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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들뢰즈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기묘한 손톱이 보여요.
그는 평생 손톱을 자르지 않았어요.
이유가 있었어요.
들뢰즈는 손끝에 지문이 없는 희귀한 체질이어서 손가락 피부가 극도로 예민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내 손은 물건을 잡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반전이 있어요.
바로 이 사람이 20세기에 가장 육체적인 철학을 만들어냈어요.
리좀, 기관 없는 신체 같은 개념들이에요.
리좀은 이렇게 이해하면 돼요.
나무는 뿌리가 땅속에 박혀서 위로만 자라지만, 잡초는 어디서든 옆으로 뻗어나가잖아요.
들뢰즈는 지식도, 권력도, 심지어 사람의 정체성도 그 잡초처럼 중심 없이 연결된다고 봤어요.
기관 없는 신체는 한 발 더 나간 개념이에요.
몸의 각 부위가 원래 정해진 역할 외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손끝 감각이 남들과 달랐던 사람이 몸에 관해 이렇게 썼다는 게 묘하게 어울려요.
그리고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녔어요.
사진마다 챙 넓은 모자가 빠지지 않아요.
손톱도, 모자도, 철학도,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서 항상 비껴나 있었어요.

1969년 어느 날, 라캉의 수제자로 불리던 한 정신분석가가 들뢰즈의 집 문을 두드렸어요.
그가 온 이유는 프로이트를 죽이기 위해서였어요.
그 사람이 펠릭스 가타리예요.
자크 라캉은 당시 프랑스 최고의 정신분석가로, 프로이트 이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물이에요.
가타리는 그 라캉 밑에서 훈련받은 내부자였어요.
하지만 가타리는 안에서부터 의심하고 있었어요.
정신분석이 사람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에 맞게 길들이는 도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구조를 철학적으로 무너뜨릴 동반자가 필요했어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교회에서 수십 년 훈련받은 신부가 무신론자 작가를 찾아와 "교회를 무너뜨릴 책을 같이 씁시다"라고 말한 상황이에요.
들뢰즈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둘이 함께 만든 책이 '안티 오이디푸스'(1972)예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프로이트 심리학의 핵심 개념인데, 제목 자체가 선전포고였어요.
이 책은 출간 즉시 프랑스 지식인 사회를 뒤흔들었어요.

누가 어느 문장을 썼는지 물어보면 들뢰즈는 웃었어요.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낡은 철학이라는 거예요.
들뢰즈와 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1980)을 함께 쓰면서 누가 어떤 문장을 썼는지 끝까지 밝히지 않았어요.
들뢰즈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둘이서 썼지만, 각자가 이미 여럿이었어."
이게 단순한 농담이 아니에요.
서양 철학은 2500년 동안 '사유하는 나'를 중심에 두었어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그 정점이에요.
하지만 들뢰즈는 '나'라는 주어 자체가 허구라고 주장했어요.
한 사람 안에도 이미 여러 목소리, 여러 충돌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이름 두 개로 책 한 권을 써버렸어요.
유튜브 채널을 둘이서 운영하면서 누가 대본을 썼는지 굳이 구분하지 않는 것과 비슷해요.
다만 이들은 철학책으로 그렇게 했고, 그게 2500년 철학의 기반을 흔들었어요.

그는 평생 움직임의 철학을 썼어요.
마지막 움직임은 창문 밖으로였어요.
1995년 11월 4일, 질 들뢰즈는 파리 17구 자택 아파트 창문에서 뛰어내렸어요.
향년 70세였어요.
말년에 폐 질환이 악화되어 산소 호흡기 없이는 숨쉬기 힘들었고,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짓눌렀어요.
죽기 직전, 그는 '도주선'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도주선이란 고정된 정체성이나 역할에서 벗어나는 움직임, 그의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에요.
평생 "탈출하라", "되어가라", "흐르라"고 말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그 개념을 자기 몸으로 실행한 셈이에요.
그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공저자 가타리가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들뢰즈의 마지막 3년은 혼자였어요.
숨쉬기도 힘들고, 쓰기도 힘들고, 함께 쓰던 사람도 없는 3년이었어요.
그 창문 밖에서 그가 무엇을 봤을지, 아무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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