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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582년 10월 4일의 다음 날은 10월 15일이었어요.
교황이 펜 한 번으로 열흘을 지워버렸거든요.
그날 아침, 유럽 사람들은 자고 일어나니 달력에서 10일이 사라진 걸 알게 됐어요.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통째로 없어진 거예요.
생일이 그 열흘 안에 들어 있었다면, 그 해 생일은 그냥 없는 셈이에요.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교서를 발표한 건 달력의 오차를 바로잡기 위해서였어요.
당시 유럽이 쓰던 율리우스력은 1년을 365.25일로 계산했는데, 실제 지구 공전 주기보다 11분 14초 길었어요.
11분이 사소해 보이지만, 1,300년 동안 쌓이면 열흘이 돼요.
문제는 그 열흘이 단순히 "지워진" 게 아니었다는 거예요.
임금 받는 날, 집세 내는 날, 빌린 돈 갚는 날이 그 안에 들어 있었거든요.
일부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어요.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외쳤어요.
"내 10일을 돌려달라!"
월급도 임차료도 갑자기 애매해졌다며 항의한 거예요.
결국 오늘날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이 탄생한 건 누군가의 철학 때문이 아니라, 오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이 새 달력이 전 세계로 퍼지는 데는 300년이 더 걸렸어요.
러시아는 1918년에야 받아들였고, 그래서 10월 혁명은 서양 달력으로는 11월에 일어났어요.

18세기 선원들에게 시간은 생사의 문제였어요.
시계가 1분 어긋나면 배는 암초로 향했거든요.
바다 위에서 내 위치를 아는 건 지금처럼 GPS를 켜면 되는 일이 아니었어요.
남북으로 얼마나 왔는지, 즉 위도는 별의 높이를 보면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동서로 얼마나 왔는지, 즉 경도를 아는 방법은 아무도 몰랐어요.
비결은 시간이었어요.
지구는 24시간에 한 바퀴 돌아요.
그러니까 런던이 정오일 때 내 배 위가 오전 10시라면, 나는 런던에서 서쪽으로 30도 떨어진 곳에 있는 거예요.
결국 경도를 알려면 "지금 런던은 몇 시인가"를 항상 알아야 했어요.
그건 파도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하는 시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1714년 영국 의회가 경도법(Longitude Act)을 통과시켰어요.
바다에서 경도를 정확히 알아내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 2만 파운드, 오늘날로 치면 수십억 원을 주겠다는 법이에요.
천문학자들은 별의 움직임으로 풀어야 한다고 확신했어요.
그런데 학력도 없는 시계공 한 명이 끼어들었어요.
존 해리슨은 1730년부터 40년에 걸쳐 해상 시계 H1, H2, H3, 그리고 최종 버전 H4를 만들었어요.
H4는 회중시계만 한 크기였는데, 대서양을 81일 동안 항해하면서 단 5초만 틀렸어요.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시계 하나로는 안 된다"며 인정을 거부했거든요.
결국 해리슨은 80세가 되어서야 국왕 조지 3세의 개입으로 상금을 받았어요.

1884년 전 미국에는 시간대가 300개 넘게 있었어요.
시카고와 디트로이트는 시계가 달랐고, 같은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출발 시간을 들고 역에 나타났어요.
지금 내 휴대폰과 옆 도시 시계가 7분씩 다르다고 생각해봐요.
기차표를 사거나 약속을 잡는 일이 도박이 돼요.
당시 미국 철도 회사들은 각 도시의 태양시를 따로 썼고, 기차 시간표 하나에 같은 역의 시각이 두세 가지씩 적혀 있었어요.
그래서 시간을 통일한 건 자연이 아니라 기차였어요.
기차가 충돌하지 않으려면 역마다 같은 시간을 써야 했거든요.
캐나다의 철도 기술자 샌포드 플레밍은 혼돈스러운 열차 시간표를 들여다보다 결론을 내렸어요.
"이건 도저히 안 된다."
플레밍이 제안한 건 지구를 24등분해서 각각 1시간씩 차이를 두는 체계였어요.
그 아이디어가 1884년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 자오선 회의에서 채택됐어요.
25개국 대표가 모여 영국 그리니치를 기준점으로 정하고, 지구 전체를 24개의 시간대로 나눠버린 거예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프랑스가 이 회의에서 기권표를 던졌다는 사실이에요.
그리니치 대신 파리를 기준으로 써야 한다고 버텼거든요.
프랑스는 1911년에야 공식적으로 그리니치 기준을 받아들였어요.

인류가 시간을 통일하고 딱 21년 만에, 한 특허청 직원이 그 통일된 시간이 환상이라고 선언했어요.
1905년, 스위스 베른의 특허청에서 일하던 26살 청년이었어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며 내놓은 주장은 이거예요.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는 거예요.
빠르게 움직일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게 핵심이에요.
비유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두 사람이 동시에 출발했는데, 한 명은 제트기를 타고 한 명은 걸어갔어요.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의 시계는 아주 미세하게 다른 시각을 가리켜요.
빠르게 움직인 사람의 시계가 조금 덜 간 거예요.
일상 속도에서는 차이가 너무 작아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우주적 속도에서는 이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나요.
이게 지금 이 순간 우리 손 안에서 작동하고 있어요.
GPS 위성은 지구 상공 약 2만 km에서 시속 1만 4천 km로 돌아요.
그 속도와 높이 때문에 위성의 시계는 지상 시계보다 하루에 38마이크로초 빠르게 흘러요.
이걸 보정하지 않으면 GPS 위치가 매일 약 10km씩 어긋나게 돼요.
길을 찾을 때마다, 배달 위치를 확인할 때마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아인슈타인의 이론 덕을 보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보는 시계의 숫자, 그게 과연 "진짜 시간"일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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