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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수렵채집인들은 하루 평균 15킬로미터를 걷는 삶을 살았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운동"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이 역설을 풀어낸 사람이 하버드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다니엘 리버만이에요.
리버만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수렵채집 부족 하자족을 오랫동안 연구했어요.
하자족은 먹이를 잡으러 엄청나게 많이 움직이지만, 먹이를 얻고 나면 바로 그늘에 누워서 쉬어요.
움직임의 목적이 생존이었지, 건강 관리가 아니었거든요.
리버만은 책 《운동의 역설(Exercised)》에서 이 관찰을 이렇게 정리해요.
"인간은 원래 게으르도록 설계됐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는 생존에 불리하다."
수백만 년 동안 에너지를 아끼는 게 생존 전략이었거든요.
그래서 운동이 싫은 건 의지력 부족이 아니에요.
그건 진화가 당신에게 심어놓은 본능이에요.
문제는 그 본능이 현대 세계에서는 역효과를 낸다는 거예요.

인류가 의자에 앉아 일하기 시작한 건 겨우 150년 전이에요.
그 전까지 대부분의 인간은 서거나 쪼그려 앉거나 걸어다녔어요.
오늘날 허리 디스크가 이렇게 흔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인간의 척추는 S자 모양이에요.
서 있을 때 이 S자 곡선이 체중을 효율적으로 분산시켜요.
그런데 의자에 앉으면 이 S자가 C자로 무너지고, 허리 아래쪽 디스크에 압력이 집중돼요.
산업혁명이 영국을 휩쓸면서 공장 노동자와 사무원이 생겨났어요.
이들은 처음으로 하루 8시간을 의자에 묶여 일했어요.
결국 의자는 편의를 위한 발명이 아니라 생산성을 위한 발명이었고, 인체는 그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어요.
재밌는 건 하자족에게는 허리 통증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하루 종일 걷고 쪼그려 앉고 물건을 들어요.
의자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디스크는 드문 병이에요.

"하루 만 보"는 의학 연구에서 나온 숫자가 아니에요.
1965년 일본의 한 시계 회사가 만들어낸 마케팅 문구예요.
이 사실을 알면 손목 위 숫자가 달리 보이기 시작해요.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렸어요.
일본 전역에 건강 열풍이 불었고, 바로 그 다음 해에 야마사 시계 회사가 만보기를 출시했어요.
제품 이름은 "만포케이"(万歩計), 한자 그대로 "만 보 계기"예요.
만 보라는 숫자를 고른 데 과학적 근거는 없었어요.
만(万)이라는 한자가 두 다리로 걷는 사람 모양처럼 보인다는 이유가 컸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런데 이 마케팅 숫자가 수십 년에 걸쳐 전 세계로 퍼졌어요.
오늘날 애플워치, 갤럭시 워치, 핏빗 모두 기본 목표를 만 보로 설정해 놔요.
1960년대 일본 시계 회사의 광고 전략이 지금 당신의 손목을 진동시키고 있는 거예요.

하루 7,500보면 충분해요.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62세에서 101세 사이 여성 1만 6천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예요.
7,500보를 걷는 사람은 4,4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41% 낮았어요.
그런데 더 중요한 발견이 있었어요.
7,500보를 넘어가면 사망률 감소 효과가 거의 없었어요.
1만 보를 걸어도, 1만 2천 보를 걸어도 7,500보와 큰 차이가 없었어요.
연구를 이끈 아이민 리 교수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왜 그 숫자가 10,000이어야 하는지 묻기 시작했어요. 그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결국 수십 년 동안 인류를 지배해온 만 보 신화는 마케팅이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 논문이 스마트워치 설정을 바꾸지는 못했어요.
오늘도 당신의 시계는 만 보 채우라고 진동할 거예요.
그 숫자를 못 채웠다고 자책하고 있다면, 사실 당신은 1965년 야마사 시계 회사가 설정한 목표에 자신을 맞추고 있는 거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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