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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나폴레옹은 매달 향수 60병을 소비했어요.
그 중 일부는 몸에 뿌린 게 아니라, 입으로 마셨어요.
오늘날로 치면 CEO가 손세정제를 매일 두 병씩 들이붓는 것과 같은 장면이에요.
오드콜로뉴를 목에 붓고, 욕조에 한 병 풀고, 각설탕에 몇 방울 떨어뜨려 먹었어요.
이게 괴짜의 변덕이 아니라 매일 아침 루틴이었어요.
유럽을 정복한 황제가 꽃향기 물에 이토록 집착했다는 사실, 이상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건 단순한 취향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 집착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면,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이 완전히 다르게 보여요.

나폴레옹이 향수를 마신 건 취향이 아니라 처방이었어요.
오드콜로뉴(Eau de Cologne)는 '쾰른의 물'이라는 뜻이에요.
1709년 이탈리아 약제사 요한 마리아 파리나가 독일 쾰른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당시엔 약국에서 처방하던 만병통치약이었어요.
전염병, 두통, 소화불량, 우울증까지 고친다고 광고했거든요.
코카콜라가 원래 두통약으로 팔렸다는 거 아시죠?
오드콜로뉴도 정확히 그 경우예요.
우리가 향수라고 부르는 것의 원형이 사실은 약국 처방전이었어요.
나폴레옹은 이 향수를 진짜 치료제로 믿었어요.
그러니 마시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거였어요.
지금 기준으로 기괴해 보이는 행동이 당시엔 의학적 선택이었던 거예요.

나폴레옹에게 향수는 처음부터 사치가 아니라 갑옷이었어요.
브리엔 사관학교(Brienne Military Academy)는 프랑스 본토에 있는 귀족 자제들의 군사학교예요.
아홉 살 나폴레옹은 지중해 섬 코르시카에서 이 학교로 혼자 보내졌어요.
코르시카는 당시 프랑스에 막 편입된 섬이었고, 어린 나폴레옹의 프랑스어 억양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어요.
같은 반 아이들은 그 억양을 조롱했어요.
이때부터 향수를 몸에 뿌리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유학생이 비싼 브랜드 향수를 뿌리고 교실에 들어가는 심리와 똑같아요.
향기는 출신을 지우는 가면이에요.
가난한 시골 소년이 냄새만큼은 귀족처럼 되고 싶었던 거예요.
결국 황제의 향수 집착은 권력의 과시가 아니었어요.
그건 아홉 살짜리 소년이 처음으로 배운 자기 방어였어요.

황제가 유배지에서 마지막으로 지킨 사치는 왕좌가 아니라 향수 한 병이었어요.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나폴레옹은 세인트 헬레나로 유배됐어요.
세인트 헬레나는 대서양 한가운데 있는 영국령 외딴섬이에요.
가장 가까운 육지까지 약 1,900킬로미터, 지구상에서 탈출하기 가장 어려운 장소였어요.
거기선 오드콜로뉴 공급이 끊겼어요.
그러자 나폴레옹은 시종 마르샹에게 직접 향수를 만들라고 지시했어요.
정원에서 베르가모트, 로즈마리, 레몬을 따다가 증류해서 만들었어요.
한때 최고급 원두만 고집하던 사람이 유배지에서 커피콩을 직접 볶는 장면 같은 거예요.
황제도, 군대도, 영토도 다 잃었지만 향수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유럽을 정복한 그가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건, 결국 아홉 살 소년의 갑옷이었어요.
그 갑옷이 없었다면, 황제 나폴레옹도 없었을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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