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경전(耕戰)은 나라의 온 백성을 오직 농사(耕)와 전쟁(戰) 두 가지 일에만 매달리게 하려던 상앙의 정책이에요. 농사로 곳간을 채워 부유해지고 군대로 땅을 넓혀 강해지되, 다른 길로 새는 힘을 막을수록 나라 힘이 이 두 곳에 몰린다고 봤어요.
경전(耕戰)은 '밭 갈 경(耕)'과 '싸울 전(戰)', 딱 두 글자로 된 말이에요.
밭 가는 일과 싸우는 일, 그러니까 농사와 전쟁이죠.
상앙(商鞅, 기원전 390년경~338년)은 진(秦)나라에서 개혁을 이끈 법가 사상가인데, 그가 세운 나라 살림의 큰 원칙이 바로 이 두 글자였어요.
생각은 단순해요.
나라가 강해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죠.
하나는 곳간에 쌓인 곡식, 하나는 싸울 수 있는 군대예요.
그래서 상앙은 백성이 하는 일을 이 둘로 좁혀 버려요.
농사를 지어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전쟁에 나가 나라를 강하게 하는 일이었어요.
부유하게 하는 '부국(富國)'과 강하게 하는 '강병(強兵)'을 이 두 가지 일에 몰아넣은 셈이에요.
상앙을 두고 후대의 채택(蔡澤)은 이렇게 정리했어요.
"劝民耕农利土,一室无二事,力田稸积,习战陈之事,兵动而地广,兵休而国富(백성에게 농사와 땅의 이로움을 권하여 한 집안에 두 가지 일이 없게 하고, 힘써 농사지어 쌓게 하며 전투를 익히게 했다. 그래서 군대가 움직이면 땅이 넓어지고 군대가 쉬면 나라가 부유해졌다)."
여기 나오는 '한 집안에 두 가지 일이 없게'라는 말이 경전의 핵심을 딱 짚어요.
한 가족을 떠올려 봐요.
아빠는 낮에 밭을 갈고, 나라에서 부르면 창을 들고 싸우러 나가요.
평화로울 땐 곡식을 쌓고, 전쟁이 나면 병사가 되죠.
상앙이 그린 그림이 이거예요.
농부가 곧 병사고, 병사가 곧 농부예요.
이 둘은 서로를 도와줘요.
농사를 열심히 지으면 군량이 넉넉해지니 군대가 오래 버틸 수 있고, 전쟁에서 이겨 땅을 넓히면 농사지을 밭이 더 늘어나요.
곡식이 병사를 먹이고, 병사가 밭을 벌어 오는 셈이죠.
그래서 '군대가 쉬면 나라가 부유해지고, 군대가 움직이면 땅이 넓어진다'는 말이 나온 거예요.
실제로 상앙은 진나라에 들어와 기원전 359년에 개간령(墾草令)부터 반포했어요.
'풀을 개간하라'는 명령, 곧 묵은 땅을 갈아엎어 농지를 늘리라는 거죠.
이어 기원전 356년 1차 변법에서도 개간을 장려하는 정책을 앞세웠어요.
농사가 그만큼 경전의 첫 기둥이었던 거예요.
경전에는 한 가지 무서운 짝이 있어요.
농사와 전쟁을 권하는 만큼, 그 밖의 길은 막아 버린다는 거예요.
물이 새는 구멍을 막을수록 한 방향으로 세게 흐르는 것과 같아요.
예를 들어 볼게요.
여러분이 게임을 하는데 '오직 두 가지 방법으로만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규칙을 정했다고 해봐요.
그러면 사람들은 다른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그 두 가지에만 매달리겠죠.
상앙의 나라가 딱 그랬어요.
장사로 큰돈을 벌거나 말재주로 출세하는 길을 좁히고, 상을 받고 신분이 오르는 길은 오직 농사와 전쟁 쪽으로만 열어 둔 거예요.
한 집안에 '두 가지 일이 없게' 한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세 번째, 네 번째 딴짓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래서 경전은 그냥 '농사도 짓고 전쟁도 하자'는 권유가 아니에요.
온 나라의 사람과 힘을 이 두 통로로만 흐르게 설계한 국가 운영의 틀이었어요.
이 힘이 실제로 쌓여, 뒷날 진나라가 여러 나라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하는 밑바탕이 됐다고 후대 사람들은 평가해요.
경전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데는 상앙의 독특한 시간관이 있었어요.
그는 옛 성인의 정치를 무작정 본받을 필요가 없다고 봤어요.
신농(神農) 같은 옛 임금의 다스림도 그 시대의 인구와 생산력에 맞춘 것일 뿐이라는 거죠.
시대가 달라졌으면 법과 제도도 지금에 맞게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옛날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과 정반대예요.
지금 우리 밭이 이만큼 넓고 사람이 이만큼 많으니, 거기에 딱 맞는 새 규칙을 짜자는 거였죠.
경전처럼 온 백성을 농사와 전쟁으로 재편하는 대담한 정책도, 바로 이 '지금에 맞춰 새로 만든다'는 배짱 위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경전(耕戰)은 밭 갈 경, 싸울 전, 두 글자예요.
상앙은 나라를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려고 백성의 일을 농사와 전쟁 둘로 좁혔어요.
농사가 곳간을 채워 부국을 이루고, 전쟁이 땅을 넓혀 강병을 이루며, 이 둘이 서로를 먹여 살렸죠.
대신 그 밖의 길은 막아, 나라의 힘이 두 통로로만 흐르게 했어요.
'한 집안에 두 가지 일이 없게' 한다는 말 하나로 경전 전체를 기억하면 돼요.
딴 데 새지 않는 힘, 그게 상앙이 진나라에 심어 놓은 무기였어요.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