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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발명본심(發明本心)은 착한 마음을 밖에서 배워 채워 넣는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이미 내 안에 있어서, 공부란 그 마음을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가려진 것을 걷어내 밝게 드러내는 일이라는 뜻이에요.
먼지가 뽀얗게 앉은 거울을 떠올려 보세요.
얼굴이 안 비친다고 해서 거울이 없는 건 아니에요.
원래 있던 거울 위에 먼지가 덮였을 뿐이라, 소매로 슥슥 닦으면 얼굴이 다시 또렷하게 비쳐요.
육구연(陸九淵)이 말한 발명본심(發明本心)이 바로 이 '거울 닦기'와 닮았어요.
육구연은 남송 때 사람으로 호가 상산(象山)이라 흔히 '상산선생'이라 불렸고, 몰년은 자료마다 1192년과 1193년으로 갈려요.
그가 말한 본심(本心)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착하고 바른 마음이에요.
발명(發明)은 이 마음을 '밝혀 드러낸다'는 말이고요.
그러니까 발명본심은 '내 안에 이미 있는 선한 마음을, 덮인 먼지를 걷어내고 환하게 드러내는 일'이에요.
착함을 새로 배워 오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되찾는 거예요.
오늘날 '발명'이라고 하면 없던 물건을 새로 만들어 내는 걸 떠올리기 쉬워요.
하지만 발명본심의 발명(發明)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여기서 발(發)은 '피어나게 하다', 명(明)은 '밝히다'예요.
합치면 '숨어 있던 것을 밖으로 피워 내 환하게 밝힌다'는 말이에요.
비유하자면 캄캄한 방에서 스위치를 켜는 일과 같아요.
스위치를 켠다고 방에 없던 물건이 생기지는 않아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책상과 의자가 불빛 아래 보일 뿐이죠.
육구연이 보기에 사람의 착한 마음도 이미 방 안에 놓여 있어요.
다만 욕심과 잡생각이라는 어둠에 가려 안 보일 뿐이라, 그 어둠만 걷어 주면 저절로 드러나요.
그래서 발명본심은 '만드는 공부'가 아니라 '드러내는 공부'예요.
본심이라는 생각의 뿌리는 육구연보다 훨씬 앞선 맹자에게 있어요.
맹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네 가지 착한 마음의 싹, 곧 사단(四端)을 지닌다고 했어요.
육구연은 이 맹자의 생각을 이어받아 한 걸음 더 밀고 나갔어요.
네 가지 싹은 이래요.
| 원어 | 쉬운 풀이 | 자라나는 덕 |
|---|---|---|
| 측은(惻隱) | 남의 아픔을 딱하게 여기는 마음 | 인(仁) |
| 수오(羞惡) |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 | 의(義) |
| 사양(辭讓) |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 | 예(禮) |
| 시비(是非) |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 | 지(智) |
길을 걷다 아이가 넘어져 우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저절로 그래요.
육구연은 바로 이 저절로 올라오는 마음이 내가 원래 착한 마음을 지녔다는 증거라고 봤어요.
발명본심이란 이 싹을 억지로 심는 게 아니라, 이미 돋아 있는 싹을 알아보고 잘 키워 주는 일이에요.
육구연과 같은 시대를 산 주희(朱熹)는 공부의 길을 다르게 봤어요.
두 사람의 차이를 나란히 놓으면 발명본심이 더 또렷해져요.
| 주희의 길 | 육구연의 발명본심 | |
|---|---|---|
| 착함은 어디에? | 세상 사물마다 이치가 흩어져 있음 | 내 마음 안에 갖춰져 있음 |
| 공부 방법 | 책과 사물을 하나하나 파고들어 이치를 모음 | 마음을 가린 것을 걷어내 본심을 드러냄 |
| 비유 | 벽돌을 밖에서 날라 와 집을 쌓음 | 이미 있는 집의 먼지를 닦음 |
육구연은 주희처럼 책을 잘게 파고드는 방식을 '지리(支離)', 곧 자잘하게 흩어져 근본을 잃었다고 봤어요.
반대로 주희는 육구연의 길이 너무 간략하고 텅 비었다고 여겼고요.
두 사람은 1175년 아호(鵝湖)라는 곳에서 직접 만나 토론했지만, 어느 한쪽이 이겼다기보다 서로의 학설을 못마땅해하며 갈라섰어요.
승부가 난 극적인 대결처럼 그리는 이야기도 있지만, 기록은 그저 결렬로 남아 있어요.
발명본심은 지금 우리에게도 말을 걸어요.
우리는 흔히 착한 사람이 되려면 좋은 책을 더 읽고 좋은 말을 더 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배움은 소중하지만, 육구연은 그보다 먼저 내 안을 들여다보라고 해요.
남이 넘어졌을 때 철렁하던 그 마음, 거짓말하고 나서 얹혔던 그 부끄러움.
그게 이미 내 안의 나침반이에요.
달라져야 할 건 나침반을 새로 사는 게 아니라, 나침반 위에 쌓인 욕심의 먼지를 닦는 일이에요.
발명본심은 '나는 원래 텅 비어 있으니 밖에서 다 채워 와야 한다'는 조급함 대신, '나는 이미 좋은 것을 지녔으니 그걸 흐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차분함을 건네줘요.
발명본심(發明本心)은 착한 마음을 밖에서 만들어 오는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내 안에 있는 본심을 밝혀 드러내는 공부예요.
발명은 발명품이 아니라 '피워 밝힌다'는 뜻이고, 본심의 뿌리는 맹자가 말한 네 가지 착한 싹에 있어요.
먼지 낀 거울을 닦으면 얼굴이 비치듯, 마음을 가린 욕심만 걷어내면 선함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것.
이 한 가지를 기억하면 육구연의 발명본심을 붙잡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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