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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노벨상 수상자는, 사실 매주 금요일 밤 개구리를 공중에 띄우던 사람이었다.
안드레 가임은 1997년 네덜란드 네이메헌 대학에서 독특한 전통을 하나 만들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 퇴근하지 않고 동료들과 "아무도 안 할 것 같은 실험"을 하나씩 골라 해보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금요일 저녁마다 말도 안 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씩 돌려보자고 정한 것과 같다.
다만 가임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개구리 부양이었다.
그날의 발상은 이랬다.
강력한 전자석 안에 살아있는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가 뜰까.
반자성 효과, 즉 개구리 몸속 물 분자가 자기장에 밀려나면서 공중에 뜨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가설이었다.
결과는? 개구리는 떴다.
그리고 이 장난 같은 실험이 진짜 물리학 논문이 되었고, 2000년 이그노벨상을 안겨줬다.
이그노벨상은 "처음엔 웃기고, 다음엔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에 주어지는 상이다.

가임을 노벨상으로 데려간 것은 모스크바의 거절이었다.
그는 소비에트 시절 모스크바 물리기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유대계 독일인이라는 출신 때문에 좋은 연구소 자리를 얻지 못했다.
1990년, 그는 영국 노팅엄 대학으로 단기 방문 연구를 떠났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네덜란드, 영국으로 차례로 옮겨 다니며 서방에 정착했다.
원하던 회사에서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작은 스타트업으로 갔는데, 그 자유로운 환경 덕에 인생작이 나온 사람의 이야기와 같다.
가임도 나중에 그렇게 말했다.
"그 거절 덕분에 나는 자유롭게 이상한 실험을 할 수 있었어."
대형 소비에트 연구소였다면 상부에서 정해준 주제를 소화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서방의 작은 대학들을 전전하는 처지는, 그에게 오히려 "하고 싶은 것 아무거나 해도 된다"는 자유를 줬다.
금요일 밤 개구리 실험도 그 자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도구는 동네 문구점에서 살 수 있는 스카치테이프였다.
2004년, 가임과 제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맨체스터 대학 실험실에서 연필심 재료인 흑연 조각을 꺼냈다.
그리고 일반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 결과물이 그래핀이었다.
탄소 원자 딱 한 겹으로 이루어진 물질로, 철보다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 전기가 잘 통하면서 거의 투명하다.
그런데 인류는 이것을 테이프 한 통으로 처음 만들어냈다.
수십억 원짜리 진공 장비도, 거대한 입자가속기도 아니었다.
부엌 알루미늄 호일로 신소재를 발견한 격이었다.
그래서 물리학계는 처음엔 이 논문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재현되었고, 2010년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것도 발견 후 단 6년 만에, 노벨상 역사에서 손꼽힐 만큼 빠른 수상이었다.

세상에 단 한 명,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을 모두 받은 사람이 있다.
같은 사람의 같은 호기심이 만든 두 개의 메달이다.
2000년 이그노벨상,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안드레 가임은 이 두 상을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인물이다.
누군가가 두 상의 차이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두 상 사이에 차이는 없어. 둘 다 진지한 호기심에서 나온 거거든."
학계는 보통 "진지한 연구"와 "장난 같은 실험"을 엄격하게 나눈다.
가임은 그 구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 사람이다.
개구리 부양도, 스카치테이프 그래핀도 그에게는 같은 충동에서 나온 것이었다.
노벨상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 위엄을 장난으로 반박한 사람이 있다.
아니, 그 장난이 노벨상이 됐다.
그 호기심이 어디서 오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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