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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라마누잔은 수학 천재였는데, 대학 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졌어요.
이유는 단순해요.
수학 말고 나머지 과목을 전부 포기했거든요.
1903년, 인도 쿠바콘암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열다섯 살 라마누잔은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집어들었어요.
조지 카의 '순수수학의 기초 결과 요약', 영국 수학자가 정리한 5000개 공식 목록이었어요.
증명은 거의 없이 공식만 나열한 책이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라면 그냥 넘겼을 거예요.
그런데 라마누잔은 여기에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공식을 외운 게 아니라, 직접 증명하고, 확장하고,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나갔어요.
문제는 그때부터 수학 말고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쿠바콘암 정부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지만 수학 빼고는 전부 낙제해서 장학금을 잃었어요.
마드라스의 파차이야파 대학으로 옮겨도 결과는 똑같았어요.
결국 학위 없이 학교를 두 번 나왔어요.
20세기 최고의 수학 천재가, 수학 때문에 대학을 두 번 낙제한 거예요.

1913년, 라마누잔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수학자 G.H. 하디에게 편지를 한 통 보냈어요.
내용은 황당했어요.
증명도 없이, 설명도 없이, 수식 120개를 그냥 나열한 편지였거든요.
하디는 처음엔 무시하려 했어요.
매년 "나는 뭔가 대단한 걸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편지들이 수백 통씩 쏟아지는데, 대부분은 헛소리예요.
그런데 수식을 들여다보다가 멈췄어요.
너무 이상해서 버릴 수가 없었어요.
하디는 동료 수학자 리틀우드와 함께 밤새 검토한 뒤 이렇게 말했어요. "이건 진짜야. 이 공식들 중 일부는 아름답기까지 해. 이걸 발명한 사람은 분명히 천재야."
하디는 답장을 보냈어요.
"케임브리지로 오세요."
그렇게 라마누잔은 1914년 배를 타고 영국으로 건너갔어요.
인도 남부의 채식 브라만이 혼자 대영제국의 심장부로 간 거예요.
언어도, 음식도, 날씨도 낯선 곳에서, 하디와 함께 5년간 수학 역사에 남을 논문들을 써냈어요.

1917년, 라마누잔은 결핵 판정을 받았어요.
영국의 추운 날씨와 낯선 식사가 몸을 망가뜨렸고, 요양원에 누워 지내야 했어요.
어느 날 하디가 병문안을 왔어요.
별다른 말 없이 그냥 이렇게 운을 뗐어요.
"오늘 타고 온 택시 번호가 1729더라고. 별 재미없는 숫자네."
라마누잔이 즉시 대답했어요.
"아니에요, 하디. 아주 흥미로운 수예요.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두 가지 방법으로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수거든요. 1³ + 12³이기도 하고, 9³ + 10³이기도 해요."
죽어가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서, 택시 번호를 들은 순간 이걸 머릿속으로 바로 계산해낸 거예요.
이 일화 때문에 1729는 오늘날 '하디-라마누잔 수'라는 이름으로 불려요.
그리고 라마누잔은 이듬해인 1920년, 3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어요.
하디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어요. "나의 가장 큰 기여는 라마누잔을 발견한 것이다."

라마누잔이 죽고 나서, 마지막 1년 동안 쓴 노트 한 권이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 상자 속에 조용히 묻혀버렸어요.
그리고 56년이 흘렀어요.
1976년, 미국 수학자 조지 앤드루스가 도서관 자료를 뒤지다가 우연히 그 상자를 열었어요.
안에는 라마누잔이 병상에서 쓴 수식들이 빼곡했어요.
약 600개의 공식. 증명은 없었어요. 설명도 없었어요.
이게 '잃어버린 노트'예요.
수학자들은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이 공식들을 하나씩 증명하고 있어요.
일부는 블랙홀 물리학과 연결됐고, 일부는 현대 암호학에 쓰이고 있어요.
라마누잔이 어떻게 이 공식들에 도달했는지는 아직도 아무도 몰라요.
그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어요.
"나미기리 여신이 꿈속에서 수식을 알려줬어요. 잠에서 깨면 노트에 받아 적었을 뿐이에요."
수학은 원래 증명이 전부인 학문인데, 그 반대로 살다 간 사람이에요.
결론이 먼저였고, 이유는 나중 문제였어요.
그리고 그 이유를 찾는 데 인류는 지금도 100년 넘게 걸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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