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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유럽에서 가장 잘 보이는 망원경을 만든 사람은 천문학자가 아니라, 일주일에 38번 연주회를 잡던 오르간 연주자였어요.
1738년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윌리엄 허셜은 열아홉 살에 혼자 영국으로 건너왔어요.
영국 남서부 온천 도시 바스(Bath)에 자리를 잡아 귀족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교향곡 24편과 협주곡을 작곡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밤이 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요.
직접 청동 거울을 손으로 갈아 망원경을 만들었거든요.
1781년 무렵 그가 완성한 망원경은 영국 왕립학회의 것보다 성능이 더 좋았어요.
왕립학회는 국가 지원을 받는 공식 과학 기관이에요.
취미로 시작한 사람이, 음악 레슨으로 번 돈으로 장비를 만들어, 결국 프로를 추월한 거예요.

허셜이 그날 밤 발견한 것은, 그 자신이 생각하기엔 행성이 아니라 혜성이었어요.
1781년 3월 13일 밤, 허셜은 자기 집 뒷마당에서 평소처럼 별 목록을 만들다 황소자리 근처에서 이상하게 큰 천체를 발견했어요.
그는 이것을 '혜성'이라 왕립학회에 보고했어요.
그런데 몇 달 뒤, 다른 학자들이 궤도를 계산해보니 혜성이 아니었어요.
태양 주위를 크게 도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행성이었어요.
태양계의 일곱 번째 행성, 지금의 천왕성이었어요.
이게 얼마나 큰 발견인지 감이 잘 안 오죠.
고대 바빌로니아 이래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아는 행성은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다섯 개가 전부였어요.
허셜의 발견 하나로 태양계의 크기가 단번에 두 배로 늘어났어요.
허셜은 자신을 후원해준 영국 왕 조지 3세를 기리기 위해 이 행성을 '게오르기움 시두스(Georgium Sidus)', 즉 '조지의 별'이라고 부르려 했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 과학자들이 반발했고, 결국 그리스 신화의 하늘 신 이름을 딴 우라누스(Uranus), 한국어로 천왕성으로 굳어졌어요.

허셜이 망원경을 만들었다면, 그 망원경을 매일 밤 작동시킨 사람은 동생 캐롤라인이었어요.
캐롤라인 허셜은 어릴 적 발진티푸스를 앓아 키가 130cm에서 멈췄어요.
발진티푸스는 세균 감염으로 고열이 오래 지속되는 병인데, 당시엔 치료법이 없었어요.
어머니는 캐롤라인에게 집안일만 가르쳤어요.
그런데 오빠 윌리엄이 그녀를 영국으로 데려왔어요.
처음에는 오빠의 살림을 돌봤지만, 곧 밤마다 망원경 옆에 앉아 별 좌표를 받아쓰는 조수가 됐어요.
관찰 내내 오빠가 눈을 떼지 못하도록, 식은 음식을 직접 떠먹이기도 했어요.
그러다 1786년부터 캐롤라인은 스스로 혜성을 발견하기 시작했어요.
총 8개의 혜성을 직접 찾아냈고, 1787년 조지 3세는 그녀에게 연봉 50파운드를 지급했어요.
이것이 영국 역사상 여성이 과학 연구로 봉급을 받은 최초의 사례였어요.
천왕성 발견의 영광은 오빠 윌리엄에게 돌아갔어요.
하지만 캐롤라인이 없었다면, 그 밤 뒷마당의 망원경은 아마 돌아가지 않았을 거예요.

인류 최초로 보이지 않는 빛을 발견한 사람이, 태양 표면에 사람이 산다는 믿음을 끝내 버리지 못했어요.
1800년, 허셜은 프리즘으로 햇빛을 여러 색으로 펼친 뒤 각 색마다 온도계를 놓았어요.
프리즘은 빛을 무지개처럼 분리하는 유리예요.
그런데 빨간빛이 끝나는 지점 너머, 눈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영역에 온도계를 뒀더니 온도가 가장 높이 올라갔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데 열을 내는 빛이 있었어요.
이것이 적외선(Infrared)이에요.
오늘날 리모컨, 야간 카메라, 체온계가 모두 이 원리로 작동해요.
그런데 같은 사람이, 진지하게 이런 논문을 썼어요.
태양은 차갑고, 두꺼운 구름층에 둘러싸여 있으며, 그 표면에는 태양인(Solarians)이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농담이 아니라 왕립학회에 제출한 학술 논문이었어요.
1789년에는 슬라우(Slough, 런던 서쪽 마을)에 높이 약 12m짜리 '40피트 망원경'을 세웠어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었지만, 너무 무거워 실제 관측에는 거의 쓰지 못했어요.
허셜은 보이지 않는 빛은 발견했지만, 태양인에 대한 믿음은 끝내 내려놓지 않았어요.
천재도 자기 시대의 상상력 안에서 생각한다는 걸, 그는 아주 생생하게 보여줬어요.
어쩌면 지금 우리도, 200년 뒤 사람들이 보기엔 그렇게 보일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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