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796년 5월 14일, 한 의사가 여덟 살 아이의 팔을 칼로 그었어요.
아이 이름은 제임스 핍스, 그 의사의 정원사 아들이었어요.
칼집에 흘려 넣은 건 소에게서 채취한 우두 고름이었어요.
그리고 6주 뒤, 그 의사는 같은 아이에게 이번엔 진짜 천연두 고름을 주입했어요.
천연두는 당시 유럽에서 매년 수십만 명을 죽이던 병이에요.
이건 도박이었어요.
핍스가 살면 이론이 맞는 거고, 죽으면 정원사 아들 하나가 죽는 거죠.
그 의사는 에드워드 제너, 영국 글로스터셔 구석 마을의 시골 의사였어요.
하지만 핍스는 살아남았어요.
제너가 이 실험을 떠올린 건 의학 교과서가 아니라 마을 아낙네들의 수다 덕분이었어요.
글로스터셔 시골에는 오래된 입소문이 하나 있었거든요.
"소젖 짜는 여자는 곰보가 없다."
곰보는 천연두에서 살아남은 사람 얼굴에 남는 흉터예요.
그런데 매일 소와 씨름하는 낙농장 여성들 얼굴엔 그게 없었어요.
사람들은 이유를 몰랐지만, 경험으로 알고 있었어요.
소에게서 옮는 가벼운 병인 우두(牛痘)를 한 번 앓으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제너는 그 민간 지식을 의학으로 끌어올렸어요.
그리고 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서 이름을 따, 이 방법을 'vaccination', 즉 백신 접종이라고 불렀어요.
제너가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 된 건 백신 때문이 아니에요.
왕립학회는 당시 영국 최고 권위의 과학자 단체로, 지금으로 치면 노벨위원회급 엘리트 집단이에요.
제너가 거기서 인정받은 건 뻐꾸기 연구 때문이었어요.
1788년, 그는 갓 태어난 어린 뻐꾸기가 등의 옴폭 파인 부분으로 다른 새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는 사실을 처음 관찰했어요.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막 부화한 새끼가 직접 경쟁자를 제거한다는 건 아무도 몰랐어요.
그런데 바로 그 제너가 1797년 백신 논문을 왕립학회에 제출하자, 학회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게재를 거부했어요.
뻐꾸기 논문엔 박수를 쳤던 사람들이, 백신 논문엔 고개를 저은 거예요.
결국 제너는 자비로 소책자를 찍어 직접 배포했어요.
전쟁 중인 황제가 적국 의사의 편지 한 장에 포로를 풀어줬어요.
1813년,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제너가 나폴레옹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내용은 단순했어요.
"제 동포 영국인 포로들을 석방해 주세요."
나폴레옹의 대답이 돌아왔어요. "제너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 없다."
이유는 하나였어요.
나폴레옹의 군대 전체가 이미 제너의 백신을 맞고 있었거든요.
국적은 적이었지만, 제너가 구한 생명에 국경은 없었어요.
그 백신의 끝은 훨씬 멀리 닿았어요.
천연두는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공식 선언을 받았어요.
"인류가 박멸에 성공한 유일한 전염병."
자연에 존재하던 바이러스를 인류가 완전히 없애버린 건 역사상 단 한 번이에요.
그 시작이 1796년 5월, 정원사 아들 핍스의 팔 위에 있었어요.
핍스가 그날 살아남지 못했다면, 그 선언은 아직도 오지 않았을지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