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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포하는 '소'라는 말이 소라는 실체를 직접 가리키는 게 아니라, '소 아닌 것'을 전부 밀어낸 뒤 남는 자리를 가리켜 뜻을 얻는다는 이론이에요. 그래서 이름의 의미는 무언가를 콕 집는 긍정이 아니라, 아닌 것을 걷어내는 배제(부정)에서 생겨납니다.
디그나가는 대략 480년경부터 540년경까지 활동한 인도 불교 철학자예요.
(생몰년은 자료마다 갈려서 중국어 위키는 440년경부터 520년경으로 적기도 해요.)
그가 언어의 의미를 설명하려고 내놓은 개념이 바로 '아포하(apoha)', 우리말로 '배제'예요.
핵심은 한 문장이에요.
'소'라는 단어는 소라는 무언가를 직접 가리키지 않고, '소 아닌 것이 아니다(not a non-cow)'라는 방식으로만 뜻을 가진다는 거예요.
말이 어렵죠?
지우개로 설명해 볼게요.
교실에 아이 서른 명이 있다고 해봐요.
선생님이 "철수를 데려와"라고 하면 우리는 철수를 딱 알아봐요.
그런데 디그나가는 이렇게 봐요.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영희 아니고, 민수 아니고, 지우 아니고…' 하며 철수 아닌 얼굴을 하나씩 지워 나가다가, 마지막에 지워지지 않고 남은 자리를 '철수'라고 부른다는 거예요.
'소'도 똑같아요.
말도 아니고, 개도 아니고, 돌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것… 이렇게 소가 아닌 모든 것을 밀어내고 남은 빈자리가 '소'라는 단어의 뜻이에요.
그러니 뜻은 '이것이다'라는 채움이 아니라 '저것들이 아니다'라는 덜어냄으로 만들어져요.
디그나가 시대에 정통 니야야(Nyāya) 학파와 바르트리하리 같은 문법학자들은 '보편(universal)'이 실제로 있다고 봤어요.
세상 모든 소에 공통으로 깃든 '소임' 같은 실체가 있어서, '소'라는 말이 그걸 가리킨다는 거죠.
그런데 대다수 불교 철학자는 그런 보편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디그나가도 사우트란티카(Sautrantika) 학파의 유명론(prajñapti), 곧 '보편은 실재가 아니라 언어가 붙인 이름일 뿐'이라는 생각에 영향을 받았어요.
문제는 여기서 생겨요.
보편이 없다면, '소'라는 말은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요?
핫토리 마사아키의 설명에 따르면 디그나가의 답은 단호해요.
단어는 개별자(vyakti)든 보편(jati)든 그 어떤 실재하는 것도 가리킬 수 없어요.
실재를 가리키지 못하니, 남은 길은 '아닌 것을 빼는' 배제뿐이었던 거예요.
여기서 디그나가의 인식론과 연결돼요.
그는 우리가 아는 길을 지각과 추론 둘로 봤는데, 지각은 초록빛 한 조각, 단단함 같은 날것의 감각이라 이름도 개념도 붙기 전이에요.
반면 '소 아닌 것을 배제한다'는 일은 지각이 아니에요.
다른 대상들을 하나씩 제쳐 두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핫토리 마사아키는 아포하로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 결국 '일종의 추론(inference)'에 지나지 않는다고 정리해요.
이름을 붙이고 뜻을 세우는 일은 감각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걸러 내는 작업이라는 거죠.
이 아포하 이론은 디그나가의 대표작 『프라마나삼웃차야(集量論)』 제5장에서 다뤄지고, 뒷세대에 크게 영향을 끼쳤어요.
다만 그의 산스크리트 원문은 하나도 안 남고 티베트어·한역만 전해져서, 정확한 원래 뜻을 두고 지금도 연구가 이어지고 있어요.
아포하는 '말의 뜻은 채워서가 아니라 빼서 만들어진다'는 뒤집힌 생각이에요.
'소'는 소라는 실체를 직접 집는 게 아니라, 소 아닌 모든 것을 걷어낸 빈자리로 뜻을 얻어요.
보편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본 디그나가가, 그래도 우리가 말로 소통할 수 있는 이유를 '부정을 통한 지시'로 풀어낸 거죠.
이름표가 대상에 딱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아닌 것들을 지운 자리에 걸려 있다고 기억해 두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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