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04년 오스트리아 린츠의 한 학교에서 역사상 가장 기묘한 우연이 일어났어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아돌프 히틀러가 같은 학교를 다닌 거예요.
한 명은 유럽 최상위 부잣집 아들이었고, 한 명은 세관 공무원의 아들이었어요.
비트겐슈타인 집안은 오늘날로 치면 재벌가 수준이었어요.
아버지 카를 비트겐슈타인은 오스트리아 철강 산업을 사실상 장악한 사람이었어요.
빈의 저택 벽에는 클림트의 그림이 걸렸고, 집에 피아노를 치러 오는 손님 중 하나는 브람스였어요.
그 부잣집에서 자란 루트비히는 처음엔 공학자가 되려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질문이 바뀌었어요.
기계를 어떻게 설계할까가 아니라, "언어는 어떻게 세상을 표현하는가"가 그의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어요.

1913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비트겐슈타인은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어요.
그리고 전부 포기했어요.
유산은 이미 부유한 형제자매들에게 나눠줬어요.
남은 돈은 당시 거의 무명이었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게오르크 트라클, 화가 오스카어 코코슈카 같은 예술가들에게 익명으로 보냈어요.
재산이 거의 바닥날 때까지요.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에게 돈은 오히려 짐이었어요.
생각을 진지하게 하려면 가벼워야 한다고 그는 믿었어요.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그는 자원입대해서 스스로 최전선을 요청했어요.
죽음 앞에 서면 더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그리고 오스트리아 포병대 참호 안에서, 철학사를 바꿀 원고를 써 내려갔어요.

전쟁이 끝난 후 비트겐슈타인은 이 책의 서문에 이렇게 적었어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최종적인 해결책을 찾았다고 믿는다."
1922년 출판된 『논리철학논고』가 그 결과물이에요.
핵심 주장은 이거예요. 철학자들이 수천 년간 씨름해온 질문들은 대부분 언어를 잘못 써서 생긴 가짜 문제라는 거예요.
"파란색은 무거울까, 가벼울까?" 같은 질문처럼, 물음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거죠.
책의 마지막 문장은 지금도 인용돼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어떤 질문들은 대답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애초에 질문이 아니었다는 뜻이에요.
이 책을 완성하고 나서 비트겐슈타인은 철학계를 완전히 떠났어요.
오스트리아 시골 마을로 내려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됐어요.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철학책을 쓴 사람이, 알파벳을 가르치러 간 거예요.

10년 후, 비트겐슈타인이 케임브리지 대학교로 돌아왔어요.
이번 목적은 자신의 첫 번째 철학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었어요.
이전의 그는 언어가 세상을 논리적으로 반영하는 그림이라고 봤어요.
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쓰는 말을 들여다보니 달랐어요.
"게임"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봐요. 축구, 체스, 술래잡기는 뚜렷한 공통점이 없는데도, 우리는 모두 "게임"이라고 부르고 서로 이해해요.
딱 정의할 수 없지만 쓸 수 있는 말, 그게 언어의 실제 모습이에요.
비트겐슈타인은 이것을 "언어 게임"이라고 불렀어요.
언어는 딱 떨어지는 논리 체계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관습이라는 거예요.
이 생각은 철학뿐 아니라 언어학, 인지과학까지 영향을 줬어요.
그리고 이 두 번째 철학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인 1953년에 『철학적 탐구』로 출판됐어요.
같은 사람이 "철학을 끝냈다"고 선언한 책과, 그것을 스스로 해체하는 책을 둘 다 쓴 거예요.
자기 생각을 완전히 뒤집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