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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쓸모없음의 쓸모란,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바로 그 쓸모없음 덕분에 베이거나 부려지지 않고 제 수명을 온전히 누린다는 장자의 뒤집힌 생각이에요. 쓸모는 남에게 쓰인다는 뜻이고, 쓰이는 것은 곧 닳는다는 뜻이거든요.
공원에 곧고 반듯한 나무와, 이리저리 굽고 옹이진 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고 해 볼게요.
목수가 온다면 어느 쪽을 벨까요?
당연히 반듯한 나무예요.
가구도 되고 기둥도 되니까요.
굽은 나무는 쓸 데가 없어서 그냥 지나쳐요.
그런데 바로 그 덕분에 굽은 나무는 베이지 않고 몇십 년을 더 살아 큰 그늘을 드리우게 돼요.
장자가 말한 '쓸모없음의 쓸모'가 딱 이 이야기예요.
우리는 보통 쓸모 있는 게 좋고 쓸모없는 건 나쁘다고 여기죠.
그런데 장자는 이 순서를 뒤집어요.
'쓸모 있다'는 건 남이 나를 필요로 해서 데려다 쓴다는 뜻이고, 쓰이는 물건은 결국 닳고 소모돼요.
반대로 쓸모없어 보이는 것은 아무도 손대지 않으니 제 모습 그대로, 제 수명대로 살아남는다는 거예요.
《장자》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 이야기가 나와요.
얼마나 큰지 소 수천 마리를 가릴 정도인데, 목수는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짜면 금방 썩고, 그릇을 만들면 깨지는, 아무짝에도 못 쓰는 나무거든요.
그런데 장자는 되물어요.
바로 그 '못 쓴다'는 성질 덕분에 이 나무가 잘려 나가지 않고 이렇게 거대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요.
장자의 절친이자 토론 맞수였던 혜시(惠施)가 이런 핀잔을 준 적이 있어요.
"자네 말은 저 큰 나무처럼 크기만 하고 아무 쓸모가 없네."
그러자 장자는 답해요.
그렇게 쓸모없는 큰 나무라면, 넓은 들판에 심어 두고 그 아래에서 유유히 쉬며 노닐면 될 것을, 왜 쓸모없다고 타박만 하느냐고요.
쓸모없음은 버릴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 목적에도 매이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조건이라는 거예요.
여기서 장자가 살았던 시대를 잠깐 봐 둘게요.
그는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송나라 사람으로, 옻나무밭을 관리하는 하급 관리를 지냈고 생활이 몹시 가난했다고 전해져요.
나라들이 서로 잡아먹으려 다투던 험한 시대, '쓸모 있는 사람'은 곧 전쟁과 정치에 끌려가 소모되는 사람이기도 했지요.
장자 본인의 삶이 곧 '쓸모없음의 쓸모'였어요.
초나라 위왕이 사신을 보내 재상 자리, 그러니까 나라의 이인자 자리를 맡아 달라고 제안한 적이 있어요.
대단한 출셋길이죠.
그런데 장자는 거절해요.
《장자》 〈추수(秋水)〉편은 이 일을 거북에 빗대 전해요.
죽어서 비단보에 싸여 사당에 귀하게 모셔지는 거북이 되고 싶으냐,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뒹구는 거북이 되고 싶으냐고요.
장자의 답은 후자였어요.
남에게 '쓸모 있게' 쓰여 높은 자리에 오르는 순간, 그는 정치에 매이고 목숨까지 저당 잡히게 돼요.
차라리 쓸모없는 채로 진흙탕에서 자유롭게 사는 편이 낫다는 거예요.
장자가 바란 것은 무엇에도 침해받지 않는 자유와 독립, 즉 마음을 비우고 담담하게(허정虛靜·염담恬淡) 세상 밖에서 초연히 노니는 삶이었어요.
그는 이런 경지에 이른 사람을 참사람, 곧 '진인(眞人)'이라 불렀지요.
쓸모없음의 쓸모는 게으르게 살자는 말이 아니라, 남의 잣대에 쓰이려고 자신을 깎아 내지 말라는 뜻에 가까워요.
요즘 우리는 늘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들어요.
스펙을 쌓고, 남들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고, 어디든 쓰일 수 있게 자신을 다듬으라고요.
반듯한 나무가 되라는 재촉이지요.
장자는 그 반대편에서 조용히 물어요.
늘 쓰이기만 하는 삶이 정말 나를 위한 삶이냐고요.
쓸모의 기준은 언제나 나를 쓰려는 남이 정하니까요.
아무에게도 쓰이지 않는 시간, 성과로 계산되지 않는 취미, 목적 없이 멍하니 보내는 오후 같은 것들이 사실은 나를 나답게 지켜 주는 그늘일 수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뚜렷해져요.
| 세상의 시선 | 장자의 시선 |
|---|---|
| 쓸모 있음 = 좋음 | 쓸모 있음 = 남에게 쓰여 닳음 |
| 쓸모없음 = 버려짐 | 쓸모없음 = 베이지 않고 제 삶을 삶 |
| 기준은 남이 정함 | 기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짐 |
쓸모없음의 쓸모는,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바로 그 덕분에 베이거나 부려지지 않고 제 수명대로 살아남는다는 장자의 뒤집힌 생각이에요.
목수가 지나쳐 오래 산 나무, 재상 자리를 마다하고 진흙 속 거북처럼 살기를 택한 장자 자신이 그 예였지요.
남의 잣대에 맞춰 자신을 깎지 않는 것, 아무에게도 쓰이지 않는 시간에도 나는 온전하다는 것.
오늘 쓸모없어 보이는 당신의 어떤 부분이, 실은 당신을 오래도록 당신으로 살게 하는 그늘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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