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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68혁명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철학자가, 자기 강의실에서 그 혁명의 제자들에게 쫓겨났어요.
1969년 4월 22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제6강의실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변증법 입문' 수업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 여학생 세 명이 강단으로 올라왔어요.
그들은 튤립 꽃잎을 뿌리며 상의를 벗었어요.
칠판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어요.
"아도르노를 가만두는 자는 그를 돕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이 사건을 부젠악치온(Busenaktion), 직역하면 '가슴 시위'라고 불러요.
아도르노는 가방과 모자를 집어들고 도망치듯 강의실을 나갔어요.
그리고 그날 이후, 그는 다시는 그 강단에 서지 못했어요.
68혁명은 1968년 전 세계를 뒤흔든 학생 저항 운동이에요.
그 운동의 이론적 언어를 제공한 바로 그 철학자에게, 그 운동의 학생들이 "이제 당신이 적이다"라고 선언한 거예요.
당신이 쓴 책 덕분에 광장으로 나간 사람들이, 몇 년 뒤 당신의 강의실에 들어와 당신을 몰아낸 셈이에요.

아도르노는 자신을 나치로부터 구해준 나라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혐오하며 살아남은 망명자였어요.
1938년 나치 독일을 피해 뉴욕으로, 1941년엔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어요.
당시 LA 할리우드 언덕에는 비슷한 처지의 독일 망명 지식인들이 모여 살았어요.
소설가 토마스 만, 작곡가 쇤베르크, 영화인 찰리 채플린이 거의 이웃이었어요.
그런데 아도르노는 자신을 받아준 이 나라의 문화를 경멸했어요.
재즈를 "거짓 황홀"이라 불렀어요.
할리우드 영화는 "표준화된 상품"이라고 했어요.
피난 간 집의 음식이 영 맞지 않는데 매일 먹으면서, "이건 저질 음식이야"라는 일기를 쓰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는 본래 성이 비젠그룬트(Wiesengrund)였어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탈리아계 어머니의 성 '아도르노'를 앞세웠어요.
그 시절, 유대인 이름을 달고 살기엔 세상이 너무 가혹했으니까요.

아도르노는 재즈와 할리우드 영화가 히틀러의 선전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고 썼어요. 1944년의 일이에요.
망명지 로스앤젤레스에서, 동료 막스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완성한 《계몽의 변증법》에서 나온 말이에요.
이 책에서 두 사람은 '문화산업(Kulturindustrie)' 개념을 제시해요.
대중음악, 영화, 라디오가 즐거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순응을 훈련시키는 "대량 기만의 체제"라는 거예요.
잠들기 전 쇼츠를 두 시간 본 뒤 "내가 좋아서 본 건가, 보도록 만들어진 건가" 의심해본 적 있다면, 그게 정확히 이 개념이에요.
이 책엔 또 하나의 유명한 문장이 있어요.
아우슈비츠는 나치가 운영한 유대인 학살 수용소예요.
아도르노는 그 참혹함을 겪은 인류가 여전히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는지를, 이렇게 물었어요.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
그런데 이 책은 81년 전에 쓰였어요.
결국 문화가 사람을 길들인다는 아도르노의 직관은, 알고리즘이 피드를 설계하는 지금 시대에 더 날카롭게 읽혀요.

강의실에서 쫓겨난 그날 이후, 아도르노는 다시는 강단에 서지 못했어요. 넉 달 뒤 그는 알프스 산길에서 쓰러졌어요.
부젠악치온 이후 그는 학기를 중단하고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어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썼어요.
"나는 이론적 모델을 만드는 사람이지, 거리의 투사가 아니야."
하지만 제자들의 눈에 그 말은 변명처럼 보였어요.
혁명의 언어를 만든 사람이, 정작 혁명의 현장에서 물러선 거니까요.
1969년 여름, 아도르노는 아내 그레텔과 함께 스위스 체르마트로 요양을 떠났어요.
체르마트는 알프스의 산악 휴양지예요.
그리고 8월 6일, 산행 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그는 인근 마을 피스프의 병원에서 65세로 숨을 거뒀어요.
그가 마지막까지 쓰고 있던 《미학 이론》은 결국 미완성 원고로 출간됐어요.
평생 비판의 언어를 가르쳤지만, 그 언어로 무장한 제자들 앞에서 도망쳐야 했던 철학자.
혁명을 설계한 사람과 혁명을 실행한 사람은, 같은 편이 될 수 없었던 걸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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