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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제2의 스승'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첫 번째 스승'으로 부르던 후대 학자들이, 그 철학을 가장 잘 풀어내고 이어받은 알 파라비에게 붙인 존경의 별명이에요. 아리스토텔레스 다음가는 두 번째 선생님이라는 뜻이죠.
학교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을 그냥 이름 대신 "큰 선생님"이라 부를 때가 있죠.
중세 이슬람 세계 사람들도 철학의 세계에서 그렇게 딱 두 사람만 특별한 이름으로 불렀어요.
첫 번째 스승(First Master)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두 번째 스승(Second Master)이 바로 알 파라비(أبو نصر محمد الفارابي)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두 번째'가 '이류'라는 뜻이 절대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100편이 넘는 책을 쓴 수많은 이슬람 철학자 가운데, 오직 그에게만 '아리스토텔레스 다음'이라는 자리를 내준 거니까요.
반에서 1등 다음의 2등이 아니라, 온 학교를 통틀어 두 번째로 큰 선생님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이었죠.
알 파라비는 대략 870년경에 태어나 950년에서 951년 사이에 세상을 떠난 철학자예요.
학자 생활의 대부분을 당시 학문의 중심지였던 바그다드에서 보냈고요.
그런데 왜 하필 그에게만 이 별명이 붙었을까요?
답은 그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숨어 있어요.
'두 번째'를 이해하려면 '첫 번째'부터 알아야겠죠.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 자연학, 윤리학처럼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학문'이라는 틀을 처음 짜낸 사람이에요.
요리에 비유하면, 재료만 잔뜩 있던 부엌에 처음으로 조리법과 순서를 만들어 준 셈이죠.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그를 '인류의 첫 스승'처럼 여겼어요.
생각하는 방법 자체를 가르쳐 준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이 '첫 번째'라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 뒤를 잇는 '두 번째'라는 자리도 생길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럼 알 파라비는 무엇을 했길래 그 귀한 두 번째 자리에 앉았을까요?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그냥 읽기만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파고들어 남들이 알아듣게 다시 풀어 준 사람이었어요.
그는 네스토리우스파 성직자 유한나 이븐 하일란에게서 논리학을 배우면서, 포르피리오스의 『이사고게』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 『명제론』, 『분석론 전서·후서』까지 차근차근 공부했다고 스스로 기록을 남겼어요.
어려운 원서를 붙들고 밑줄 그으며 노트를 만드는 성실한 학생의 모습이 떠오르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여러 책에 주석서, 그러니까 '해설집'을 직접 썼어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비롯한 저작에 자기 설명을 덧붙인 거예요.
아랍어를 쓰는 이슬람 세계 사람들이 그리스 철학을 이해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 준 셈이죠.
원문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넘어, "이 부분은 이런 뜻이에요" 하고 옆에서 짚어 주는 좋은 선생님 역할을 한 거예요.
말로만 대단하다고 하면 잘 와닿지 않죠.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알 파라비보다 조금 뒤에 태어난 아비센나(이븐 시나)는 훗날 이슬람 철학을 대표하는 큰 인물이 돼요.
그런 그도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도무지 잡히지 않았대요.
그런데 알 파라비가 쓴 짧은 서론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스스로 밝혔어요.
천재 소리를 듣던 사람도 벽에 막혔는데, 파라비의 안내문 한 편이 그 벽을 뚫어 준 거죠.
참고로 형이상학을 두고 알 킨디는 그 주제가 '신'이라고 봤지만, 알 파라비는 그것이 무엇보다 '존재로서의 존재'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리했어요.
이 일화가 바로 '제2의 스승'이라는 이름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 줘요.
첫 번째 스승의 어려운 가르침을, 다음 세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열어 준 사람.
그게 두 번째 스승의 진짜 역할이었어요.
'제2의 스승'은 알 파라비를 부르던 존경의 별명이에요.
순서상 뒤라서가 아니라, '첫 번째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가장 깊이 공부하고 남들이 알아듣게 풀어 이슬람 세계에 이어 준 공로 때문에 붙은 이름이죠.
그가 원서를 파고들어 주석을 달았고, 그 덕에 아비센나 같은 인물도 벽을 넘었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두 번째 스승이란, 앞선 스승의 문을 다음 사람에게 활짝 열어 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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