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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민본(民本)은 나라의 주인이 임금이 아니라 백성이라는 생각이고, 혁명론은 그 백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임금은 하늘이 맡긴 자격을 잃어 다른 사람으로 바꿔도 된다는 주장이에요. 정도전은 이 두 논리를 묶어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우는 일을 정당화했어요.
분식집을 떠올려 볼게요.
가게는 손님을 위해 있지, 손님이 가게를 위해 있는 게 아니에요.
손님이 없으면 가게도 없으니까요.
정도전이 본 나라도 똑같아요.
나라는 임금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백성을 위해 있다는 거예요.
이게 바로 민본(民本)이에요.
백성 민(民)에 근본 본(本), 곧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뜻이지요.
임금이 화려한 궁궐에 앉아 있어도, 그 나라를 떠받치는 진짜 뿌리는 논밭에서 일하는 백성이라는 생각이에요.
정도전은 조선을 설계하면서 이 생각을 나라의 바탕에 깔았어요.
백성이 근본이라면 임금은 뭘까요?
정도전의 답은 이래요.
임금은 백성을 잘 살게 하라고 하늘이 잠시 자리를 맡겨 둔 관리자라는 거예요.
아파트로 치면 임금은 건물주가 아니라 관리소장에 가까워요.
주민(백성)을 위해 일하라고 앉혀 둔 사람이지요.
그래서 임금이 자기 곳간만 채우고 백성을 굶기면, 그건 관리소장이 관리비를 빼돌리는 것과 같아요.
맡은 일을 안 했으니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어지는 거예요.
임금이 주인이 아니라는 이 뒤집기가, 다음에 나올 무서운 결론의 출발점이 돼요.
혁명(革命)이라는 말은 '천명(天命)을 바꾼다'는 뜻이에요.
옛날 사람들은 임금이 하늘의 뜻을 받아 백성을 다스린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임금이 백성을 못살게 굴면, 하늘이 그에게 준 자격을 거둬들여 더 나은 사람에게 넘긴다고 봤지요.
이 생각을 성씨를 바꾼다는 뜻에서 역성혁명(易姓革命)이라고도 불러요.
이건 정도전이 처음 지어낸 게 아니라 훨씬 앞선 맹자의 생각에서 온 거예요.
핵심은 이래요.
백성을 괴롭히는 임금은 이미 진짜 임금이 아니다, 그러니 그를 끌어내리는 건 반역이 아니라 마땅한 일이다.
정도전은 이 논리를 고려 말의 부패한 정치에 그대로 겨눴어요.
그리고 이성계를 새 임금으로 세우는 일을 '반란'이 아니라 '하늘의 뜻'으로 설명했지요.
말로만 끝났다면 그저 멋진 명분이었을 거예요.
정도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어요.
고려의 마지막 임금이던 우왕과 창왕이 사실은 왕씨 핏줄이 아니라고 주장했거든요.
이걸 '우창비왕설'이라고 해요.
다만 지금 학자들은 대부분 이 주장을 조선 건국을 정당화하려고 만든 이야기로 봐요.
혁명을 더 매끄럽게 만들려는 명분 다지기였던 셈이지요.
정리하면 민본과 혁명론은 한 몸이에요.
'백성이 근본이다(민본)'가 전제라면, '그 백성을 저버린 임금은 바꿀 수 있다(혁명)'가 결론이에요.
이 둘이 맞물려 조선이라는 새 나라의 정당성이 만들어졌어요.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짚고 갈게요.
민본은 백성을 '위한' 정치이지, 백성이 직접 '다스리는' 정치는 아니에요.
이 차이를 표로 볼게요.
| 구분 | 정도전의 민본 | 오늘의 민주주의 |
|---|---|---|
| 나라의 근본 | 백성 | 백성(국민) |
| 결정하는 사람 | 임금과 관료 | 국민과 대표 |
| 백성의 위치 | 보살핌을 받는 대상 | 스스로 뽑고 정하는 주체 |
정도전은 백성을 아꼈지만, 결정은 어디까지나 임금과 관료의 몫이라고 봤어요.
사회도 농민·장인 같은 아래 다수, 문인 중간층, 소수의 관료 위층으로 나눠 생각했고요.
그러니 '정도전이 민주주의를 말했다'거나 '영국식 입헌군주제를 꿈꿨다'는 식의 설명은 후대 사람이 나중에 갖다 붙인 해석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아요.
정도전의 민본과 혁명론은 이렇게 묶을 수 있어요.
나라의 뿌리는 임금이 아니라 백성이고(민본), 그 백성을 저버린 임금은 하늘이 준 자격을 잃어 다른 사람으로 바꿔도 된다(혁명론)는 거예요.
정도전은 이 논리로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의 정당성을 세웠지요.
다만 이건 백성이 스스로 다스리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백성을 잘 보살피라고 임금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운 생각이었다는 점만 잊지 않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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