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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발자크는 커피를 마신 게 아니라, 커피로 소설을 썼어요.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매일 새벽 1시에 일어났어요.
눈이 뜨이자마자 처음 한 일이 커피를 끓이는 것이었어요.
그는 파리 시내 곳곳을 발품 팔아 돌아다니며 세 종류의 원두를 직접 사왔어요.
부르봉, 마르티니크, 모카.
이 셋을 자신만의 비율로 섞어 블렌드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하얀 수도사 가운 같은 옷을 걸치고 책상에 앉아 12시간 넘게 글을 썼어요.
그 12시간 동안 마시는 커피가 많게는 하루 50잔이었어요.
시험 전날 밤 에너지 드링크를 4캔 연속으로 따 마셔본 경험이 있다면, 발자크의 새벽이 어떤 모습인지 바로 그릴 수 있을 거예요.
다만 발자크는 그 상태를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십 년간 유지했어요.
커피는 그에게 취향이 아니었어요.
마감을 위한 무기였어요.

어느 순간부터 끓인 커피는 그에게 통하지 않았어요.
몸이 카페인에 적응해버린 거예요.
내성이 생긴 거죠.
그래서 발자크가 다음에 택한 방법은 좀 충격적이에요.
원두를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 다음, 물 한 방울 없이 공복에 그대로 삼킨 거예요.
그는 이 방법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이렇게 하면 뇌를 곧장 때려."
오늘날로 치면 커피가 안 들어서 카페인 알약으로 넘어가는 것과 같아요.
문학사상 가장 다작한 소설가가 마약 중독자처럼 내성과 싸우고 있었던 거예요.
커피를 끓여 마시는 게 '1단계'라면, 발자크는 이미 그 너머로 건너간 상태였어요.

발자크는 커피가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그 증거가 1839년 그가 직접 발표한 에세이예요.
제목은 「현대 흥분제 개론」, 커피·술·담배·설탕·차를 분석한 짧은 글이에요.
에세이 안에서 발자크는 커피가 위장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기록했어요.
직접 몸으로 겪으며 쓴 글이니 틀릴 수가 없었겠죠.
그런데 그 글을 발표하고 나서도 커피를 한 잔도 줄이지 않았어요.
담배갑 경고 문구를 읽으면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사람을 본 적 있죠?
발자크가 정확히 그 사람이에요.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그 경고 문구를 직접 쓴 사람이라는 거예요.

발자크는 51세에 죽었어요.
1850년 8월 18일, 원인은 심부전이었어요.
동시대 의사들과 후대 연구자들은 만성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심장 손상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어요.
그가 남긴 『인간희극』은 19세기 프랑스 사회 전체를 그린 90여 편의 연작 소설이에요.
귀족, 상인, 사기꾼, 예술가, 돈, 사랑, 배신. 당시 파리를 살아간 사람들의 거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한 사람이 평생 쓸 수 있는 분량이라고 믿기 어려운 규모예요.
뒤에 남긴 건 90편의 소설과 약 50만 잔의 커피였어요.
커피로 벌어들인 집필 시간과 커피로 잃어버린 수명이 정확히 맞바꾼 거래처럼 보여요.
10년 일찍 많이 쓰는 대신 10년 일찍 죽는 계약에, 발자크는 스스로 서명한 거예요.
그 거래를 발자크는 후회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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