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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20세기를 바꾼 장치가 처음 신호를 증폭하던 순간, 그 방에는 훗날 그 장치의 얼굴이 된 남자가 없었어요.
1947년 12월 16일, 미국 뉴저지의 벨 연구소에서 존 바딘과 동료 월터 브래튼이 마침내 해냈어요.
벨 연구소는 AT&T가 세운 기업 연구소로, 당시 세계 최고 물리학자들이 모여 있던 곳이에요.
두 사람이 만든 건 작은 게르마늄 결정 위에 금박 두 조각을 붙인 장치였고, 이게 바로 점접촉 트랜지스터였어요.
트랜지스터는 전기 신호를 증폭하거나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부품이에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안에 수십억 개가 들어 있는 바로 그것이에요.
그날 처음 신호가 증폭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을 거예요.
그런데 그 자리에 없던 사람이 있었어요.
팀장 윌리엄 쇼클리였어요.
그는 발명이 이뤄진 날 그 방에 없었지만, 소식을 듣자마자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쇼클리는 바딘과 브래튼의 결과물을 발판 삼아 자신만의 새 소자를 빠르게 개발했어요.
그리고 그 소자로 특허를 내고 대외 발표를 주도하면서, 대중에게 트랜지스터의 얼굴이 됐어요.
밤새 조별과제를 끝낸 팀원 둘이 완성한 결과물을, 자리에 없던 조장이 다음 날 혼자 발표하는 상황과 정확히 같았어요.

트랜지스터를 만든 사람에게 쇼클리는 더는 반도체를 연구하지 말라고 했어요.
자기가 만든 앱을 더 이상 못 만지게 된 개발자처럼, 바딘은 자신의 발명 분야에서 배제됐어요.
쇼클리의 지시가 떨어진 뒤 바딘은 결국 1951년 벨 연구소를 떠났어요.
트랜지스터를 직접 손으로 조립한 당사자가, 정작 트랜지스터 연구에서 쫓겨난 거예요.
바딘이 선택한 곳은 일리노이대학교였어요.
그곳에서 교수가 된 그는 전혀 다른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문제가 물리학 역사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 난제였어요.

아인슈타인도 포기한 문제가 46년 만에 풀렸어요.
답을 낸 사람은 이미 한 번 노벨상을 받은 뒤였어요.
문제는 초전도였어요.
초전도는 1911년 네덜란드에서 발견된 현상으로, 특정 금속을 극도로 낮은 온도까지 냉각하면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거예요.
전기가 흘러도 열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데, 왜 그런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어요.
이 문제는 당대 최고 물리학자들이 모두 손을 댔다 물러난 문제였어요.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파인만이 모두 시도했고 모두 실패했어요.
46년 동안 초전도는 "관찰됐지만 설명되지 않는 것" 목록에 머물러 있었어요.
바딘은 1957년 일리노이대에서 두 명의 대학원생과 함께 이 문제를 풀었어요.
리언 쿠퍼, 존 슈리퍼, 세 사람의 이름 첫 글자를 딴 BCS 이론이 그 답이었어요.
BCS 이론의 핵심은 이거예요. 금속 안에서 전자들이 서로 짝을 이뤄 움직이면 저항이 사라진다는 것.
40년간 아무도 못 푼 수학 문제를 조용한 시골 선생님과 제자 두 명이 풀어낸 것처럼, 벨 연구소에서 쫓겨난 남자가 대학원생 둘과 물리학 역사를 다시 썼어요.
바딘은 이 업적으로 1972년 두 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노벨 물리학상을 두 번 받은 사람은 역사상 그가 유일해요.

노벨상 메달 두 개는 그의 집 서랍 속에 있었어요.
그가 자신을 자랑한 유일한 순간은, 두 번째 시상식에서 아이들을 데려왔다고 말할 때였어요.
1956년 첫 번째 노벨상 시상식에 바딘은 자녀를 데려가지 않았어요.
스웨덴 국왕이 아이들이 없다는 걸 알고 이유를 물었어요.
그로부터 16년 후, 두 번째 시상식에서 바딘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나 국왕에게 말했어요. "이번엔 데려왔습니다."
동료들은 그를 "속삭이는 존(Whispering John)"이라고 불렀어요.
워낙 조용히 말해서 붙은 별명이었어요.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수업 시간에 한 번도 손을 들지 않는 것처럼, 바딘은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드러내지 않았어요.
결국 그는 골프를 좋아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평범한 교수로 살았어요.
아인슈타인과 파인만은 전 세계가 아는 이름이 됐지만, 두 가지 혁명을 각각 다른 분야에서 이뤄낸 바딘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그건 어쩌면 그가 선택한 결과일 거예요.
지금 이 순간 당신 손 안의 스마트폰이 켜져 있다면, 그 안에서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바딘의 이름을 대신 기억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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