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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세기 물리학의 가장 정교한 측정 중 하나는 대학 실험실이 아니라 맥주 발효조 옆방에서 이뤄졌어요.
제임스 프레스콧 줄은 1818년, 맨체스터 근교 솔포드에서 수대째 이어온 줄 양조장(Joule Brewery)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아들에게 케임브리지 대신 가업을 물려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 가업 덕분에 줄은 인생의 결정적 스승을 만나게 돼요.
줄이 10대일 때, 아버지는 형 벤저민과 함께 줄을 맨체스터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에게 2년 동안 보냈어요.
그 사람이 바로 존 달튼이에요.
달튼은 "모든 물질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원자론을 세상에 내놓은 화학자예요.
이후 줄은 양조장 부속 건물 안에 실험실을 차렸어요.
낮엔 양조장을 돌리고, 밤엔 감도 0.001도 수준의 온도 측정 실험을 돌리는 삶이었어요.
그 환경이 줄을 그 시대 가장 정밀한 측정가로 만들었어요.

줄은 발표를 끝냈지만 객석은 조용했어요.
한 명도 질문을 하지 않았어요.
1843년, 영국과학진흥협회(BAAS) 연례 모임이 아일랜드 코크에서 열렸어요.
줄은 그 자리에서 열과 역학적 일이 서로 전환될 수 있고, 그 비율이 일정하다는 내용을 발표했어요.
오늘날 열의 기계적 당량이라 부르는 개념으로, 물을 1도 올리는 데 드는 열이 정확히 얼마의 역학적 일과 같은지를 숫자로 밝힌 거예요.
당시 학계는 칼로릭 이론을 믿었어요.
칼로릭 이론은 "열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유체 물질"이라는 가설로, 열이 물처럼 흘러다니는 어떤 물질이라고 본 거예요.
그러니 줄이 "열은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결과"라고 주장했을 때, 그 자리의 교수들에게는 당연히 틀린 얘기로 들렸어요.
이후 줄이 왕립학회에 논문을 냈을 때도 한 차례 거절당했어요.
잘못된 기준을 가진 심사위원들 앞에 혼자 맞는 답을 들고 나간 형국이었어요.
하지만 줄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줄이 신혼여행 짐에서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아내의 손이 아니라 수은 온도계였어요.
1847년, 줄은 아내 아멜리아와 함께 프랑스 알프스의 산간 마을 샤모니로 신혼여행을 떠났어요.
그런데 그 짐 안에 직접 주문 제작한 초정밀 수은 온도계가 들어 있었어요.
신혼여행이 현장 실험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어요.
줄의 계획은 간단했어요.
폭포 꼭대기와 아래쪽에서 수온을 재서, 낙하하는 동안 위치에너지가 열로 전환되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예상 온도 차이가 섭씨 0.2도도 되지 않았어요.
신혼여행에 연구 장비를 챙겨온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그가 섭씨 0.2도 이하의 차이를 측정할 도구를 직접 주문 제작해 짐에 넣어 왔다는 사실이에요.
그 집착의 밀도가 줄을 그 시대 가장 정밀한 실험물리학자로 만들었어요.

줄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이었고, 그 10분을 놓치지 않은 사람은 객석에 단 한 명, 스물세 살의 톰슨이었어요.
같은 해인 1847년, 옥스퍼드에서 열린 BAAS 모임에서 줄은 또다시 짧은 발표 시간을 배정받았어요.
발표가 끝나고 객석이 비어가는데, 딱 한 사람이 손을 들었어요.
윌리엄 톰슨이에요.
훗날 절대온도의 단위 'K(켈빈)'에 이름을 남기는 인물이지만, 그때는 케임브리지를 갓 졸업한 스물셋의 청년이었어요.
톰슨은 줄의 숫자에서 뭔가를 봤고, 두 사람은 발표장 밖에서 대화를 이어갔어요.
그 대화는 수년간의 협업으로 이어졌어요.
두 사람의 협업이 낳은 것이 바로 열역학 제1법칙과 열역학 제2법칙의 토대예요.
제1법칙은 에너지가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는 원리, 제2법칙은 에너지 전환에는 항상 방향성이 있다는 원리예요.
오늘날 물리학과 공학의 거의 모든 기초가 여기서 나왔어요.
줄은 1850년 왕립학회 회원이 됐어요.
1889년 세상을 떠난 뒤, 국제단위계(SI)는 에너지 단위에 그의 이름을 붙였어요.
지금 우리가 쓰는 줄(J)이에요.
자격 있는 학자들이 수년간 지나친 진실을, 스물셋 청년이 10분짜리 발표 끝에 알아봤어요.
그날 톰슨이 손을 들지 않았다면, 줄의 이름은 오늘 우리가 쓰는 에너지 단위가 아니라 잊힌 양조업자의 이름으로 남았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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