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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소요유는 마음이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훨훨 거니는 상태예요. 바깥 조건이 다 사라져도 흔들리지 않을 때 비로소 절대 자유가 열린다는 뜻이에요.
한 나라의 왕이 재상 자리를 주겠다고 사람을 보냈는데, 그 자리를 딱 거절한 사람이 있어요.
바로 장자(莊子)예요.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송나라 사람으로, 벼슬보다 개인의 자유를 훨씬 소중히 여긴 도가 사상가예요.
그가 쓴 《장자》 첫 편의 제목이 바로 '소요유(逍遙遊)'인데, 이 글은 그 소요유 한 가지에만 집중해 볼게요.
소요유는 글자 그대로 '한가로이 거닐며(逍遙) 노닌다(遊)'는 말이에요.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걷는 게 아니라, 어디에도 쫓기지 않고 마음이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이에요.
놀이터에서 실컷 뛰노는 아이를 떠올려 보세요.
시험도 숙제도 잊고 그냥 즐거운 그 순간, 아이는 아무것에도 매여 있지 않아요.
장자가 말한 자유가 딱 이런 느낌이에요.
다만 그는 이걸 놀이터 밖 삶 전체로 넓혀요.
우리는 보통 무언가에 기대서 살아요.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땐 보조바퀴에 기대고, 시험을 잘 보면 기분이 좋고 못 보면 우울해지죠.
돈이 있으면 든든하고 없으면 불안하고요.
그런데 장자는 물어요.
그렇게 바깥 조건에 기대는 한, 그 조건이 흔들리면 나도 같이 흔들리지 않느냐고요.
보조바퀴에 기댄 자전거는 보조바퀴가 빠지면 넘어져요.
그건 아직 완전한 자유가 아니에요.
장자는 소요유의 핵심을 이렇게 적었어요.
乘天地之正,而禦六氣之辯,以遊無窮 — 천지의 바름을 타고, 육기(六氣)의 변화를 몰아, 무궁(無窮)에 노닌다는 뜻이에요.
육기란 자연이 끝없이 바뀌는 여러 기운을 말해요.
쉽게 풀면, 날씨를 이기려 애쓰지 않고 바람을 타는 연처럼 자연의 흐름 그 자체에 나를 실어 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든 맞서 싸울 일이 없어요.
기댈 것을 하나씩 내려놓다가 마침내 아무것에도 기대지 않게 될 때, 흔들릴 이유도 사라져요.
이것이 장자가 말한 절대 자유예요.
앞에서 말한 재상 거절 일화가 바로 이 자유를 보여 줘요.
초나라 위왕이 사신을 보내 나랏일을 맡아 달라고 하자, 장자는 제사에 쓰려고 비단으로 곱게 싸 모셔 둔 죽은 거북을 이야기해요.
그렇게 귀하게 모셔지느니, 차라리 진흙탕 속에서 꼬리를 끌며 살아 있는 거북이 되고 싶다고요.
높은 자리는 겉으로 화려하지만, 그 순간 나는 남의 뜻에 매인 몸이 돼요.
장자는 그 화려함보다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는 진흙탕의 자유를 골랐어요.
장자는 이런 자유를 이룬 사람을 진인(眞人)이라 불렀어요.
마음이 텅 비고 고요한 상태, 곧 허정(虛靜)과 염담(恬淡)에 이르러 무엇에도 침해받지 않는 사람이에요.
화가 나도 금세 가라앉고, 좋은 일에도 크게 들뜨지 않는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장자는 흔히 노자와 묶여 '노장사상'이라 불려요.
하지만 둘의 관심은 조금 달라요.
| 구분 | 노자 | 장자 |
|---|---|---|
| 주된 관심 | 정치·사회 현실의 개혁 | 개인의 마음과 정신적 초탈 |
| 목표 | 나라를 잘 다스리는 무위의 정치 | 안심입명, 세상 밖에서 초연히 노닒 |
노자가 '어떻게 다스릴까'를 함께 고민했다면, 장자는 '나는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살까'에 더 파고들었어요.
소요유의 자유가 바로 이 개인의 초탈이에요.
참고로 장자가 정말 노자를 배웠는지는 학계에서 논쟁 중이라, 두 사람을 곧장 스승과 제자로 단정하지는 않는 게 좋아요.
소요유는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누워 있어라'는 말이 아니에요.
자연의 흐름을 타되, 성적이나 남의 평가 같은 바깥 조건에 내 마음 전부를 걸지 말라는 뜻에 가까워요.
시험 점수가 나를 통째로 정하게 두지 않고, 비 오는 날엔 비를 맞으며 걷듯 지금을 그대로 누리는 태도예요.
조건이 좋아도 나빠도 그 위에서 잔잔히 노닐 수 있다면, 우리도 조금은 소요유에 가까워지는 거예요.
소요유는 '거닐며 노닌다'는 뜻으로,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절대 자유를 가리켜요.
장자는 바깥 조건에 기대는 한 그 조건이 흔들리면 나도 흔들린다고 봤고, 그래서 기댈 것을 다 내려놓고 자연의 흐름 자체에 나를 싣자고 했어요.
재상 자리를 거절하고 진흙 속 거북을 택한 일화가 그 마음을 보여 주죠.
노자가 정치를 함께 고민했다면 장자는 개인의 초탈에 집중했다는 점,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잔잔한 마음이 곧 진짜 자유라는 점을 기억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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