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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400년 전까지 인류는 "없다"를 숫자로 다루지 않았어요.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0이 수학에 등장한 건 놀라울 정도로 최근 일이에요.
브라마굽타 이전의 수학자들에게 숫자는 "있는 것"을 세는 도구였어요.
107을 적을 때 가운데 자리를 비워두는 표시는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여기는 비어 있다"는 기호였지, 다른 수와 계산할 수 있는 수가 아니었어요.
브라마굽타가 그 공백에 수의 자격을 부여했어요.
628년, 그는 《브라마스푸타싯단타》라는 책을 썼어요.
"우주의 올바른 이론"이라는 뜻으로, 천문학과 수학을 통합한 당시의 백과사전 같은 책이에요.
그 안에 처음으로 0을 가지고 사칙연산을 하는 규칙이 등장해요.
"어떤 수에 0을 더하면 그 수가 된다."
오늘날엔 너무 뻔해서 규칙이라 부르기도 민망하죠.
하지만 당시엔 아무도 이 말을 수학적으로 써놓지 않았어요.

7세기 수학책에 갑자기 "빚"이라는 단어가 등장해요.
브라마굽타가 음수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비유였어요.
당시 수학자들은 0보다 작은 수, 즉 음수를 "말이 안 된다"며 외면하고 있었어요.
그는 음수를 빚으로, 양수를 재산으로 정의했어요.
"재산에서 빚을 빼면 빚이 된다", 오늘날 가계부 논리와 완전히 같아요.
추상적인 음수를 당시 사람들이 매일 겪는 경제 현실로 설명한 거예요.
그는 음수끼리의 곱셈 규칙도 정의했어요.
"빚 곱하기 빚은 재산이 된다"는 것, 즉 음수 곱하기 음수는 양수라는 규칙이에요.
이 규칙이 7세기 인도에서 이미 나왔어요.
고대 그리스나 중국도 음수에 가까운 개념을 다루긴 했어요.
하지만 그것을 사칙연산 규칙으로 체계화한 건 브라마굽타가 처음이었어요.
현대 수학에서 당연하게 쓰는 부호 규칙의 출발점이 그의 책이에요.

0을 수학의 세계로 끌어온 브라마굽타에게도 틀린 문제가 있었어요.
"0을 0으로 나누면 얼마인가?"
그는 자신 있게 답했어요. "0이다."
틀렸어요.
현대 수학에서 0÷0은 "정의 불가능"이에요.
어떤 수를 답으로 넣어도 등식이 성립해버리거나 아예 성립하지 않아서, 하나의 값을 낼 수 없어요.
하지만 주목할 건 그가 틀렸다는 사실이 아니에요.
그가 이 질문에 답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거예요.
"없음으로 나눈다"는 개념은 당시 수학자들이 건드리지 않으려 했던 금기 영역이었어요.
사과 0개를 0명에게 나누면 한 명당 몇 개인지, 직관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브라마굽타는 그 불편한 질문에 도망치지 않고 답을 시도했어요.
틀렸지만, 그 시도 자체가 1000년 후 수학자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낼 발판이 됐어요.

브라마굽타가 책을 쓰고 143년이 지난 771년, 그 책이 바그다드에 도착했어요.
인도 학자들이 아바스 칼리파국의 수도를 방문할 때 들고 간 거예요.
아바스 칼리파국은 당시 이라크 일대를 중심으로 번성한 이슬람 제국이에요.
칼리파 알만수르는 그 책의 아랍어 번역을 명령했어요.
칼리파는 이슬람 세계의 최고 지도자이자 당대 최대의 학문 후원자였어요.
번역된 브라마굽타의 수학은 이슬람 세계 전체로 빠르게 퍼졌어요.
9세기 수학자 알콰리즈미가 그 내용을 발전시켜 대수학의 기초를 놓았어요.
그의 이름이 나중에 "알고리즘(algorithm)"이라는 단어가 됐어요.
브라마굽타의 0이 오늘날 모든 컴퓨터 연산의 조상인 셈이에요.
12세기 유럽 학자들이 아랍어 수학 책들을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0이 유럽에 전해졌어요.
그 전까지 유럽은 로마 숫자를 쓰고 있었는데, 로마 숫자에는 0이 없어요.
우리가 지금 쓰는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0을 만든 인도 수학자의 이름은 지워지고, 전달자의 이름만 역사에 남았어요.
지금 당신 주머니 속 스마트폰은 그가 628년에 쓴 규칙 위에서 돌아가고 있는데, 그는 그걸 알았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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