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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13년, 에드윈 허블은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고 시카고 대학원에 입학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이류 변호사가 되느니 삼류 천문학자가 되겠어."
그는 1910년 미국 최고의 명예인 로즈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에 갔어요.
로즈 장학금은 영국 옥스퍼드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 받는 장학제도예요.
아버지 뜻대로 법학을 전공하고 귀국한 뒤에는 켄터키에서 변호사와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어요.
그런데 그 시절 천문학은 지금의 의대·로스쿨과는 처지가 달랐어요.
"대학을 못 나온 사람이 하는 일"로 취급받는 직업이었거든요.
오늘날로 치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형 로펌에 입사한 사람이, 서른 가까운 나이에 "나 별 보러 갈게요"라고 선언한 것과 같아요.
하지만 허블은 결심을 바꾸지 않았어요.
가족의 시선과 사회적 기대를 뒤로하고, 그는 망원경이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허블은 사진 원판 위에 붉은 잉크로 'VAR!' 이라고 썼어요.
그 세 글자가 우주의 크기를 바꿨어요.
1923년 10월, 허블은 캘리포니아 윌슨산 천문대의 100인치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성운을 촬영하고 있었어요.
이 망원경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었어요.
그러다 사진 안에서 특별한 별 하나를 발견했어요.
그 별은 세페이드 변광성이었어요.
밝기가 주기적으로 깜빡이는 특성이 있어서, 그 주기만 알면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는 '우주의 자' 같은 별이에요.
허블이 계산했더니, 그 별은 우리은하 안에 있는 게 아니라 훨씬 더 먼 곳에 있었어요.
그전까지 인류는 우리은하, 즉 우리 태양계가 속한 별들의 무리가 우주의 전부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허블은 안드로메다가 우리은하 밖에 있는 완전히 다른 은하임을 증명했어요.
오늘날로 치면, 평생 "지구가 세상의 전부"라고 배우다가, 어느 날 바다 건너에 똑같은 대륙이 수천 개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과 같아요.
사진 한 장이 인류가 알던 우주를 수천억 배로 확장시켰어요.
1931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허블을 만나러 캘리포니아에 왔어요.
그리고 자신의 방정식에서 한 줄을 지웠어요.
1929년, 허블은 또 하나의 발견을 발표했어요.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으며,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사실이었어요.
이것이 허블의 법칙으로, 우주가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였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아인슈타인은 이미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우주를 수학적으로 기술했는데, 그 방정식을 그대로 풀면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해야 했거든요.
하지만 그는 "우주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방정식이 정적인 우주를 가리키도록 우주 상수라는 항을 억지로 집어넣었어요.
허블의 데이터를 본 아인슈타인은 그 상수를 "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직접 윌슨산 천문대를 찾아가, 허블의 망원경 앞에 서서 그 상수를 철회했어요.
평생 주장해온 이론을, 후배의 관측 데이터 앞에서 스스로 찢어버린 거예요.
우주 팽창을 증명한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주가 팽창한다고 믿지 않았어요.
허블은 자신의 관측 결과가 팽창하는 우주의 증거로 해석되는 걸 끝까지 불편해했어요.
은하들이 멀어지는 현상, 즉 적색편이가 진짜 팽창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을 평생 유지했어요.
적색편이란 멀어지는 물체가 내는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인데, 멀어지는 구급차 사이렌이 점점 낮게 들리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결국 허블은 자신의 발견이 만든 이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살았어요.
그리고 1953년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더 아이러니한 건 그다음 이야기예요.
허블은 노벨상을 간절히 원했지만, 당시 규정상 천문학은 물리학상 수상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기 직전에 규정이 바뀌어 수상이 유력한 상태였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자신이 바꿔놓은 우주의 의미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 우주가 가져다줄 인정도 눈앞에서 놓쳤어요.
그렇다면 허블에게, 저 밤하늘은 끝내 어떤 곳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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