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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890년, 수학계 전체가 멘붕에 빠졌어요.
이탈리아 수학자 주세페 페아노가 선 하나로 정사각형 전체를 빈틈없이 채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해버렸거든요.
선은 1차원이고 면은 2차원이에요.
선이 아무리 꼬이고 구불거려도 면을 "가득" 채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페아노는 수학적으로 그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어요.
오늘날로 치면, 실처럼 얇은 줄 하나가 구겨지고 접히면서 방 전체 바닥을 빈틈없이 덮는 것과 같아요.
줄을 무한히 정교하게 접을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거예요.
당연히 불가능해 보이는 그것을 페아노는 증명해버렸어요.
수학자들이 충격을 받은 건 결과 때문만이 아니었어요.
진짜 충격은 "차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미묘하다"는 깨달음이었어요.
페아노 이전까지 아무도 이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페아노의 가장 유명한 업적은 따로 있어요.
그는 단 다섯 줄의 문장으로 자연수 전체를 정의했어요.
자연수는 1, 2, 3처럼 우리가 어릴 때부터 쓰는 숫자예요.
너무 당연해서 정의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죠.
하지만 페아노는 "당연하다"는 말이 수학에서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어요.
그가 1889년에 제시한 페아노 공리는 이런 식이에요.
"1은 자연수다. 모든 자연수에는 다음 수가 있다. 다음 수가 같으면 원래 수도 같다..."
이 다섯 개 규칙만으로 수학 전체의 기초가 세워졌어요.
오늘날 프로그래밍에서 함수를 재귀로 정의하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에요.
"1부터 시작해서, 계속 다음으로 넘어가면 모든 수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단순하지만 그 안에 무한이 들어있어요.
페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그는 수학의 모든 명제를 일상 언어가 아닌 기호로만 표현하려 했어요.
"포함된다(∈)", "교집합(∩)", "합집합(∪)" 같은 기호들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거나 그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진 것들이에요.

수학의 언어를 발명한 이 사람이, 말년에는 전혀 다른 언어 프로젝트에 인생을 바쳤어요.
라틴어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국제어를 만들려 했거든요.
그는 이걸 "라티노 시네 플렉시오네(Latino sine flexione)"라고 불렀어요.
직역하면 "굴절 없는 라틴어"예요.
라틴어의 복잡한 어미 변화를 다 없애버리고,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단순한 형태로 만든 언어예요.
오늘날로 치면, 영어에서 과거형·복수형·소유격 같은 모든 변형을 없애고 어근만 남긴 언어를 발명하는 것과 비슷해요.
페아노는 이 언어로 직접 학술지를 편집하고 논문을 썼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거의 아무도 읽지 않았어요.
그의 동료 수학자들은 슬쩍 고개를 저었어요.
"페아노가 또 그 언어 얘기야."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가 아무도 쓰지 않을 언어를 만드는 데 집착하는 모습은, 당시에도 지금처럼 당혹스러운 광경이었어요.

이게 바로 페아노 이야기의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이에요.
그가 만든 수학 기호는 지금도 전 세계 모든 수학 교과서에 살아있는데, 그가 말년을 바친 국제어 프로젝트는 역사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어요.
"∈"이라는 기호 하나가 "포함된다"는 개념을 모든 언어를 초월해서 전달해요.
영어를 몰라도, 이탈리아어를 몰라도, 이 기호만 알면 수학자들끼리 소통할 수 있어요.
페아노는 이미 완벽한 국제 언어를 만들었던 거예요. 수학이라는 언어로요.
그런데 정작 그는 말년에 자연 언어를 단순화하는 데 집착했어요.
어쩌면 그는 수학 기호가 수학자들끼리만 통한다는 사실이 불편했던 건 아닐까요.
더 많은 사람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을 원했던 것일지도 몰라요.
1932년, 페아노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어요.
그의 수학 기호는 여전히 살아서 매일 수억 명의 학생들 노트에 적히고 있어요.
그가 평생 꿈꾼 언어는 지금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는데요.
수학에서 가장 정확한 언어를 만든 사람이, 인간의 말을 통일하려다 실패했다는 것.
이 역설이 주세페 페아노라는 사람이에요.
그가 진짜 원한 게 수학의 정확함이었을까요, 아니면 모두가 통하는 따뜻함이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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