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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62세 교수가 휴가지 호텔 창틀에 매달려 죽었을 때, 그가 옳았다는 사실을 세상이 인정하기까지는 정확히 2년이 남아 있었다.
아내 헨리에테와 14세 딸 엘사가 해변에서 수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방 안에서 발견한 것은 짧은 밧줄에 매달린 루드비히 볼츠만이었다.
이탈리아 두이노, 트리에스테 해안의 조용한 휴양지 호텔이었다.
시신을 처음 목격한 건 엘사였다.
볼츠만은 "세상 모든 것은 결국 무질서로 향한다"는 법칙을 수학으로 증명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삶 자체가 그 법칙을 따라간 것처럼 보였다.
평생 "내가 맞다"고 외쳤는데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 때의 그 고립감, 그것이 마지막까지 그를 따라다녔다.

볼츠만이 싸운 상대는 종교가 아니라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었고, 그들은 원자가 "시적인 허구"라고 믿었다.
에른스트 마흐는 1890년대 빈 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였다.
아인슈타인도 존경했던 인물이었다.
그가 강단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자를 본 사람이 있습니까?"
빌헬름 오스트발트는 훗날 노벨화학상을 받는 화학자였는데, 마흐와 같은 편이었다.
두 사람의 논리는 이랬다. "직접 관찰할 수 없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볼츠만은 달랐다. "원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기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전부 설명된다."
1895년 뤼벡에서 열린 학회에서 볼츠만과 오스트발트는 공개 토론을 벌였다.
오늘날 중학생도 배우는 '원자'가 당시에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로 취급받았고, 그것을 주장한 사람이 오히려 이단 취급을 받았다.
세균이 병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던 19세기 의사 제멜바이스가 동료들에게 비웃음당했던 것과 구조가 똑같았다.
볼츠만은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학회가 끝나도, 논문을 써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내 이론이 틀렸다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아무도 읽지 않는 것이었죠"라는 식의 침묵이 30년 가까이 이어졌다.

커피가 뜨거운 상태로 영원히 머무르지 못하는 이유는 우주의 도덕 때문이 아니라, 그냥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S = k log W. 볼츠만이 1877년에 써낸 엔트로피 공식이다.
S는 엔트로피, 즉 어떤 상태가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W는 그 상태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 k는 비례 상수다.
카드 52장을 방바닥에 뿌리면 저절로 숫자 순서대로 정렬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가지런한 배열은 딱 한 가지뿐이지만, 흩어진 배열은 수십억 가지이기 때문이다.
커피가 식는 것도, 향수가 방 안에 퍼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냥 흩어진 쪽이 경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식 이전에는 "무질서는 증가한다"는 법칙이 자연의 신비로운 명령처럼 여겨졌다.
볼츠만은 그것을 "그저 가능성이 많은 쪽으로 흘러갈 뿐"이라는 통계 문제로 바꿔놓았다.
그런데 당시 학계는 이 혁명적인 전환을 "원자가 존재한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허구"라며 외면했다.
볼츠만은 우울증이 심해졌다.
강의 중 칠판 앞에서 무너지기도 했고, 요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쓰고 또 썼다.

그가 증명하려 했던 식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의 묘비 위로 올라왔다.
볼츠만이 죽고 2년이 지난 1908년, 프랑스 물리학자 장 페랭이 현미경으로 브라운 운동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브라운 운동이란 물 위에 떠 있는 꽃가루 입자가 제멋대로 흔들리는 현상인데,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이것이 원자들의 충돌 때문임을 이론으로 보였다.
페랭은 실험으로 그 수치를 정확히 일치시켰다.
결정적인 순간은 1909년이었다.
볼츠만의 30년 숙적, 원자 회의론자 오스트발트가 학회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원자의 존재는 이제 실험적 사실로 봐야 합니다."
고흐가 죽은 뒤 그림값이 치솟은 것처럼, 볼츠만의 이론도 그가 사라진 뒤에야 경매장에 올라온 셈이었다.
다만 대상이 그림이 아니라 우주의 법칙이었다.
오늘날 빈 중앙묘지에 있는 볼츠만의 묘비 위에는 S = k·log W가 새겨져 있다.
본인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후대 물리학자들이 그를 기리며 올린 것이다.
그 방정식을 아무도 믿지 않던 시절에 혼자 손을 들었던 남자는, 이제 그 손이 옳았다는 확인을 영영 들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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