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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교수는 스무 살도 안 된 제자를 설득하고 있었어요.
물리학은 이미 끝났다고.
1874년, 열여섯 살의 막스 플랑크는 뮌헨대학에서 필리프 폰 졸리 교수를 찾아갔어요.
졸리는 당시 독일 물리학계의 원로로, 수십 년간 현장을 지켜본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를 건넸어요.
"물리학에서 새로 발견할 건 거의 없어. 작은 구멍을 메우는 일만 남았을 뿐이야."
오늘날로 치면 "그 분야 취업 시장 이미 포화야, 다른 거 생각해봐"라는 선배의 말이에요.
그런데 플랑크의 대답이 놀라웠어요.
"새로 발견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이미 있는 걸 이해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는 만류를 뒤로하고 물리학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졸리가 말한 '남은 구멍' 중 하나였던 흑체복사 문제가 26년 뒤 플랑크의 손에서 폭발했어요.
고전물리학 전체를 뒤엎는 방식으로.

양자역학의 창시자는 자기가 뭘 발견했는지 믿고 싶지 않았어요.
1900년 12월 14일, 베를린 독일물리학회에서 플랑크는 흑체복사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공식을 발표했어요.
흑체복사란 쉽게 말해, 뜨거운 물체가 내뿜는 빛이 온도에 따라 색깔과 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하는 문제예요.
그런데 고전물리학으로는 계산이 완전히 틀리게 나왔어요.
플랑크는 답을 맞추기 위해 이상한 가정 하나를 억지로 집어넣었어요.
에너지가 물처럼 연속해서 흐르는 게 아니라, h·ν라는 덩어리(양자)로만 주고받혀야 한다는 거예요.
물을 자유롭게 따르는 게 아니라 일정 크기의 얼음 조각 단위로만 줄 수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고전물리학에서 에너지는 무조건 연속이어야 했어요.
덩어리라는 개념 자체가 말이 안 됐죠.
그래서 플랑크는 훗날 이 가정을 "an act of desperation(절망의 행위)"이라고 고백했어요.
혁명적 통찰이 아니었어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니까 억지로 끼워 맞춘 수학적 장치였어요.
양자역학의 시작점은 그런 곳이었어요.

양자론의 문을 연 사람은, 그 문을 다시 닫으려고 15년을 썼어요.
1900년 이후 플랑크는 자기가 도입한 양자가 '임시방편'이길 간절히 바랐어요.
고전 전자기학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으며 여러 해를 보냈어요.
그런데 세상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어요.
1905년 아인슈타인이 빛 자체가 양자 덩어리라는 광양자 가설을 발표했어요.
1913년엔 닐스 보어가 양자화된 원자 모형을 내놓았어요.
양자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자연의 근본 원리였어요.
그럼에도 플랑크는 오래도록 주저했어요.
결국 그는 씁쓸한 명언을 남겼어요.
"새로운 이론은 반대자를 설득해서 자리잡는 게 아니에요. 반대자가 죽어야 자리잡아요."
그 말을 한 사람이 바로 그 반대자였어요.
자기가 열어버린 혁명을 되돌리려 했지만 이미 세상이 앞서가버린 사람.
그게 맥스 플랑크였어요.

1945년 1월, 여든일곱의 물리학자는 아들의 처형 소식을 들었어요.
1944년 7월 20일, 독일 군부 내 장교들이 히틀러를 폭발물로 암살하려 한 쿠데타가 터졌어요.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주도한 이 사건은 실패로 끝났고, 가담자들은 모조리 체포됐어요.
그중에 플랑크의 둘째 아들 에르빈 플랑크가 있었어요.
여든여섯의 플랑크는 히틀러에게 직접 사면을 호소했어요.
하지만 1945년 1월 23일, 에르빈은 베를린에서 교수형에 처해졌어요.
전쟁이 끝나기 불과 몇 달 전이었어요.
사실 플랑크는 더 일찍부터 나치와 맞선 적이 있었어요.
1933년 히틀러를 직접 만나, 유대인 과학자들의 해고를 막아달라고 부탁했어요.
특히 프리츠 하버의 경우를 호소했는데, 하버는 공기 중 질소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을 발명해 수억 명을 굶주림에서 구한 인물이었어요.
히틀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전쟁 말, 연합군의 폭격이 베를린을 덮쳤어요.
플랑크의 자택이 불탔고, 평생의 원고와 기록도 함께 사라졌어요.
20세기 물리학을 바꾼 노학자는 아들도, 조국도, 자기 집도 지키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가 1900년 12월 14일 절망 속에서 억지로 끼워 맞춘 공식 하나가 오늘날 반도체, 레이저, 스마트폰의 물리적 기반이 됐어요.
그 문을 닫으려 했던 사람이 끝내 그 문의 열쇠가 됐다는 걸, 플랑크는 마지막에 알고 있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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