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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은 현미경을 발명한 과학자가 아니었어요.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천을 팔던 포목상이었죠.
직업상 천의 품질을 확인하려고 유리 렌즈를 직접 갈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연못물 한 방울을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던 작고 투명한 것들이 실제로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거든요.
그는 이것을 "아니말쿨레(animalcules)", 즉 "작은 동물들"이라고 불렀어요.
흥분해서 영국 왕립학회에 편지를 보냈지만 반응은 싸늘했어요.
과학 훈련도 받지 않은 상인의 주장을 쉽게 믿을 수 없었죠.
결국 왕립학회가 사람을 파견해 직접 확인한 것은 6년이 지나서였어요.
레이우엔훅은 자신의 관찰 기록에 "이것들이 나를 향해 돌아다니고, 방향을 바꾸고, 서로를 피한다"라고 적었어요.
렌즈를 들이댄 왕립학회 위원들도 결국 그의 말이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 발견이 인류가 처음으로 미생물을 눈으로 목격한 순간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썩은 고기에서 구더기가 저절로 생기고, 습지의 나쁜 공기가 병을 만든다고 믿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이 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건, 아무도 상상조차 못 했거든요.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의사들은 새 부리 모양의 마스크 안에 꽃과 허브를 채워 넣고 다녔어요.
나쁜 냄새가 병을 옮긴다고 믿었거든요.
이 믿음을 "독기설"이라고 해요.
한마디로 "나쁜 공기가 병의 원인"이라는 이론이에요.
그래서 역병이 도는 마을에서는 식초를 코에 바르거나, 향기로운 꽃다발을 들고 다니거나, 향을 피우는 게 최선의 예방법으로 통했어요.
하지만 진짜 원인은 쥐벼룩이 옮기는 세균, Yersinia pestis였어요.
꽃다발은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유럽 인구의 3분의 1, 약 2500만 명이 죽어가는 동안 의사들은 꽃을 들고 병실을 걸었어요.
사실 이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원인을 모르면 대응할 방법이 없어요.
레이우엔훅이 렌즈를 갈기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300년이 더 남아 있었으니까요.

기원전 1800년 무렵 수메르인들이 남긴 점토판에는 맥주 레시피와 기도문이 함께 적혀 있어요.
닌카시 찬가(Hymn to Ninkasi)라고 불리는 이 텍스트는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최고(最古)의 맥주 레시피예요.
닌카시는 발효와 양조를 담당하는 수메르의 여신이에요.
보리를 불리고, 반죽하고, 발효시키는 각 단계마다 닌카시에게 감사를 드리는 구절이 들어가 있어요.
맥주가 왜 부글부글 끓고 달콤하게 변하는지, 당시 수메르인들로선 설명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지금 우리가 알기로는 효모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이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거예요.
그 이산화탄소가 거품이 되고, 알코올이 맥주를 맥주답게 만들죠.
당시에는 이 미생물의 존재를 알 방법이 없었으니 이 현상을 신의 힘으로 받아들인 건 당연한 일이에요.
흥미로운 건 따로 있어요.
이 기도문이 포함된 레시피를 현대 연구자들이 실제로 따라 만들어봤더니, 맥주가 제대로 발효됐어요.
수메르인들은 "왜"는 몰랐지만, 온도와 타이밍이라는 "어떻게"는 경험으로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거죠.

오늘 당신이 느끼는 불안이 사실은 뇌가 아니라 장에서 비롯됐을 수 있어요.
기분을 조절하는 물질인 세로토닌의 약 9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거든요.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이에요.
기분, 수면, 불안 수준을 조절하는데, 그걸 만드는 주인공이 장 안에 사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들이에요.
이 거대한 미생물 집단을 장내 미생물총(gut microbiome)이라고 해요.
장내 균 균형이 무너진 쥐들이 불안 행동을 더 자주 보인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어요.
"장-뇌 축(gut-brain axis)", 즉 장과 뇌가 신경과 호르몬으로 서로 대화한다는 연구가 점점 쌓이고 있어요.
오늘 아침 원인 모를 불안이 밀려왔다면, 어쩌면 어젯밤 먹은 음식과 관련 있을지도 몰라요.
레이우엔훅이 1676년에 렌즈를 들이댔던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여기까지 흘러왔어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 역병으로 문명을 뒤흔들고, 맥주 한 잔을 빚어내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의 기분까지 만들고 있어요.
레이우엔훅은 연못물을 처음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거대한 세계의 문을 열어젖히는지 알았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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