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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황종희는 임금 자리가 본래 세상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실제 임금은 천하를 제 것으로 삼아 만백성을 희생시키니 도리어 세상에서 가장 큰 해악이 되었다고 봤어요. 임금이 주인이 아니라 세상이 주인이라는 거죠.
명나라가 무너지고 청나라가 들어선 혼란기, 황종희(黃宗羲, 1610년부터 1695년까지)라는 학자가 1663년에 《명이대방록(明夷待訪錄)》이라는 얇은 책 한 권을 써요.
그 첫머리 '원군(原君)', 곧 '임금이란 무엇인가'를 따지는 글에서 그는 깜짝 놀랄 말을 해요.
임금이야말로 천하에 가장 큰 해악이라는 거죠.
당시엔 임금을 하늘이 내린 존재로 떠받들었으니, 이건 거의 금기를 건드리는 말이었어요.
황종희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압축돼요.
天下为主,君为客(천하위주, 군위객) — "천하가 주인이고 군주는 손님이다."
세상이 집주인이고 임금은 잠깐 들른 손님이라는 뜻이에요.
손님이 안방을 차지하고 주인 행세를 하면, 그게 바로 해악이라는 거죠.
황종희는 임금이라는 자리가 처음 어떻게 생겼는지 되짚어요.
아주 옛날, 세상엔 저마다 제 잇속만 챙기고 공동의 일은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대요.
그때 한 사람이 나서서 자기 이익은 뒤로 미루고 세상 사람들의 이익을 앞세워 궂은일을 도맡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임금의 시작이라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아파트 관리소장 같은 자리예요.
주민이 편하게 살라고 궂은 일을 대신 해 주는 사람이죠.
월급을 받지만 아파트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주민이고, 소장은 주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에요.
임금도 원래 그런 자리였다는 거예요.
그래서 관리를 두는 이유도 為天下,非為君也;為萬民,非為一姓也 — "천하를 위한 것이지 군주를 위한 것이 아니며, 만민을 위한 것이지 한 성씨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아요.
문제는 그다음 임금들이 이 관계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데 있어요.
세상을 위해 일하는 대신, 천하를 통째로 자기 집안의 재산으로 여기기 시작한 거죠.
관리소장이 어느 날 "이 아파트는 내 거야"라고 선언하고, 주민을 세입자 취급하며 돈을 뜯어 자기 자식에게 물려주려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게 황종희가 본 임금의 실제 모습이에요.
임금 한 사람과 그 집안(一姓, 곧 한 성씨)이 잘살자고 온 세상 사람을 쥐어짜니, 손님이 주인집을 털어 가는 꼴이죠.
그래서 임금이 도리어 천하의 가장 큰 해악이 된다는 거예요.
세상이 주인이라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에요.
황종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요.
임금이 주인이 아니라면, 임금의 말이 곧 진리일 이유도 없다는 거죠.
天子之所是未必是,天子之所非未必非 — "천자가 옳다고 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천자가 그르다고 하는 것이 반드시 그른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 정답이라고 하면 무조건 정답이던 교실을 떠올려 보세요.
황종희는 그 반대를 말해요.
옳고 그름은 임금 한 사람의 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따져서 정해야 한다는 거죠.
임금을 하늘처럼 떠받들던 시대엔 정말 대담한 생각이었어요.
이 대담함 때문에 청나라 말기 개혁가와 혁명가들은 《명이대방록》을 프랑스 사상가 루소에 견주며 황종희를 '중국의 루소'라 불렀어요.
임금 한 사람의 절대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했으니까요.
다만 조심할 부분도 있어요.
이 별명은 황종희가 스스로 붙인 게 아니라 200년쯤 뒤 사람들이 붙인 평가예요.
그의 생각이 오늘날의 민주주의만큼 나아갔는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요.
다스리는 권한은 여전히 임금에게 있다고 본 治权在君(치권재군)의 한계에 머물렀다는 반론도 있고, 그를 '중국 과거 민주사상의 위대한 대표자'로 높이 사는 평가도 있어요.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보다, 왕조 시대 한복판에서 "세상이 주인"이라고 외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고 보면 돼요.
황종희의 '군주는 천하의 해악'은 세 걸음으로 기억하면 쉬워요.
첫째, 임금은 본래 세상 사람들을 위해 궂은일을 맡던 자리였어요.
둘째, 그런데 후대 임금들이 천하를 제 집안 재산으로 삼으면서 도리어 세상에서 가장 큰 해악이 됐죠.
셋째, 그러니 임금이 주인이 아니라 天下为主, 곧 세상이 주인이고 임금은 손님일 뿐이에요.
300여 년 전, 임금을 하늘처럼 여기던 시대에 나온 이 한마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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