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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23년 겨울, 베를린의 한 주부가 난로 앞에서 지폐 뭉치에 불을 붙였어요.
그게 장작보다 쌌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지폐 다발을 장난감 블록처럼 쌓으며 놀았어요.
지폐를 줍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었어요.
길에 떨어진 지폐를 집어들어도, 가게에 가면 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인류 역사에서 돈이 이토록 완벽하게 신뢰를 잃은 순간은 없어요.
오늘로 치면 마트 계산대에서 지갑의 현금을 꺼냈는데, 영수증 종이 한 장보다도 가치가 낮은 상황이에요.
1923년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화폐가 가장 극적으로 무너진 해예요.

독일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갚을 수 없는 빚이 있었어요.
1919년, 1차 세계대전을 끝낸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됐어요.
전쟁의 책임을 독일에 물은 이 조약은, 독일에 상상을 초월하는 배상금을 부과했어요.
1921년, 연합국이 최종 확정한 배상금은 1320억 금마르크였어요.
당시 독일 노동자 연봉의 20배가 넘는 빚이에요.
연봉 3천만 원인 사람에게 "6억을 당장 갚으세요"라는 청구서를 내민 격이에요.
독일 정부는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윤전기였어요.
지폐를 찍으면 됐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함정이에요.
돈을 더 찍을수록 시장에 돈이 넘쳐흘러 기존 돈의 가치가 낮아져요.
전쟁을 끝내려던 조약이 오히려 더 큰 경제적 재앙의 씨앗이 됐어요.

독일인들은 월급을 받자마자 뛰었어요.
한 시간만 지나도 월급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반으로 줄었기 때문이에요.
1923년 11월 20일, 1달러의 환율이 4조 2천억 마르크를 기록했어요.
빵 한 덩어리가 2천억 마르크였어요.
오늘로 치면 이런 거예요.
아침에 커피 한 잔이 5천 원이었는데, 점심엔 50만 원이 된 상황이에요.
노동자들은 하루에 두 번 급여를 받았어요.
받는 즉시 상점으로 달려갔어요.
돈을 쥐고 있을수록 손해였거든요.
그때 독일의 거리에는 손수레가 넘쳐났어요.
빵 하나를 사려면 지폐를 수레 가득 채워야 했어요.
지폐가 무거워서가 아니라, 그냥 그만큼 많은 양이 필요했거든요.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어느 날 갑자기 멈췄어요.
새 화폐에는 사실상 아무 담보도 없었지만, 사람들이 믿었기 때문이에요.
1923년 11월 15일, 재무 전문가 햘마르 샤흐트가 렌텐마르크(Rentenmark)를 도입했어요.
샤흐트는 훗날 나치 정권의 재무장관이 되는 금융가로, 당시 독일 최고의 통화 전문가였어요.
새 화폐의 교환 조건은 1렌텐마르크 대 1조 구마르크였어요.
토지와 산업자산을 명목 담보로 내세웠어요.
하지만 실제로 그 담보로 돈을 찾을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며칠 만에 물가가 안정됐어요.
담보도 없는 화폐가 수년간의 혼란을 잠재운 거예요.
이게 돈의 본질이에요.
망한 회사의 주식이 경영진 교체 뉴스 하나로 다음 날 두 배가 되는 것처럼, 돈의 가치는 결국 "이건 가치가 있어"라는 믿음에서 나와요.
신뢰가 무너지면 돈도 무너지고, 신뢰가 돌아오면 돈도 돌아와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 지갑 속 지폐는 대체 어디서 가치를 얻고 있는 걸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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