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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스트레스'라는 말은 한 의학자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았던 덕에 세상에 나왔어요.
1936년, 몬트리올 맥길대학 실험실에서 스물아홉 살의 헝가리 출신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가 고민에 빠졌어요.
내분비학은 호르몬이 몸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의학 분야예요.
셀리에는 몸이 외부 위협에 반응하는 패턴인 '일반 적응 증후군'을 설명할 영어 단어를 찾고 있었어요.
그가 고른 단어는 물리학·공학 용어 'stress', 외부에서 물체에 가해지는 힘을 뜻하는 말이었어요.
하지만 그가 실제로 말하고 싶었던 건 'strain', 그 힘에 의해 물체가 찌그러지고 변형되는 결과였어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던 셀리에는 두 단어를 혼동했고, 그냥 'stress'를 골라버렸어요.
훗날 그는 자서전에서 "나는 당시 'stress'와 'strain'의 차이를 정확히 몰랐다"고 직접 인정했어요.
해외에서 영어 메일을 쓰다 비슷한 두 단어 중 틀린 쪽을 골라 보낸 경험, 한 번쯤 있을 거예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오타 하나가 전 세계 어휘로 굳어졌다는 것뿐이에요.

1970년대, 당신의 할아버지가 처음 "스트레스"를 입에 올린 그 순간이 셀리에의 영어 실력이 전 지구에 도달한 순간이었어요.
1950년대 셀리에의 연구가 세계로 퍼지자, 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에는 이 개념을 옮길 고유한 단어가 없었어요.
결국 프랑스어는 'le stress', 독일어는 'der Stress', 일본어는 'ストレス(스토레스)', 한국어도 그대로 '스트레스'를 수입했어요.
한 학자의 언어 실수가 수십 개 언어에 새 어휘를 강제로 이식한 셈이에요.
맛집 리뷰에서 누군가 잘못 쓴 외래어가 지도 앱에 박제돼 영원히 남는 것과 똑같아요.
단, 이쪽은 규모가 전 세계였고, 박제된 시간은 수십 년이었어요.
셀리에는 만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농담했어요.
"미리 알았다면 다른 단어를 골랐을 거야."
하지만 그때는 이미 수억 명의 입에 올라 있었어요.

스트레스가 질병의 뿌리라던 셀리에의 연구실 책상 위에는, 담배 회사가 보낸 수표가 놓여 있었어요.
1960~70년대, 필립 모리스를 비롯한 미국 담배 업계는 셀리에에게 총 6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어요.
필립 모리스는 말보로 담배를 만든 회사로, 당시 세계 최대 담배 제조사 중 하나였어요.
그 대가로 셀리에는 흡연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적응 행동이고, 오히려 금연이 심장병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글을 써냈어요.
치과의사가 설탕 회사 광고 모델을 맡은 모양새예요.
평생 "스트레스가 몸을 망친다"고 외쳤던 사람이, 가장 큰 스트레스 유발 산업에서 돈을 받은 거예요.
이 관계는 2000년대 담배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필립 모리스 내부 문서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어요.
셀리에가 살아있을 때는 아무도 몰랐어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의 유산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어요.

스트레스가 어떻게 사람을 무너뜨리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던 남자가, 자신에 대해서만은 그 지식을 쓰지 못했어요.
셀리에는 노벨 생리의학상에 17번 지명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어요.
의학·생물학 분야에서 인류에 공헌한 발견에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상인데, 그 문은 그에게 끝내 열리지 않았어요.
만년의 셀리에는 자신이 만든 단어가 '나쁜 것'으로만 퍼진 현실을 보며 후회했어요.
그래서 성장과 도전이 주는 긍정적 긴장감을 뜻하는 신조어 '유스트레스(eustress)'를 내놓았어요.
하지만 대중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1982년, 셀리에는 몬트리올에서 75세로 세상을 떠났어요.
모든 질병의 뿌리를 스트레스에서 찾았던 그가, 정작 자신의 몸에서는 그것을 막지 못했어요.
그가 그토록 경고한 그 힘이, 결국 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됐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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