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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간은 감정이 솟아오르기 전의 고요한 마음 바탕을 미발심체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그 바탕만큼은 성인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똑같이 맑고 선하다고 보았답니다.

여러분, 친구가 약을 올렸던 때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화가 확 솟구치기 바로 직전, 아직 아무 감정도 일어나지 않은 아주 짧은 순간이 있어요.
우리는 보통 그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만, 조선 시대 학자 이간은 바로 그 찰나의 마음에 평생을 매달렸어요.
이 글에서는 그가 말한 미발심체가 무슨 뜻인지, 그리고 왜 가까운 친구와 크게 다투면서까지 이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는지 어렵지 않게 풀어 볼게요.

미발이라는 말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심체는 '마음의 바탕'이라는 뜻이고요.
둘을 합치면 기쁨이나 화 같은 감정이 아직 피어나기 전, 마음의 본래 바탕을 가리키는 말이 돼요.
옛 유학 경전인 중용에는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를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간은 바로 이 대목을 깊이 파고든 거예요.
조금 어려우니 그림으로 바꿔 볼게요.
바람 한 점 없는 새벽 호수를 떠올려 보세요.
물결이 전혀 일지 않아 바닥까지 훤히 비치죠.
감정이 일어나기 전의 마음도 이렇게 잔잔하고 맑다는 거예요.
누군가 돌을 던져 물결이 일렁이는 순간이 바로 감정이 터져 나온 상태, 곧 이발이고요.
이간은 출렁이는 물결보다, 물결이 일기 전 그 맑은 물 자체가 어떤 모습인지 끝까지 보고 싶어 했어요.

이간은 1677년부터 1727년까지 살았던 조선의 성리학자예요.
외암이라는 호로도 많이 불렸어요.
권상하라는 이름난 스승 밑에서 공부했는데, 같은 스승 아래에 한원진이라는 또래 동문이 있었어요.
둘은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배우던 가까운 사이였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미발심체 문제에서 두 사람의 생각이 완전히 갈렸어요.
친한 사이였지만 학문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던 거죠.
재미있는 건 스승 권상하가 이간이 아니라 한원진의 손을 들어 주었다는 점이에요.
스승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외로운 주장이었지만, 이간은 자기 생각을 끝까지 지켰어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질문은 사실 아주 단순했어요.
감정이 일어나기 전 고요한 마음은, 성인과 보통 사람이 똑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하는 거였죠.
이간은 똑같다고 답했어요.
그 깊은 바탕만큼은 누구나 차별 없이 맑고 선하다는 거예요.
반대로 한원진은 다르다고 했어요.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 제각각이라, 고요한 순간조차 마음 바탕이 같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죠.
이 다툼은 두 사람 사이에서 끝나지 않았어요.
조선의 학자들이 두 편으로 쫙 갈라지는 큰 논쟁으로 번졌거든요.
서울과 그 부근 학자들은 이간 쪽 생각을 이어 낙론이라 불렸고, 충청도 쪽 학자들은 한원진 쪽을 따라 호론이라 불렸어요.
그래서 이 논쟁을 두 지역의 옛 이름을 따 호락논쟁이라고 한답니다.
| 물음 | 이간, 낙론 | 한원진, 호론 |
|---|---|---|
| 고요한 마음 바탕은 모두 같나요 | 같아요, 누구나 맑고 선해요 | 달라요, 타고난 기질이 다르니까요 |
| 사람과 동물의 본성은 같나요 | 근본은 같아요 | 서로 달라요 |

이간의 미발심체 생각은 더 큰 물음으로 이어졌어요.
바로 사람과 동물의 본성도 근본에서는 같을까 하는 질문이에요.
이간은 여기서도 근본 바탕은 같다고 보았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쉬워요.
똑같은 맑은 물을 넓은 컵에도 담고, 둥근 항아리에도 담고, 좁은 병에도 담는다고 해 볼게요.
그릇 모양이 다르니 물의 겉모습은 다 달라 보이지만, 안에 담긴 물 자체는 똑같죠.
이간에게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이 그릇 모양 같은 거예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재주는 달라도, 가장 깊은 바탕에 깔린 본래 성품은 다르지 않다는 거죠.
반대로 한원진은 그릇이 다르면 담긴 물의 성질까지 이미 달라진다고 보았고요.

이간의 생각을 쉬운 한 문장으로 풀면 이래요.
누구의 마음 바탕도 본래는 똑같이 맑고 선하다는 거예요.
이건 생각보다 따뜻한 믿음이에요.
지금 누군가 자주 화를 내고 거칠게 굴더라도, 그 사람 마음 가장 깊은 바닥은 원래 맑았다고 보는 거니까요.
그러니 사람은 누구나 다시 그 맑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담겨 있죠.
또 이간의 말대로라면 누구나 노력으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출발점이 모두 같으니까요.
300년쯤 전 한 학자의 조용한 고민이, 오늘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기 전에 한 번 더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예요.

이간은 감정이 일어나기 전 고요한 마음의 바탕을 미발심체라 부르고, 그것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맑고 선하다고 보았어요.
가까운 동문 한원진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맞섰고, 이 다툼은 스승조차 두 편으로 갈라 세우며 조선을 뒤흔든 호락논쟁으로 커졌죠.
잔잔한 새벽 호수 같은 마음을 떠올리면, 이간이 무엇을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는지 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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