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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리아바타가 책을 완성했을 때 나이가 겨우 스물셋이었어요.
499년,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 전, 인도 쿠수마푸라의 한 청년이 산스크리트어 운문 121행짜리 책을 써냈어요.
그 책이 『아리아바티야』인데, 산술·대수·삼각법·천문학을 한꺼번에 담은 인도 최초의 종합 과학 저작이에요.
요즘으로 치면 수학 교과서, 물리 교과서, 천문학 개론을 혼자서 한 권으로 묶은 거예요.
그것도 스물셋에.
이 책에서 아리아바타는 원주율을 3.1416으로 계산했어요.
놀라운 건 숫자 자체보다 그 다음에 붙인 한 마디예요.
"이 값은 대략 그렇다." 즉, 자신이 낸 답이 근사치라는 걸 스스로 밝혔어요.
1000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이 값을 더 정확하게 내놓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는 완벽한 척하지 않았어요.
과학자의 태도란 무엇인지, 그 문장 하나가 보여줘요.

아리아바타가 틀렸다고 비난받은 주장이 있어요.
"별이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말이었어요.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발표하기 약 1044년 전 일이에요.
그가 근거로 든 비유가 아직도 쓰일 만큼 명쾌해요.
"배가 강을 거슬러 갈 때, 강기슭의 나무가 뒤로 밀려가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움직이는 건 배인데 나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듯, 도는 건 지구인데 별이 도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같은 시기 유럽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절대 진리로 믿고 있었어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란, 지구가 우주 중심에 고정되어 있고 해와 별이 그 주위를 돈다는 학설이에요.
인도의 스물셋 청년이 그 반대를 주장하고 있을 때, 유럽의 학자들은 그것조차 질문으로 삼지 않았어요.

당시 인도 사람들은 일식이 일어나면 공포에 떨었어요.
라후가 나타난 거라고 믿었거든요.
라후란 힌두 신화에 나오는 악마로, 해와 달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존재예요.
아리아바타는 그 공포에 딴지를 걸었어요.
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면서 생기는 그림자, 월식은 지구의 그림자가 달에 드리우는 결과라고 정확히 계산했어요.
신의 짓이 아니라 그림자의 기하학이었던 거예요.
오늘날로 치면 이런 느낌이에요.
지진을 신의 분노라고 믿던 시대에 누군가 "판이 움직이는 거예요"라고 말한 것과 같아요.
그가 계산한 일식과 월식의 수치는 현대 천문학과 비교해도 오차가 거의 없어요.

아리아바타가 옳았음에도 인도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한 세대 뒤, 브라마굽타라는 7세기 인도의 대표 천문학자가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했거든요.
"지구가 돈다면 새가 어떻게 둥지로 돌아와요?" 브라마굽타의 반론은 그랬어요.
아리아바타의 자전설은 본국에서 600년간 외면당했어요.
예언자가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공식은 과학사에서도 예외가 없었어요.
그런데 8세기 바그다드에서 반전이 일어났어요.
당시 아바스 왕조의 학자들은 전 세계의 지식을 아랍어로 번역하는 대사업을 벌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아리아바티야』를 번역해 '아르자바르'라고 불렀어요.
아리아바타가 쓴 십진법 체계와 영(0)의 개념이 이 번역을 통해 서쪽으로 흘러갔어요.
알콰리즈미, 오늘날 'algorithm'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 9세기 수학자가 그 지식을 다듬어 유럽으로 전달했어요.
즉, 지금 우리가 쓰는 숫자 0과 열 개의 숫자 체계는 아리아바타에서 바그다드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간 거예요.
그를 버린 나라가 아니라 그를 알아본 이방인들이 그의 이름을 살렸어요.
499년에 쓰인 121행짜리 책이 지금 우리가 계산기를 두드릴 때마다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는 게, 어쩌면 가장 긴 복수가 아닐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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