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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상징이지만, 정작 슈뢰딩거는 그 이론을 비웃으려 고양이를 가뒀어요.
1935년, 그는 논문 한 편에 이런 사고실험을 적었습니다.
강철 상자 안에 고양이, 방사성 원자, 청산가스 장치를 함께 넣는다는 내용이었어요.
당시 물리학계의 주류였던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관측하기 전까지 원자는 '붕괴한 상태'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가 동시에 존재해요.
쉽게 말해,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고양이는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다는 거예요.
슈뢰딩거는 이 논리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게 얼마나 황당한지 보여줄게"라는 심보로 고양이를 꺼낸 거였는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회의에서 동료 의견이 엉터리라며 농담으로 든 비유가, 다음 날 회사 전체의 공식 슬로건이 된 상황이라고 보면 딱 맞아요.
결국 그가 비웃기 위해 만든 사고실험은, 오늘날 양자역학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꺼내드는 마스코트가 됐습니다.

20세기 물리학을 다시 쓴 방정식은 실험실이 아니라 알프스 산장의 침실에서 태어났어요.
1925년 12월 말, 슈뢰딩거는 스위스 알프스의 작은 휴양 마을 아로사로 훌쩍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가 산장에 데려간 것은 실험 장비가 아니었어요.
신원 미상의 옛 연인과 함께 빌라 헤르비히라는 산장에서 약 2주 반을 머물렀고, 그 기간 동안 종이 위에 방정식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게 바로 슈뢰딩거 방정식이에요.
전자가 원자 주위를 파동의 형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술한 이 방정식 한 줄로, 그는 193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어요.
몰래 떠난 휴가의 침실에서 인생작 방정식을 완성한 셈이에요.
그런데 더 묘한 건, 그 연인이 누구인지 지금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물리학 방정식 중 하나가, 정체불명의 밀회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 어쩐지 그의 삶 전체와 꼭 닮았어요.

더블린의 한 집 거실에서, 슈뢰딩거의 아내와 연인은 같은 식탁에서 차를 마셨어요.
1939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장악하자 슈뢰딩거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망명했습니다.
더블린 고등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자리를 잡은 그는, 아내 아니(Anny)와 함께 새집으로 이사했어요.
하지만 곧 그 집에 한 사람이 더 들어왔습니다.
동료의 부인이자 슈뢰딩거의 연인이었던 힐데 마르흐(Hilde March)였어요.
힐데는 슈뢰딩거의 딸 루스를 낳았고, 슈뢰딩거는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어요.
당시 아일랜드는 가톨릭 보수주의가 강한 사회였어요.
이혼이 법으로 금지돼 있었고, 혼외 관계는 곧 사회적 매장을 의미했습니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가 아내와 연인을 한 집에 데려다, 이웃에게 숨기지도 않고 살았어요.
아일랜드 사회는 당황했고 학계와 언론은 냉랭했지만, 슈뢰딩거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세 사람은 17년간 더블린에서 함께 살았어요.

왓슨과 크릭이 1953년 DNA 이중나선을 풀어낸 진짜 출발점은, 한 물리학자가 아홉 해 전에 쓴 얇은 책이었어요.
1944년, 슈뢰딩거는 더블린 강연을 묶어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를 출간했습니다.
물리학자가 생명의 본질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낯선 발상이었어요.
그는 이 책에서 유전 정보가 '비주기 결정(aperiodic crystal)'이라는 분자 구조에 새겨져 있을 거라고 추측했어요.
비주기 결정이란, 일정한 반복 패턴 없이 불규칙하게 이어지면서도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분자예요.
오늘날로 치면 "유전자는 규칙 없는 암호표처럼 생긴 분자 속에 숨어있다"는 말이었죠.
이 책을 읽고 진로를 바꾼 청년들 가운데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가 있었어요.
세 사람은 훗날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주역이 됩니다.
직접 실험 한 번 하지 않은 양자물리학자가, 다음 세대 생물학자 전체의 나침반이 된 거예요.
그래서 슈뢰딩거는 참 이상한 인물이에요.
비웃으려 만든 사고실험이 양자역학의 상징이 되고, 밀회의 산장에서 쓴 방정식이 노벨상이 되고, 취미처럼 쓴 책 한 권이 분자생물학을 열었어요.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혹시 '역설'이라는 것도 결국 앞을 내다본 사람만이 남기는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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