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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들에게 수학 문제를 포기하라고 신의 이름으로 빈 아버지가 있었어요.
파르카시 보여이는 헝가리의 수학자였어요.
1820년대 초, 그는 아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신의 이름으로 부탁한다. 그것을 포기해라. 이 문제는 내 인생을 삼켰다."
바로 유클리드의 제5공준 때문이에요.
유클리드는 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수학자로, 도형과 공간의 규칙을 다섯 가지 원리로 정리했어요.
그 다섯 번째 규칙이 이거예요. "한 직선 밖의 점을 지나는 평행선은 단 하나뿐이다."
너무 당연해 보이죠?
그런데 수학자들은 이 규칙이 나머지 네 원리에서 '왜' 따라오는지를 2천 년 동안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어요.
파르카시 자신도 이 문제에 인생을 쏟아부었다가 실패했어요.
그래서 아들에게 빌었어요.
부탁이 "신의 이름으로"까지 격상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에요.

야노시 보여이는 아버지의 간청을 무시했어요.
아니, 그 이상을 해냈어요.
1823년, 야노시는 오스트리아 군대의 공병 장교로 복무 중이었어요.
낮에는 요새를 설계하고, 밤에는 숙소에서 혼자 기하학과 씨름했어요.
그리고 어느 밤, 아버지에게 이 한 줄을 보냈어요.
"나는 무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어요."
그가 발견한 것은 이거예요.
평행선 공준 없이도, 모순 없이 성립하는 기하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어요.
비유하면 이래요.
평평한 종이 위에서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성립해요.
그런데 지구본 표면처럼 굽어진 공간에서는 규칙이 달라져요.
삼각형 세 각의 합이 180도를 넘고, 한 점을 지나는 평행선이 무한히 많이 존재해요.
야노시는 이 '굽은 공간의 기하학'을 수식으로 완성했어요.
훗날 쌍곡기하학이라 불리게 되는 것이었죠.
이 연구는 1832년, 아버지 수학책의 24쪽짜리 부록(Appendix)으로 세상에 나왔어요.
2천 년의 수학사를 흔드는 아이디어가, 얇은 종이 묶음으로 조용히 등장한 거예요.

가우스의 답장에는 칭찬이 단 한 마디도 없었어요.
아버지 파르카시는 아들의 부록을 옛 동창에게 보냈어요.
그 동창이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였어요.
당시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수학자로 꼽혀 "수학의 왕자"라 불리던 사람이에요.
파르카시는 기대했을 거예요.
수학의 왕자가 아들의 천재성을 확인해주기를요.
그런데 돌아온 답장은 이랬어요.
"이 청년을 칭찬할 수 없소. 그를 칭찬하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오. 나는 이 결과를 이미 수십 년 전에 얻었소."
야노시는 이 편지에 깊이 무너졌어요.
"가우스가 탈취했다"는 말을 남길 정도였어요.
가우스가 실제로 얼마나 앞서 있었는지는 지금도 논란이에요.
하지만 분명한 건 있어요.
가우스는 자신의 비유클리드 기하학 연구를 생전에 한 번도 발표하지 않았어요.
당시 학계의 반발이 두려웠다는 기록이 있어요.
세상에 먼저 꺼낸 것은 야노시였지만, 왕자는 축하 대신 선취권을 주장했어요.

가우스의 편지 이후, 야노시는 조용히 사라졌어요.
군에서 퇴역한 그는 트란실바니아의 외딴 시골로 들어갔어요.
트란실바니아는 지금의 루마니아 북서쪽, 헝가리 접경 지역이에요.
유럽 학계에서 완전히 잊히기 딱 좋은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그는 수천 페이지의 원고를 썼어요.
하지만 단 한 편도 출판하지 않았어요.
왜 그랬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어요.
가우스의 편지 이후 무기력해졌다는 해석도 있고, 학계 자체에 대한 불신이 그를 닫히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분명한 건 하나예요.
1860년 야노시가 세상을 떠날 때, 그는 가난했고 무명이었어요.
"새 우주를 만들었다"고 외쳤던 22살 청년의 마지막이었어요.
그리고 55년이 지났어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어요.
중력이 공간 자체를 휜다는, 현대 물리학의 근간이 된 이론이에요.
그 이론의 수학적 토대가 바로 야노시의 쌍곡기하학이었어요.
22살 공병 장교가 숙소에서 혼자 써내려간 24쪽짜리 부록이, 아인슈타인을 가능하게 했어요.
야노시는 그걸 보지 못했어요.
수학의 왕자가 "잘했어"라고 말해줬다면, 그 28년이 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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