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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839년까지 유럽 최고의 화학자는 발효가 생명과 아무 관련 없다고 단언했어요.
그 사람의 이름은 유스투스 폰 리비히. 독일이 낳은 유기화학의 1인자로, 비료 화학을 개척해 농업 자체를 바꿔놓은 인물이에요.
그의 설명은 간결했어요: 발효란 죽은 단백질이 스스로 흔들리면서 주변 당분을 같이 분해시키는 '기계적 반응'이라는 거예요.
요컨대 "발효는 그냥 화학 공식"이라는 얘기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잖아요.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빵을 굽고, 맥주를 빚고, 김치를 담가왔어요.
그 모든 과정에서 '살아있는 무언가'가 관여하고 있었는데, 학계는 그걸 화학 방정식으로만 설명하려 했어요.
김치가 익는 이유를 화학식으로만 설명하겠다고 고집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에요.
왜 어떤 김치는 맛있고 어떤 건 실패하는지, 공식은 답을 주지 못했어요.
그래도 이 정설은 30년간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어요.
양조장 주인이 시어진 와인 샘플을 들고 왔을 때, 파스퇴르는 현미경 렌즈 아래에서 발효의 정체를 처음 봤어요.
1857년, 릴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던 루이 파스퇴르는 지역 양조업자 비고의 하소연을 들어요.
"왜 우리 사탕무 와인은 어떤 통은 잘 발효되고, 어떤 통은 시어지냐"는 거예요.
파스퇴르는 두 통의 와인 샘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어요.
잘 발효된 통에는 동그란 공 모양의 효모가 가득했어요.
시어진 통에는 막대기처럼 생긴 전혀 다른 미생물이 있었어요.
이 순간, 모든 게 바뀌었어요.
발효는 화학 공식이 아니라 "어떤 미생물이 그 통에서 이기느냐"의 문제였어요.
동그란 효모가 이기면 알코올이 만들어지고, 막대형 박테리아가 이기면 젖산이 만들어져 와인이 시어진 거예요.
같은 재료, 같은 온도인데 결과가 달랐던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차이였어요.
파스퇴르는 직감했어요. "이건 화학 반응이 아니야. 살아있어."
요리가 실패했을 때 불 조절 탓만 했는데, 사실 냄비 안에 아예 다른 생물이 살고 있었던 거예요.
파스퇴르의 증거가 쌓여도, 리비히는 죽기 전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
1861년 파스퇴르가 '젖산 발효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자, 리비히는 즉각 반격에 나섰어요.
그의 논리는 단순했어요: "미생물이 발효를 일으킨다고? 생명이 화학을 가르치겠다고 나선 건가."
당시 학계에서 파스퇴르는 '의사도 아닌 화학자 주제에 생명을 논하는 외부인'으로 공격받았어요.
두 사람의 싸움은 학회지와 서신을 통해 20년 넘게 이어졌어요.
리비히는 1873년에도 반박 논문을 냈어요. 그해가 그가 세상을 떠난 해예요.
업계 베테랑이 신입의 제안을 "기초도 모르는 소리"라며 20년간 눌러버리는 회의실 풍경과 다를 게 없어요.
하지만 파스퇴르에게는 리비히의 논리보다 강한 무기가 있었어요.
현미경 아래의 사실이었어요.
지금 냉장고에 있는 우유팩의 '살균' 표시는 파스퇴르가 와인을 구하며 얻은 답이에요.
1864년, 파스퇴르는 프랑스 와인 수출 위기에 투입됐어요.
당시 프랑스 와인은 해외로 실려가는 도중 부패해서 무역 손실이 심각했어요.
그는 미생물이 발효를 일으킨다는 걸 이미 알았으니, 반대로 생각했어요: "그럼 미생물을 죽이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온도였어요. 너무 높이 끓이면 와인 맛이 망가지고, 너무 낮으면 미생물이 살아남았어요.
파스퇴르는 수많은 실험 끝에 63도라는 숫자를 찾아냈어요.
이 온도로 잠시 가열하면,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은 죽고 와인의 풍미는 그대로 남았어요.
이 기술이 파스퇴리제이션, 즉 저온살균이에요.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우유, 맥주, 주스에 쓰이는 바로 그 기술이에요.
역설이 있어요. 발효를 막는 기술이, 발효를 이해했기 때문에 탄생했어요.
리비히의 말대로 발효가 그냥 화학 반응이었다면, 이 기술은 절대 나올 수 없었어요.
그리고 파스퇴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미생물이 발효를 일으킨다면, 미생물이 질병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그 생각이 훗날 탄저병 백신과 광견병 백신으로 이어졌어요.
우리가 아침마다 뜯는 우유팩 하나에는, 양조장 주인의 하소연에서 시작해 20년의 논쟁을 거쳐 나온 과학이 담겨 있어요.
파스퇴르가 그 와인 통에서 처음 발견한 건 효모만이 아니었어요.
보이지 않는 생명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이해한 사람은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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