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배 38척이 바닷속에 가라앉은 그 재앙에서, 현대 기상학이 태어났어요.
1854년 11월, 크림 전쟁 중이던 영국·프랑스 연합 함대가 흑해에서 폭풍을 만났어요.
전투가 아니라, 날씨가 배 38척을 삼켜버린 거예요.
크림 전쟁은 당시 러시아와 서유럽 연합국이 흑해 연안에서 벌인 전쟁이에요.
겨울 보급선이 한꺼번에 가라앉으면서 식량, 의약품, 방한복이 전부 사라졌어요.
전장에서 싸우다 죽은 병사보다 굶주림과 추위로 죽은 병사가 더 많았을 정도였죠.
그런데 프랑스 천문학자 위르뱅 르베리에가 이 재앙을 조용히 되짚어봤어요.
유럽 각지의 기상 기록을 모아 추적해봤더니, 그 폭풍이 스페인에서 시작해 지중해를 가로질러 흑해까지 이동해온 게 보였어요.
미리 알 수 있었는데 몰랐던 거예요.
르베리에는 나폴레옹 3세에게 건의했어요.
유럽 전역에 관측소를 세우고, 막 깔리기 시작한 전보망으로 정보를 공유하면 폭풍이 오기 전에 경보를 낼 수 있다고요.
1년 후, 파리에 세계 최초의 기상 예보 네트워크가 생겼어요.
배 38척의 침몰이 없었다면, 날씨 예보는 수십 년은 더 늦게 세상에 나왔을지 몰라요.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의 6주짜리 계산 결과는, 오차가 145배였어요.
하지만 이 실패가 현대 날씨 예보의 토대가 됐어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리처드슨은 전선에서 구급차 운전사로 복무했어요.
부상병을 실어 나르면서도 공책에 방정식을 채워 나갔어요.
그가 풀려는 문제는 이거였어요. "대기의 물리 법칙을 수식으로 쓰고, 오늘 날씨 데이터를 넣으면 내일을 계산할 수 있지 않을까?"
6주 계산 끝에 나온 답은, 6시간 뒤 기압 변화가 145헥토파스칼이라는 거였어요.
헥토파스칼은 기압을 재는 단위인데, 평소 날씨에선 하루에 기껏해야 1~2 정도 변해요.
실제 그날 변화는 1헥토파스칼이었어요, 딱 145배 틀린 거죠.
문제는 방법이 아니라 초기 데이터였어요.
입력한 기압 데이터 자체가 부정확해서 오류가 폭발적으로 커진 거예요.
리처드슨은 이 실패를 숨기지 않고 책으로 냈어요.
책 이름은 《수치 과정에 의한 날씨 예보》(1922)예요.
책 안에 이런 상상을 담았어요. "둥근 극장 같은 건물에 64,000명의 계산원이 각자 지구 한 구역을 맡아 동시에 계산한다면, 실시간 예보가 가능할 것이다."
1950년, 그 꿈이 이루어졌어요.
64,000명이 아니라 컴퓨터 한 대가 그 계산을 해냈거든요.
리처드슨이 6주 동안 틀렸던 바로 그 방법으로요.

역사상 가장 큰 군사 작전의 날짜를, 기상학자 한 명이 결정했어요.
1944년 6월, 영국 공군 기상장교 제임스 스태그가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보고했어요.
"내일은 폭풍입니다. 하지만 모레, 30~36시간짜리 틈새 날씨가 있습니다."
D-Day, 즉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원래 6월 5일로 잡혀 있었어요.
15만 명의 병사와 5,000척의 함선을 동원한 역대 최대 규모의 작전이었는데, 하늘이 흐리고 파도가 높으면 상륙정은 뒤집히고 공중 지원은 불가능했어요.
더 미루면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 했고, 그러면 기습 효과가 사라졌어요.
아이젠하워는 6월 5일 새벽 4시에 결정을 내렸어요.
"좋아, 가자."
이 한마디가 6월 6일을 역사에 새겼어요.
독일군은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요?
독일 기상팀도 날씨를 분석했지만, "앞으로 2주간 상륙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냈어요.
롬멜 장군은 아내 생일 선물을 사러 독일 본토로 돌아가 있었고, 해안 방어선은 경계를 풀었어요.
스태그가 찾아낸 30~36시간의 창문은 정확했어요.
연합군은 그 틈새를 뚫고 상륙했고, 독일은 허를 찔렸어요.
스태그의 예보가 하루만 틀렸어도, 역사는 다른 날짜를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1961년, 에드워드 로렌츠는 소수점 넷째 자리를 반올림했다가 세상을 바꾸는 발견을 했어요.
그 차이는 0.000127이었어요.
그런데 이 작은 숫자가 결과를 완전히 바꿔버렸어요.
로렌츠는 MIT 기상학자로, 컴퓨터로 날씨 패턴을 시뮬레이션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시뮬레이션 중간부터 다시 돌리면서, 0.506127 대신 0.506을 입력했어요.
아주 작은 차이라서 별 문제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뮬레이션은 처음 몇 시간은 비슷하다가, 갈수록 전혀 다른 날씨 패턴을 만들어냈어요.
0.000127의 차이가 몇 주 뒤에는 완전히 다른 미래로 갈라진 거예요.
이게 컴퓨터 오류가 아니라, 대기 자체의 성질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카오스 이론의 핵심이에요.
시작점의 아주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예측 불가능하게 커진다는 거죠.
로렌츠는 이걸 "초기 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나중에 한 강연에서 기자가 물었어요. "그럼 브라질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생길 수도 있나요?"
로렌츠는 부정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나비 효과라는 말이 세상에 나왔어요.
오늘날 일기 예보가 7일을 넘으면 급격히 불확실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0.000127이라는 숫자가, 날씨란 절대로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1961년에 이미 증명해버렸거든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