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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경험적 자연철학은 자연을 책이나 유명한 학자의 말로 믿지 않고, 직접 재고 무게를 달고 실험해서 확인한 것만 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예요. 그래서 비루니는 옛 권위자의 주장도 숫자가 맞지 않으면 의심했어요.
요리할 때 레시피에 "소금 조금"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사람마다 결과가 달라지죠.
그런데 "소금 3그램"이라고 저울로 달아 적으면 누가 해도 같은 맛이 나와요.
비루니(973년경~1048년경)가 자연을 대한 방식이 딱 이랬어요.
비루니는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카스 교외에서 태어나 이슬람 법학부터 수학, 천문학, 의학까지 두루 공부한 학자예요.
그가 남긴 146권의 책 가운데 상당수가 하늘과 땅을 직접 관측하고 잰 기록이었어요.
핵심은 하나예요.
"유명한 옛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니까"가 아니라, "내가 직접 재보니 이렇더라"를 근거로 삼았다는 거죠.
이게 바로 경험적 자연철학이에요.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재고 도구로 실험해서 확인한 것만 지식으로 인정하는 태도요.
예를 들어 그는 산 위에서 지평선이 내려앉는 각도를 관측해 지구 반지름을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지금의 파키스탄 난다나에서 실제로 해봤어요.
책상 앞 계산이 아니라 산에 올라가 잰 값이었죠.
다만 이런 땅 재기 자체는 측지학이라는 다른 이야기이니 여기서는 "직접 재본다"는 태도만 기억하면 돼요.
비루니의 실험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무게 재기예요.
그는 유체정역학 저울이라는 도구를 직접 써서 물질의 밀도를 아주 정밀하게 측정했어요.
원리는 목욕탕에서 몸을 담그면 물이 넘치는 것과 같아요.
물체를 물에 넣으면 그 물체 부피만큼 물이 밀려나죠.
이걸 이용하면 같은 크기라도 어떤 물질이 더 빽빽하게 채워졌는지, 즉 얼마나 무거운지를 정확히 잴 수 있어요.
비루니는 이 방법으로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 보석, 심지어 공기의 밀도까지 쟀다고 전해져요.
이건 그냥 무게를 아는 데서 끝나지 않았어요.
그는 물체가 가만히 있을 때의 힘과 움직일 때의 힘을 함께 다루면서, 물과 액체의 성질을 연구하는 유체역학의 기초를 놓았어요.
밀도와 비중을 구하는 여러 방법을 스스로 고안하고, 그에 필요한 도구까지 만들어 썼죠.
말로 설명하는 대신 재고 달아 보이는 사람이었어요.
옛날 사람들은 보석을 대개 색깔로 나눴어요.
빨가면 루비, 파라면 사파이어 하는 식이죠.
하지만 색은 속기 쉬워요.
겉만 비슷하게 물들여도 감쪽같으니까요.
비루니는 여기서도 다르게 갔어요.
직접 만든 장치로 광물과 보석을 색이 아니라 비중과 경도 같은 물리적 성질로 분류했어요.
무게가 얼마나 촘촘한지, 얼마나 단단해서 잘 긁히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삼은 거죠.
겉모습은 꾸밀 수 있어도 밀도와 단단함은 속이기 어렵거든요.
| 구분 | 옛 방식 | 비루니의 방식 |
|---|---|---|
| 기준 | 눈에 보이는 색 | 직접 잰 비중·경도 |
| 근거 | 겉모습·소문 | 도구로 측정한 숫자 |
| 약점 | 꾸미면 속는다 | 재봐야 하니 손이 간다 |
약을 다룬 책에서도 그는 약물 이름을 시리아어, 페르시아어, 그리스어, 인도어 등 여러 언어로 나란히 적었어요.
이름 하나만 믿다가 다른 약을 쓰는 실수를 막으려고 실물과 이름을 꼼꼼히 맞춘 거예요.
경험적 태도의 진짜 힘은 유명한 사람의 말도 의심할 수 있다는 데 있어요.
비루니는 젊은 시절 이븐 시나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아리스토텔레스를 두고 토론했어요.
아리스토텔레스가 행성의 타원 궤도를 반대하며 든 논거가 허술하다고 느꼈을 때, 그는 아랍어로 مذهول, 즉 "어리둥절하다, 경악스럽다"라는 말로 자기 반응을 적었어요.
대학자의 논리라도 근거가 약하면 놀랐다고 솔직히 말한 거죠.
동시에 그는 자기 측정의 한계도 인정했어요.
지구 반지름을 계산할 때 빛이 대기에서 휘는 현상을 몰라 보정하지 못했고, 그래서 값에 최대 20% 정도 오차가 생길 수 있었어요.
지구가 도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자전에 우호적인 논평은 남겼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다고 스스로 밝혔어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두는 것, 이것도 경험적 자연철학의 정직함이에요.
비루니의 경험적 자연철학은 한마디로 "직접 재고 달아 보고 확인한 것만 믿는다"예요.
그는 저울로 금속과 보석의 밀도를 쟀고, 광물을 색이 아니라 비중과 경도로 나눴으며, 산에 올라 지구를 쟀어요.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큰 이름 앞에서도 근거가 약하면 의심했고, 자기 측정의 오차와 모르는 부분은 솔직히 남겨 두었어요.
화려한 주장 대신 재본 숫자를 내미는 사람, 그게 우리가 기억할 비루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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