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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즈텍 시장에서 초콜릿 한 잔은 토끼 한 마리보다 비쌌어요.
아즈텍 제국, 지금의 멕시코 땅을 지배하던 15~16세기 문명에서 카카오콩은 실제 돈이었거든요.
콩 100개면 노예 한 명, 30개면 토끼 한 마리를 살 수 있었어요.
오늘로 치면 스타벅스 쿠폰이 화폐가 되는 세상이에요.
근데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그 화폐를 동시에 음료로 마셨어요.
황제 몬테수마 2세는 하루에 50잔씩 쇼콜라틀을 마셨어요.
쇼콜라틀은 카카오콩을 물·고추·옥수수와 섞은 쓰고 매운 음료예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달콤한 초콜릿과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에요.
궁정 창고에는 카카오콩이 9억 6천만 개 쌓여 있었어요.
금도 은도 아닌 콩을 그렇게 쌓아두었던 거예요.
달콤하지도 않은 그 콩이 제국의 재정 기반이었던 거죠.

초콜릿은 한때 훔쳐야만 맛볼 수 있는 금지 상품이었어요.
에르난 코르테스, 아즈텍 제국을 무너뜨린 스페인 정복자가 1528년 카카오를 유럽에 가져왔어요.
그런데 스페인 왕실과 수도원은 조리법을 거의 100년간 비밀로 유지했어요.
수도사들이 쓰고 매운 쇼콜라틀에 설탕·바닐라·계피를 넣어 '마실 만한 맛'으로 개량했거든요.
이 레시피는 귀족 가문 결혼 지참금으로 오갔어요.
오늘로 치면 신라면 레시피를 100년간 독점하면서, 딸 시집보낼 때 레시피 노트 한 권을 지참금으로 챙겨준 격이에요.
그게 1606년에 무너졌어요.
이탈리아 상인이 조리법을 빼돌려 유럽 전역으로 퍼뜨렸거든요.
지구에서 가장 달콤한 음식의 뿌리가 100년짜리 국가 기밀이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초콜릿이 고체가 된 것은 불과 180년 전의 일이에요.
3000년 동안 인류는 초콜릿을 오직 '마시는 것'으로만 알았어요.
씹어 먹는 초콜릿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쿤라트 반 하우튼, 네덜란드의 화학자가 1828년 유압 프레스로 카카오 버터와 가루를 분리하는 기술을 발명했어요.
이 발명 하나가 전부를 바꿔요.
1847년 영국의 프라이(Fry) 사가 카카오 버터를 다시 섞어 굳히는 데 성공했거든요.
세계 최초의 고체 초콜릿 바가 탄생한 거예요.
그리고 19년 뒤, 스위스의 캐드베리가 우유를 더해 밀크초콜릿을 만들어냈어요.
커피를 3000년간 마시다가 갑자기 '커피 바'가 발명돼 편의점에서 씹어 먹게 된 셈이에요.
단 40년 만에 음료가 과자가 됐어요.
지금 편의점 계산대 옆에 놓인 초콜릿 바는, 역사 전체를 통틀어 아주 최근에 생긴 물건이에요.

나치는 처칠이 다크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사실까지 조사했어요.
1943년, 영국 정보기관 MI5는 나치 독일이 초콜릿 모양의 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어요.
암살 대상은 당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었어요.
설계는 이랬어요.
강철 껍질 안에 폭약을 넣고, 겉을 얇은 초콜릿으로 덮었어요.
처칠이 전시 내각 회의 중 한 조각을 쪼개는 순간 폭발하도록 만들어진 거거든요.
포장도 모방했어요.
당시 유명 브랜드인 '피터스 초콜릿' 겉면을 그대로 베꼈어요.
아침에 편의점에서 산 초콜릿이 사실은 폭탄이라는 거예요.
MI5는 삽화가 로렌스 파이시에게 의뢰해 폭탄 초콜릿의 단면 구조를 그린 경고 포스터를 배포했어요.
3000년 전엔 화폐였고, 500년 전엔 국가 기밀이었고, 80년 전엔 암살 무기였던 이 음식을 지금 우리는 편의점에서 천 원에 사먹고 있어요.
이 글을 읽고 나서 초콜릿 포장을 뜯을 때,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들지 않나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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