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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오상아(吾喪我)는 '내가 나를 잃어버린다'는 뜻이에요. 남과 비교하고 고집하던 '작은 나'를 내려놓을 때, 오히려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넓고 자유로운 마음이 열린다는 장자의 말입니다.
시험 점수, 남의 눈치,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는 생각까지.
우리는 하루 종일 '나'를 신경 쓰면서 살아요.
그런데 장자는 오히려 그 '나'를 잊어버리라고 말합니다.
이게 바로 오상아(吾喪我)예요.
한자 그대로 풀면 '나(吾)가 나(我)를 잃다(喪)'라는 뜻이고, 우리말로는 흔히 '나를 잊다'라고 옮깁니다.
장자는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송(宋)나라 사람으로, 절대적 자유와 만물의 평등을 이야기한 도가 사상가예요.
오상아는 그의 책 《장자》 제물론(齊物論) 편에 나오는 말이고요.
재미있는 건 여기 '나'가 두 번 나온다는 점이에요.
잊는 쪽의 나(吾)와, 잊히는 쪽의 나(我)가 따로 있는 것처럼 들리죠.
여기서 잊어야 할 '나'는 남과 비교하며 굳어진 나, '내가 맞다'며 세상을 재단하는 나입니다.
그 딱딱한 껍질을 벗는 일이 바로 오상아예요.
생각해 보면 다툼은 대부분 '나'에서 시작해요.
내 생각이 옳고 네 생각은 틀렸다, 내가 좋아하는 게 진짜 좋은 거다.
이렇게 '나'를 가운데 두고 세상을 재면, 나와 다른 모든 것이 어긋나 보이고 마음이 편할 틈이 없어요.
장자는 사람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이렇게 표현했어요.
凡人心險于山川,難于知天.
'무릇 사람의 마음은 산천보다 험하고, 하늘보다 알기 어렵다'는 말이에요.
그렇게 험한 마음의 뿌리에는 늘 '나 중심'으로 세상을 보려는 습관이 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있으면 세상이 그 색으로만 보이잖아요.
'나'라는 색안경도 마찬가지예요.
오상아는 그 색안경을 잠시 벗어 보라는 권유입니다.
나를 내려놓으면 세상을 이기고 지는 시합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고, 그때 무엇에도 침해받지 않는 자유가 찾아온다고 본 거죠.
장자는 이렇게 초연히 노니는 경지에 이른 사람을 진인(眞人)이라고 불렀어요.
그럼 '나'를 어떻게 잊을까요?
장자는 심재(心齋)라는 방법을 이야기해요.
재(齋)는 제사 전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비우는 일을 가리켜요.
그러니 심재는 '마음을 비워 맑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장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若一志,無聽之以耳而聽之以心,無聽之以心而聽之以氣……唯道集虛。虛者,心齋也.
풀어 보면 '뜻을 하나로 모아,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며, 마음으로도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오직 도(道)는 빈 곳에 모인다. 그 빈 것이 바로 심재다'라는 뜻이에요.
어렵게 들리지만 핵심은 '비움'이에요.
방을 예로 들어 볼게요.
짐이 가득 찬 방에는 새 손님이 들어올 수 없어요.
짐을 치워 빈자리를 만들어야 누군가 앉을 수 있죠.
마음도 똑같아요.
'내 생각, 내 고집, 내 기준'으로 꽉 찬 마음에는 세상이 들어올 틈이 없어요.
그 짐을 조금씩 덜어 마음을 비우는 것, 그 빈자리에 도가 스며드는 것이 심재이고, 그렇게 '나'를 잊는 상태가 오상아입니다.
잊는다는 건 나를 미워하며 없애는 게 아니라, 힘을 빼고 놓아 준다는 쪽에 가까워요.
요즘은 '나'를 붙잡을 이유가 넘쳐요.
프로필, 자기소개, 남과 나를 나란히 세워 보여 주는 화면들.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라벨이 많아질수록, 그 라벨에 맞춰 사느라 오히려 마음이 좁아지기 쉬워요.
오상아는 그런 라벨을 잠깐 내려놓아 보라고 말해요.
그림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을 때, 좋아하는 노래에 마음을 맡겼을 때, 걷다가 문득 아무 생각 없이 바람만 느꼈을 때.
그 순간 우리는 '나는 어때야 한다'는 생각을 잊고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그럴 때 마음이 제일 편하고 자유롭죠.
장자가 말한 나를 잊는 순간이 사실 우리 일상에도 이미 숨어 있는 셈이에요.
다만 장자를 어디까지 밀고 갈지, 그러니까 '나를 잊음'을 완전한 초탈로 볼지 소박한 마음 비움으로 볼지는 지금도 학자마다 해석이 갈려요.
그러니 하나의 정답으로 못 박기보다, 나를 조금 내려놓아 보는 연습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합니다.
오상아(吾喪我)는 '나를 잊다'라는 뜻으로, 남과 비교하며 굳어진 '작은 나'를 내려놓는 일이에요.
장자는 그렇게 나를 비울 때 다툼과 고집에서 풀려나 참된 자유에 이른다고 보았고, 그 비움의 연습을 심재(心齋)라고 불렀어요.
색안경을 벗고, 꽉 찬 방을 비우듯 마음에 자리를 내는 것.
그 빈자리에서 세상이 있는 그대로 들어온다는 것.
오늘 잠깐이라도 '나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아 본다면, 이미 오상아를 한 조각 맛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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