잃었어요.
그 슬픔을 안고 13살에 히에이산(比叡山)에 들어갔어요.
히에이산은 일본 천태종의 본산으로, 당시 일본에서 가장 큰 불교 교육 기관이에요.
거기서 그는 스승들에게 물었어요.
"우리가 이미 깨달아 있다면, 수행은 왜 하는 겁니까?"
하지만 일본의 어떤 스승도 납득할 만한 답을 주지 못했어요.
오늘날로 치면 이런 모순이에요.
"너는 이미 합격이야"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매일 학원에 나와야 하는 학생의 처지예요.
"충분하다"는 말이 오히려 그를 더 먼 곳으로 이끌었어요.
도겐이 송나라에서 처음 만난 스승은 불경이 아니라 표고버섯이었어요.
1223년, 24살의 도겐은 답을 찾아 송나라 중국으로 건너갔어요.
닝보 항구에 도착했지만 입항 허가를 기다리며 배 위에서 발만 구르고 있었어요.
그때 60대쯤 된 노승이 나타났어요.
그는 절에서 무려 60리를 걸어와 표고버섯을 사러 온 것이었어요.
60리는 오늘날로 약 24킬로미터, 서울에서 수원까지의 거리예요.
알고 보니 그는 절의 전좌(典座)였어요.
전좌란 부엌 살림 전체를 책임지는 승려예요.
요즘 말로 하면 절의 주방장 겸 총무과장이죠.
도겐이 말했어요.
"스님, 이런 일은 젊은 사람에게 시키시면 안 됩니까?"
그러자 노승이 답했어요.
"다른 사람은 내가 아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이냐(他不是吾, 更待何時)."
도겐은 멍해졌어요.
명문대 교수를 만나러 유학 갔다가, 정작 인생을 바꾸는 한 마디를 식당 아주머니에게 들은 셈이었죠.
위대한 가르침이 반드시 위대한 자리에서 온다는 생각, 그것이 첫 번째로 무너진 순간이에요.
도겐은 깨달음을 얻으려 앉지 말고, 그냥 앉으라고 했어요.
그는 중국 천동산의 여정(如淨) 선사를 만나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리고 1227년, 4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왔어요.
사람들이 물었어요.
"중국에서 무엇을 가져오셨습니까?"
도겐의 답이 걸작이에요.
"안횡비직(眼橫鼻直)을 알고 빈손으로 돌아왔소."
"눈은 가로로 있고, 코는 세로로 달려 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죠.
하지만 그 뜻은 이래요: 있는 그대로가 진리다, 뭔가 특별한 것을 더 얻어온 게 없다.
그가 일본에 전한 수행법은 지관타좌(只管打坐)예요.
'그냥 앉는다'는 뜻이에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앉는 것이 아니라, 앉는 것 자체가 이미 깨달음이라는 가르침이죠.
시험 합격을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합격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8살 소년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 있었던 거예요.
"왜 수행하느냐"가 아니라 "수행 자체가 그것"이라는 뒤집기였죠.
도겐은 천황의 자줏빛 옷을 세 번 돌려보냈어요.
1247년 무렵, 고사가(後嵯峨) 천황이 도겐에게 자의(紫衣)를 하사하려 했어요.
자의란 자줏빛 가사로, 최고위 승려에게만 허락되는 의복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국가 최고 훈장을 수여하는 것과 같아요.
도겐은 거절했어요.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거절했어요.
그러고는 권력에서 가장 먼 후쿠이 산속으로 들어가 에이헤이지(永平寺, 영평사)를 세웠어요.
거기서 그는 엄청난 일을 해냈어요.
당시 불교 경전은 한문으로만 쓰여 있었어요.
중세 유럽에서 라틴어 성경처럼, 한문은 일반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언어였죠.
도겐은 일본어 가나(かな)로 『정법안장(正法眼蔵)』 95권을 집필했어요.
'쇼보겐조'라고 읽는 이 책은 불교의 핵심 사상을 담은 방대한 저작이에요.
방대한 불교 철학서를 처음으로 모국어로 쓴 셈이에요.
게다가 그는 부엌일 매뉴얼인 『전좌교훈(典座教訓)』도 따로 썼어요.
채소 씻는 법과 설거지하는 법을 담은 이 책을 좌선 경전과 동급으로 취급했어요.
그에게 부엌일은 수행의 준비가 아니라, 수행 그 자체였죠.
표고버섯을 사러 24킬로미터를 걸어온 그 노승에게 배운 것이, 결국 에이헤이지의 부엌에서 꽃피었던 거예요.
8살에 품은 질문 하나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95권의 책이 됐어요.
그리고 지금도 에이헤이지에서는 매일 새벽, 누군가 그냥 앉아 있어요.
깨달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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