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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887년 어느 밤, 한 남자가 방 양쪽 끝에 놓인 장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두 장치를 잇는 선은 어디에도 없었는데, 양쪽에서 동시에 불꽃이 튀었거든요.
하인리히 헤르츠가 카를스루에 공과대학 실험실에서 목격한 그 순간이에요.
한쪽에는 고압 전기로 불꽃을 튀기는 발진기가 있었고, 4미터 떨어진 반대편에는 금속 고리 하나만 있었어요.
선도 없이 고리에서 불꽃이 일었다는 건, 공기 자체가 에너지를 실어 날랐다는 뜻이에요.
이건 22년을 기다린 증명이었어요.
1865년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맥스웰이 수식으로만 예측했던 전자기파, 그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처음으로 눈앞에 보인 날이거든요.
지금 이 글을 스마트폰으로 읽고 있다면, 그 행위 자체가 이 실험이 물리적으로 확장된 결과예요.

헤르츠가 학생에게 한 그 한마디는 과학사에서 가장 장렬하게 빗나간 예언이 됐어요.
실험 발표 뒤 한 학생이 이 발견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냐고 물었거든요.
헤르츠의 대답은 단호했어요.
"아무 쓸모도 없습니다. 맥스웰 선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할 뿐이지요."
파동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냐는 추가 질문에는 "아마 아무것도 못 할 겁니다"라고 덧붙였어요.
그런데 불과 8년 뒤인 1895년, 이탈리아 청년 마르코니가 바로 이 파동으로 무선전신을 발명했어요.
오늘날 WiFi, 5G, GPS, 블루투스, 전자레인지, 위성 통신이 전부 헤르츠가 "쓸모없다"고 한 그 파동을 써요.
1990년대에 "인터넷이 무슨 돈이 되냐"고 말한 기업 임원들처럼, 헤르츠는 자신이 열어젖힌 문이 얼마나 거대한지 전혀 몰랐어요.

전자기파를 증명한 날 밤, 헤르츠는 이해하지 못한 두 번째 현상을 곁눈질로 목격했어요.
자외선이 금속 구에 닿으면 불꽃이 더 쉽게 튄다는 거였는데, 왜 그런지는 설명이 안 됐어요.
헤르츠는 이 현상을 논문에 꼼꼼히 기록했지만 원인은 끝내 밝히지 못했어요.
이것이 광전효과예요. 빛이 금속을 건드렸을 때 전자를 튀어나오게 하는 현상이에요.
18년이 지난 1905년, 스위스 특허국의 무명 기술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이 현상을 설명했어요.
빛이 파동이 아니라 '광자'라는 알갱이로 이뤄져 있다고 가정하자, 수수께끼가 풀렸거든요.
아인슈타인은 바로 이 논문으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상대성이론이 아니라요.
오늘 태양광 패널을 보거나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지하철 자동문을 통과할 때, 그 안에서 작동하는 원리가 바로 이거예요.
헤르츠가 "이상하다"고 적은 한 줄이 20세기 물리학 전체의 시작점이 됐어요.
양자혁명의 문을 자기 손으로 열어젖혔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죽었거든요.

헤르츠는 서른여섯에 죽었고 나치는 그의 사진을 떼어냈지만, 지금 당신 주머니 속 WiFi 위에는 여전히 그의 이름이 찍혀 있어요.
1894년 1월 1일, 그는 혈관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1930년대에 나치는 유대인 혈통이라는 이유로 함부르크 시청에 걸린 그의 초상화를 철거했어요.
그의 두 딸은 독일을 탈출해 영국으로 망명했어요.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그를 지우려 해도 한 가지는 어쩔 수 없었어요.
바로 그해인 1930년, 국제전기기술위원회가 주파수의 국제 표준 단위를 헤르츠(Hz)로 공식 지정했거든요.
나치가 선전 방송을 내보내던 라디오의 주파수 위에도 'Hz'가 새겨져 있었어요. 그 라디오 자체가 헤르츠의 발견 위에 서 있었으니까요.
지금 당신이 보는 화면의 재생률 60Hz, 집 WiFi 2.4GHz, FM 라디오 98.1MHz.
매초마다 전 세계에서 수십억 번 그의 이름이 호명돼요.
가장 짧게 살고 가장 많이 불리는 사람이 됐다는 게, 어쩌면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결말일지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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