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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도겐은 시간을 사물과 따로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봤어요. 산에 서 있는 나, 밥을 먹는 나처럼 무언가로 '있는' 매 순간이 곧 시간이라서, 존재와 시간은 떼어낼 수 없다는 뜻이에요.
도겐(1200~1253)은 오직 앉아서 좌선하는 수행을 강조하며 일본 조동종을 연 선승이에요.
그가 대표작 『쇼보겐조(正法眼藏)』에서 펼친 생각 가운데 하나가 바로 有時(우지)예요.
有時는 글자 그대로 有(있음)와 時(때)를 나란히 붙인 말이에요.
보통은 두 글자를 느슨하게 읽고 넘기지만, 도겐은 이 둘을 절대 떼지 말라고 해요.
무언가로 '있다'는 것이 곧 '시간'이라는 거죠.
존재가 시간이고, 시간이 존재예요.
핵심을 먼저 말하면 이래요.
시간은 사물과 별개로 저 혼자 흐르는 무엇이 아니라, 지금 무언가로 있는 그 일 자체예요.
이 한 문장이 有時의 전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요.
우리는 보통 시간을 강물처럼 상상해요.
강물은 저 혼자 흐르고, 나는 강가에 앉아 그 흐름을 구경해요.
시간은 저기서 흐르고, 나는 여기 따로 있고요.
시계도 마찬가지예요.
시간이라는 눈금이 먼저 있고, 그 위에 내 하루가 얹히는 것처럼 느껴지죠.
도겐은 이 그림을 통째로 뒤집어요.
강가에 앉아 있는 그 순간이 바로 시간이에요.
산에 서 있는 나, 그게 산의 시간이에요.
밥을 먹는 나, 그게 밥의 시간이에요.
시간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무언가로 있는 매 순간이 통째로 시간인 거예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우리는 시간을 텅 빈 상자로 여기고 그 안에 사건을 담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도겐이 보기엔 상자와 내용물이 따로 없어요.
담기는 사건이 곧 상자예요.
있음과 때 사이에 빈틈이 없는 거죠.
| 물음 | 흔한 시간관 | 도겐의 有時 |
|---|---|---|
| 시간이란 | 사물과 따로 흐르는 강물 | 무언가로 있는 일 그 자체 |
| 나와 시간 | 나는 시간 밖에서 흐름을 구경함 | 내가 있는 순간이 곧 시간 |
| 지금이란 | 과거와 미래 사이의 중간역 | 온전한 하나의 있음-시간 |
이 관점에는 재미있는 결과가 따라와요.
무언가로 있는 그 자리가 곧 시간이니까, 시간은 늘 지금 여기서 온전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에요.
그래서 도겐에게 '지금'은 과거에서 미래로 서둘러 가는 중간역이 아니에요.
산에 오르던 때는 산에 오르던 때로 온전하고, 강을 건너던 때는 강을 건너던 때로 온전해요.
지나간 때가 어디 먼 창고에 쌓여 사라진 것도 아니고요.
각각의 순간이 저마다 하나의 완전한 '있음-시간'인 거죠.
쉽게 말하면, 시간을 아껴 다음 순간으로 달려갈 이유가 없어요.
지금 이 순간이 이미 존재의 전부니까요.
도겐이 오직 앉아 좌선하는 일을 그토록 강조한 마음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다른 순간을 목표로 달리지 않고, 지금 있는 그 자리에 온전히 있는 것 말이에요.
有時를 이야기하면 자주 나오는 비교가 있어요.
20세기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개념과 견주는 거예요.
스티븐 하이네나 조안 스탬보 같은 학자들은 有時가 하이데거의 '현존재(Dasein)'와 닮았다고 봤어요.
사람이라는 존재가 시간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점이 서로 통한다는 거죠.
다만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에요.
레인 라우드 같은 학자는 이 비교에 이의를 제기해요.
약 800년 전 일본 선승의 말과 현대 서양 철학을 곧바로 포개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예요.
그러니 '有時는 곧 하이데거'라고 외우기보다는, 존재와 시간을 하나로 본 발상이 동서양에서 따로 나타났다는 정도로 기억해 두면 좋아요.
도겐의 有時는 어디까지나 좌선하는 선승의 자리에서 나온 말이니까요.
有時는 有(있음)와 時(때)를 하나로 묶은 도겐의 말이에요.
시간은 사물과 따로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지금 무언가로 있는 일 그 자체라는 뜻이에요.
강가에 앉아 있는 그 순간이 곧 시간이고, 밥 먹는 내가 곧 밥의 시간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어딘가로 가는 중간역이 아니라 존재가 온전히 벌어지는 자리예요.
하이데거와 비슷하다는 비교도 있지만 이견도 있으니, 존재와 시간이 둘이 아니라는 한 문장만 챙겨 두어도 有時는 충분히 손에 잡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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